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 약속…“첫 투표권 이사국 진입”

국제 감염병 대응·조달 협력 확대 기대…한국 보건산업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

2025년 11월 21일(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8차 재정공약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2026~2028년 동안 1억달러(약 147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ODA 예산이 14%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존 공약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국제 감염병 대응에 대한 책임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11월 21일 권기환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8차 재정공약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 정부는 2026~2028년 동안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

글로벌펀드는 2002년 G8 국가들이 주도해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보건기구다. 현재 100여 개 국가에서 HIV/AIDS·결핵·말라리아 대응과 보건의료체계 강화, 팬데믹 대비를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약 7천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간 50억 달러(한화 약 7조 35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운영하며, 재원 마련을 위해 3년마다 재정공약 정상회의를 연다.

이번 정상회의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공동 주최한 고위급 회의로 G20 정상회의 일정과 연계해 진행했다. 글로벌펀드는 2026~2028년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 180억 달러(한화 약 26조 4800억원)모금을 목표로 했으며, 총 113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6조 6800억원)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 “강력한 의지 유지한 공여국”…한국, 투표권 있는 이사국 지위 첫 확보

글로벌펀드는 발표문에서 한국을 “강력한 의지를 유지한 공여국”으로 지목했다. 이번 공약으로 한국은 글로벌펀드 이사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정식 이사국 지위를 확보했다. 2006년 설립 초기 이후 처음으로 새 투표권 보유국이 추가된 것으로, 한국의 글로벌보건 분야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은 “지난 20년간 3대 감염병으로부터 약 7000만명의 생명을 구한 성과는 국제사회의 협력의 힘”이라며 “앞으로 글로벌펀드가 성과를 이어가려면 기구 효율성 제고와 혁신 제품 도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원조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도 글로벌펀드에 46억 달러(한화 약 6조 7700억원)를 약정했다. 7차 회의 때보다 줄었지만 “타국 공약액 2달러당 1달러를 매칭하겠다”고 선언하며 지지를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펀드를 “생명을 구하는 필수적 파트너”라고 평가하며 새 글로벌보건 전략에서도 유일한 중점 협력기구로 명시했다.

11월 21일 G20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린 글로벌펀드 제8차 재정공약 정상회의에서 총 113억 4000만 달러가 확보됐다. 글로벌 펀드는 이를 지정학·경제적 도전 속에서도 확인된 국제사회의 강력한 연대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회의에서 발언하는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 /국제보건애드보커시

G20 국가들은 이번 공약에서 총 89억 6000만 달러(한화 약 13조 1800억원)를 약정했으며, 글로벌펀드는 이를 “G20 차원의 글로벌보건 리더십 결집”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G20 공여국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유지한 국가 중 하나”로 언급됐다. 미국·영국·독일 등 전통적 공여국뿐 아니라 인도·아일랜드·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가 기여를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은 중견 공여국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

◇ 한국 바이오기업 조달 확대 기대…“혁신성 인정받아”

글로벌펀드는 매년 25억달러(약 3조6800억원) 규모의 보건 제품을 조달하는 세계 최대 플랫폼이다. 2010~2024년 동안 한국 기업들은 약 8억5000만달러(1조2500억원) 규모의 진단기기·의료용품을 공급하며 전체 공급자 중 3위에 올랐다. 특히 신속진단기기 분야에선 세계 1위 공급국이다.

11월 21일 권기환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8차 재정공약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 정부는 2026~2028년 동안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보건애드보커시

한희정 국제보건애드보커시 대표는 “한국은 공약 유지와 이사국 투표권 확보로 전략적 협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며 “글로벌펀드가 ‘혁신성을 보여준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만큼, 한국 보건산업의 기술력과 조달시장 접근성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길리어드가 개발한 6개월 지속형 HIV 치료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를 글로벌펀드를 통해 파트너 국가에 본격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예방(PrEP)에서도 효과가 확인된 신약으로, 향후 감염병 대응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글로벌펀드가 우리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3대 감염병 대응에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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