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엄마들”…기아대책, 여성 가장 위한 ‘원더마켓’ 연다

저소득·이주배경 여성가장 자립 돕는 가치소비 나눔 캠페인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오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서구 ‘원그로브(ONE GROVE)’에서 여성 가장의 자립을 돕는 연말 자선바자회 ‘제6회 원더마켓(Wonder Market)’을 연다. ‘생명을 지켜낸 위대한 엄마’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원더마켓은 국내 저소득 여성 가장과 이주배경 여성 가장의 자립을 지원하는 가치소비형 나눔 캠페인이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기아대책 홍보대사들이 기획 단계부터 현장 운영까지 직접 참여해 나눔의 의미를 실천한다. 배우 김혜은, 뮤지컬배우 홍지민, 방송인 이선영 등 기아대책 홍보대사를 비롯해 배우 김영선, 아나운서 이정민, 소프라노 임선혜 등 각계 셀럽들이 애장품을 기증하며 뜻을 모았다. 행사 기간 동안 홍보대사들이 자원봉사자로 현장을 찾아 판매와 안내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방문객들은 홍보대사와 셀럽의 기증품은 물론, 20여 개 기업이 제공한 의류·화장품·잡화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여성 가장 및 이주배경 가정의 생계비와 자립 지원에 사용된다. 특히 이번 원더마켓은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여성 가장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제품을 판매하고 브랜드 운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자립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 또한 기증 물품을 순환·재사용하는 구조를 통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한편, 행사 관련 세부 정보는 기아대책 공식 홈페이지와 행복한나눔·기아대책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조직문화 pH 6.5] 요즘 애들의 역사는 반복된다

최근 한 시민대학에서 MZ세대에 대한 강의를 했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린 뒤 퇴근한 X세대 중간관리자들과 자녀를 이해하고 싶은 4050 어머니들이 주 대상이었다. 보통 ‘Z세대’가 가진 특징이 어떤 성장 환경에서 비롯되었는지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공감의 눈빛이 돌아오곤 했는데, 그날은 달랐다. 여기저기서 “우리도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표에게 바로 찾아가 컴플레인을 하는 바람에 곤란해진 부장, 업무를 요청하면 “이걸요? 제가요? 왜요?”가 돌아오니 결국 본인이 남아 야근을 한다는 팀장, ‘블라인드 앱’에 이상한 글이 올라오진 않는지 회사 평판 관리에 신경 쓰라는 사장 사이에서 눈치만 본다는 관리자까지. ‘MZ스럽다’도 옛말이고, 이제는 40대를 희화화하는 ‘영포티’라는 밈까지 등장했다. 세상살이도 퍽퍽한데 세대 간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세대 차이는 왜 이토록 좁혀지지 않는 걸까. ◇ 세대 차이의 이유 우리가 말하는 세대 차이는 결국 ‘시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서로 다른 세대는 같은 시대를 살지만,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는 않다.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은 이를 ‘동시대의 비동시성(the non-simultaneity of the simultaneous)’이라 불렀다. 그는 “모든 사람은 완전한 동시대적 가능성 속에서 나이가 같은 사람들과,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각 개인에게 동일한 시간은 다른 시간이며,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공유하는 자기 자신만의 시대다”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세월호와 같은 시대적 사건을 모두가 함께 목격했더라도, 청소년과 어른의 시선과 해석은 같을 수 없다. 청소년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따르면 안

“혁신은 혼자 만들 수 없다”…농협·스타트업, ‘함께 자라는 실험실’로

농협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엔하베스트엑스’ 데모데이 현장 7개 스타트업, 유통·스마트팜·식품 분야 실증 성과 공개 “단일 기업이 모든 혁신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계속하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외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6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 농협 애그테크 청년창업캠퍼스 심화과정 ‘NHarvestX(엔하베스트엑스)’ 데모데이 현장에서 소풍커넥트 최경희 대표는 “기업은 어떻게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기업이 외부의 아이디어·기술·지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혁신을 추진하는 개방형 전략이다. 내부 연구개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외부의 창의적 해법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미국 생활용품 기업 P&G의 ‘커넥트 앤 디벨롭(Connect+Develop)’ 센터를 꼽았다. “혁신은 내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아래, 당시 CEO 앨런 래플리(Alan George Lafley)가 2002년 출범시킨 이 센터는 P&G가 보유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스타트업·연구자·발명가와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오랄비(Oral-B), 다우니(Downy), 브라운(Braun) 등 히트 제품이 탄생했고, 10년 만에 매출은 2배, 순이익은 4배로 성장했다. 지금도 P&G는 내부 과제와 협업 조건을 공개하며 전 세계 파트너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최 대표는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사라진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조직이 ‘다양성의 소음’을 견디며 진짜 혁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엔하베스트엑스는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소풍커넥트가 공동 운영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올해 3년째를 맞았다. 농협 계열사의 실제 수요를 기반으로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증(PoC, Proof of Concept)·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아이디어 공모에는 180개

우원식·인순이·이상엽 교수·‘추적’ 제작진, 올해의 ‘세밝사’

환경재단, 11일 창립 23주년 기념식서 시상 예정 환경재단이 ‘제18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는 우원식 국회의장, 가수 인순이,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겸 연구부총장,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 제작진이 선정됐다.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은 환경·사회·연구·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긍정적 변화를 이끈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는 시상 프로그램으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지금까지 한강 작가, 봉준호 감독, 이국종 교수 등 551명(팀)이 수상했다. 수상자는 시민 추천을 바탕으로 환경재단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공정성·사회적 신뢰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환경재단 창립 23주년 기념 ‘후원의 밤’에서 진행된다. 사회 부문 수상자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민생경제 회복을 중심으로 한 정책 활동에 주력해 왔다. 그는 ‘국회 기후위기 비상 자문위원회’ 출범과 ‘2035 탄소중립 국회 실현 로드맵’ 수립을 통해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거버넌스를 구축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과 민주주의 수호 관련 입법 활동 등이 높이 평가됐다. 문화예술 부문을 수상한 가수 인순이는 ‘거위의 꿈’ 등 음악 활동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으며, 2013년 설립한 ‘해밀학교’를 통해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형 대안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담사 자격 취득을 통해 청소년 정서 지원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연구 부문 수상자인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합성생물학·대사공학 분야에서 ‘시스템 대사공학’을 정립하며 생분해성 소재·연료·화학제품 등을 미생물 대사 경로 조절을 통해 생산하는 대체

CJ대한통운 장애인스포츠단, 전국장애인체전서 금 4 포함 11개 메달

창단 4개월 만의 첫 공식 대회에서 기대 이상 성과 CJ대한통운은 자사 장애인스포츠단이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 4개, 은 4개, 동 3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CJ대한통운 장애인스포츠단이 창단 4개월 만에 출전한 첫 공식 대회다. 사이클·골볼·축구·휠체어럭비·당구·농구·사격 등 7개 종목에 선수 17명이 참가했다. 특히 사이클 종목에서만 8개의 메달을 따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고병욱 선수는 개인도로 19km에서 금메달을 포함해 총 3개 메달(금 2, 은 1)을 획득하며 팀 내 최다 금메달을 기록했다. 석훈일 선수도 금 1개와 은 2개를, 강두성 선수는 은 1개와 동 1개를 추가했다. 남자부 농구와 축구는 각각 동메달을, 여자부에서는 골볼 김지안 선수가 통합등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CJ대한통운은 선수단의 성과를 기려 포상금 및 참가 격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 7월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10개 종목 선수 21명을 채용했다. 선수들은 훈련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 급여를 지급받고,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받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창단 첫 공식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장애인스포츠 저변 확대와 선수들의 안정적 선수생활 지원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국적이 바뀌어도, 시선은 그대로였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4> 편견과 차별이 만든 ‘정체성’의 벽 한국어로 꿈을 꾸고, 한국에서 자랐지만 자기소개 앞에서는 늘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너는 한국인이야, 중국인이야?” 김지영(22)씨는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동포’라고 말하면 ‘조선족이 왜 동포냐’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두려워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제일 힘들었어요.” 한국에 온 지 9년이 넘은 김씨는 여전히 구직 사이트에서 ‘외국인 불가’ 문구가 눈에 밟힌다. “아르바이트 공고 중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말을 생각보다 자주 봤어요. 대학 취업 상담에서도 ‘F-4 대졸자는 잘 안 뽑는다’는 말을 들었죠.” 이 경험은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국내 체류 외국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체류 외국인의 17.4%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차별 이유로는 ‘출신 국가’(54.5%), ‘한국어 능력’(31.2%), ‘외모’(9.1%)가 주로 꼽혔으며, 특히 유학생(D-2)의 차별 경험률은 27.7%로 가장 높았다. 청년층에서의 차별 인식이 두드러진 결과다. ◇ 서류는 바뀌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귀화를 하면 달라질까. 고등학생 때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정세원(27·가명)씨는 서류상 ‘한국인’이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이다. “외모만 보고 ‘외국인인가 보다’ 생각하는 시선이 있어요. 서류를 낼 때만 ‘한국인이었어요?’라는 반응이 돌아오죠.” 2020년 귀화한 임수현(23·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면접에서 이주배경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려 해도, 몇 마디면 ‘외국인이죠?’라는 질문이 나와요. ‘나도 이제 한국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겉모습만 보고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앞선다는 순간 체념이 되죠.” 편견은 사실 사회 진입 이후가

정책의 언어는 멀고, 청춘은 길을 잃었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3> ‘정보 격차’에 갇힌 이주배경청년들 “비자 매뉴얼이 너무 자주 바뀌어요.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데, 바뀔 때마다 갑자기 법의 보호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변경 사항이 제때 전달되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비자로 제한된 직종에서 시간제 근로가 가능하다는 걸, 시행 6개월이 지나서야 알았어요.” 13살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성인이 된 뒤 F-4(재외동포) 비자를 받은 김지영(22)씨의 말이다. 그는 법무부 외국인 지원 포털 ‘하이코리아’에 들어가 “정확한 상담을 원하면 1345에 전화하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오랜 대기 끝에 연결된 상담원은 “F-4 비자 소지자의 세금 신고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고용노동부로 문의하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근무가 어려우니 중국어 과외라도 해볼 생각으로 “그럼 과외는 가능하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순노무직이 아니면 괜찮다”는 식의 모호한 설명이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법무부 매뉴얼을 찾아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그는 “한국어가 어려운 청년이라면 절대 혼자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 제도는 있는데, 정보가 닿지 않는다 이주배경청년은 수시로 바뀌는 제도 속에서도 그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 지원책이 있어도 정보 접근 경로가 제한적이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 결국 ‘있는데 모르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난 8월, 직장 인근 여의도에서 만난 정세원(27·가명)씨는 “사실 ‘이주배경청년’이란 말을 오늘 처음 들었다”며 “그런 단어를 몰랐으니, 나에게 해당되는 지원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보 장벽’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복잡함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연결망의 부재,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체류를 위한 선택이었어요”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2> 비자가 허락한 꿈만 꿀 수 있는 청년들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이주배경청년들은 자신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 법적으로는 외국인, 정서적으로는 이방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셈이다.  대부분 부모의 비자에 동반된 상태로 한국에 정착하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그 자격은 효력을 잃는다. 이후에는 스스로 비자를 새로 취득해야 한다. 그 절차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에 따라 진학과 취업의 선택지도 갈린다.   <더나은미래>가 심층 인터뷰한 이주배경청년 7명은 짧게는 9년, 길게는 22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왔다. 현재 체류 자격은 유학(D-2), 재외동포(F-4), 영주(F-5) 등으로 다양하다. 7명 중 2명은 이미 귀화를 마쳤다. 공통점은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다’는 점이다. 안지영 사단법인 피난처 매니저는 지난 9월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주최한 ‘2025 이주배경아동, 사회적 연결을 위한 6가지 시선’ 포럼에서 “부모의 비자 종류에 따라 아동의 체류 자격이 결정된다”며 “결혼이민자나 북한이탈주민 자녀는 국적 취득 기회가 있지만, 그 외의 아동들은 대회 출전, 장학금, 인턴십 등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단순히 ‘이주배경’으로 묶기보다 상황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또래 한국 청년에게 대학 진학이나 이직은 단순한 선택이지만, 이주배경청년에게는 신분이 걸린 결정이다. 휴학이나 진로 변경이 체류 자격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가 이들의 삶을 직접 규제하는 구조다. ◇ “작가가 되고 싶지만, 비자가 허락하지 않아요” “작가가 꿈이라

‘꿈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주배경청년들

[더나은미래 x 희망친구 기아대책 공동기획] 우리는 N년째 항해 중입니다 <1> 같은 말을 써도 다르게 들리는 사회 우리가 만날 청년 7명의 항해는 낯선 바다를 건너온 이들의 기록이자, 한국 사회가 향해야 할 항로를 비추는 나침반입니다. 부모의 이주로 시작된 여정은 이제 한 세대의 진로가 되었고, 그들의 커리어는 한국 사회의 포용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이주배경청년 당사자가 인턴기자로 참여해 함께 기획하고 취재한 ‘저널 액티비즘 프로젝트’로, 보도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공익 저널리즘의 실험이기도 합니다. 더나은미래는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함께, 이 청년들의 ‘서사’를 조명하며 다문화 시대의 ‘함께 사는 법’을 묻습니다. /편집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5%를 넘으면 그 나라를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한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24년 4월 기준 한국의 외국인 인구는 260만2669명, 전체 인구의 5.07%.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다문화 국가 기준선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1년 반, 한국 사회는 얼마나 이들과 ‘함께’하고 있을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가구원 중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19만3814명. 전년보다 1만2636명(7.0%) 늘었다. 2012년 조사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학생 중 비율은 약 4%. 이들이 성장하면 바로 ‘이주배경청년’이 된다. 일반적으로 이주배경청년은 ‘본인 혹은 부모 세대를 통해 국경을 넘는 국제 이주를 경험한 청년’으로 규정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인구총조사를 토대로 이주배경청년 규모를 2010년 1만7000명, 2015년 2만7000명, 2020년 3만5000명으로 추산한다.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법의 문턱 밖에 선 아이들

법무법인(유) 로고스는 보다 책임 있는 이웃사랑 실천과 체계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2011년 11월 17일 사단법인 ‘희망과동행’을 설립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다문화, 한부모 가정, 청각장애 청소년 등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리고 2024년 8월, 주무관청이 법무부로 이관된 이후에는 법률 지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단계의 공익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우리는 오랜 파트너십을 맺어온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기관과 함께 법률구조지원 활동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처음 만나게 된 한 청소년이 있었다. 외국인 어머니의 품에 안겨 갓난아기 때 한국에 들어온 아이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국적도 한국, 모국어도 한국어였다.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까지 공교육을 받았고, 친구들도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 누구도 이 아이를 ‘외국인’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자라온 ‘한국 아이’였다. 그러나 부모의 이혼과 함께 상황은 급변했다. 어머니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버지가 제기한 친생부인 청구가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아이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분 기록이 모두 폐쇄됐다. 우리나라 국적법은 원칙적으로 혈통주의를 따르며, 친생부인 인용 판결에는 소급효가 인정된다. 판례는 없지만, 이 경우 아이는 ‘처음부터 한국인 아버지와 혈연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법적으로 간주되면서 국적 취득의 효력까지 사라진다. 하루아침에 ‘한국인 청소년’이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 변한 것이다. 이름은 남아 있었지만, 사회가 인정하는 신분은 사라졌다. 다니던 학교는 교과서를 반납한 뒤 떠나야 했고, 살던 공공임대주택 역시 더는 거주할 수 없게 됐다. 국적법, 다문화가족지원법, 공공주택특별법 어디에서도 이 상황을

국민 55% “성장보다 ESG”…기업, 사회문제 해결 ‘이중 압력’에 놓였다

CSES·트리플라잇 공동연구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下> 경제 회복에도 국민 체감은 냉각…“이윤과 책임, 둘 다 잡아야”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국민의 체감은 여전히 차갑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까지 병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dual pressure)’에 직면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이 지난 4일 발표한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중 절반 이상(55.1%)이 “기업은 성장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국민이 기업에 기대하는 역할이 ‘이윤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과 ‘ESG 관리’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는 질문에 ‘ESG 관리’를 꼽은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흥미로운 점은 ESG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성장’의 중요성도 함께 인식한다는 점이다. ESG 이해도가 높은 집단에서는 53.5%가 성장의 필요성을, 이해도가 낮은 집단에서는 30.9%만이 성장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ESG와 성장은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의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기업들은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이중 압력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보고서는 “돈을 벌면서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영리한 지속가능성 전략이 필요하다”며 “경제 지표의 회복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올해 처음으로 주요 산업별 30대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한 ‘지속가능성 맵(Sustainability Map)’을 공개했다. 이 지도는 사회문제의 소셜 임팩트(사회적 영향)와 비즈니스 임팩트(사업적 영향)를 기준으로 네 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기업이 어떤 문제에 우선 접근해야 하는지를 시각화했다. 사회적 영향과 사업적 영향이 모두

경제 위기. /Freepik
“의지할 사람 없다” 두 배로 늘었다…불신이 체감경기 더 식혔다

CSES·트리플라잇 공동연구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上> 하위층일수록 관계 단절·참여 위축 심화…공동체 신뢰 흔들 한국 경제가 수치상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오히려 더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이 지난 4일 발표한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체감 경제 평가는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신뢰 회복과 사회적 자본의 복원을 향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조사는 2020년부터 매년 실시돼 온 국민 인식 조사로, 올해로 6년째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2025년 5월 실시, 95% 신뢰수준, 오차 ±3.1%p)을 기반으로, 객관적 통계가 아닌 국민 인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왔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기업과 공공부문이 사회문제 해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 GDP는 반등했지만 국민 체감은 ‘최저’ 한국 경제는 2025년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2024년 2분기 –0.2%였던 GDP 성장률은 2025년 같은 분기 0.7%로 반등했지만, 국민의 체감 경제 평점은 2020년 5.13점(10점 만점)에서 2025년 3.88점으로 떨어졌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경제와 사회, 삶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신뢰 회복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정성이 완화되지 않으면서 국민의 행복지수 역시 하락했다. 개인 행복 수준은 2024년 6.54점에서 2025년 6.34점으로 낮아졌고, 사회문제가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은 2020년 6.54점에서 2025년 6.97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 불만과 사회문제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민의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