농업벤처 농사펀드
“혹시 아시는 농부 있으세요? 이름요.”
박종범(37)씨가 돌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난 15일, 성수동의 소셜벤처 코워킹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만난 그는 농업벤처 ‘농사펀드’의 대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박씨가 대답을 이어갔다.
“농부 이름을 아는 것은 이 사람이 내가 먹는 걸 어떻게 길렀는지, 또 그것이 기존 시장제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되는 거예요. 그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박씨 운영하는 ‘농사펀드’는 좋은 농사를 짓는 농부와 도시 구매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플랫폼이다. 농부가 자신의 농사계획과 함께 재배하는 농산물을 공개하면, 투자자는 원하는 상품에 투자를 한다. 자연 재해 같은 리스크까지 투자자가 함께 책임지는 방식을 취한다. 농부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농부들은 공판장이나 농협에 팔 때보다 농사펀드로 20%의 수익을 더 얻는다. 반면 소비자들은 시중가보다 10~15% 싼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을 얻게 돼, 농사펀드 재구매율이 평균 80%에 달한다. 농부는 투자받은 돈으로 안전하게 농사를 짓고, 투자자는 전 생산 과정을 지켜보며 농작물을 신뢰할 수 있다. 때문에 이후 상품을 받아보는 기쁨은 남다르다. 한 투자자는 ‘쌀을 먹을 때 농촌 풍경이 그려진다’고 표현했다.
13년 전, 박씨는 칼퇴근을 바라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던 그가 프로젝트로 강원도 화천 토마토축제 기획을 맡으면서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마토를 들고 환하게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은 것이다. “그 때 처음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도시 사람, 농촌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일일 수 있겠구나. 그 비슷한 장면을 내가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요.”
박씨의 목표는 도시사람 한 명이 적어도 농부 한 명의 이름을 알게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사펀드는 5월 1일, ‘서울숲마켓’에 참가해 단호박식혜, 매실주스, 한우육포 등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인다. 특히 단호박식혜는 식혜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농부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는 결국 자신의 딸을 넘어 세상 모든 딸을 건강하게 만든다. 더 많은 농부들을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제일 아쉽다는 박종범씨,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이 농사펀드를 직접 이용해보길 꿈꾼다.
“이제 당신의 소녀가 아닌, 당신의 농부에게 투자해 주세요.”
김지현·조임성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