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자선은 사회의 위험 자본이 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송주미 美 시겔 가족 재단(Siegel Family Endowment) 부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 생성형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만큼 불평등과 배제의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기술이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공익(Public Good)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 흐름 속에서 10년 넘게 ‘기술과 공익’을 화두로 삼아온 재단이 있다. 컴퓨터 과학자 출신이자 글로벌 투자사 ‘투시그마(Two Sigma)’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이 2011년 설립한 시겔 가족 재단(Siegel Family Endowment·SFE)이다. 그는 MI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AI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 60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투시그마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SFE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든다”는 미션 아래 ▲학습 ▲노동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변화를 지원해왔다. 2023년 기준, 재단 자산은 약 5억 달러(한화 약 6994억 원), 연간 보조금 지급 규모는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시스템 변화’에 투자하며, 스스로를 ‘사회의 위험 자본’이라 칭할 만큼 실패 가능성이 있더라도 대담한 실험을 지원한다. ◇ 학습·노동·인프라, 세 가지 변화의 축 ‘학습’ 분야의 대표 사례는

“자선은 사회의 위험 자본이 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송주미 美 시겔 가족 재단(Siegel Family Endowment) 부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 생성형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만큼 불평등과 배제의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기술이 소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공익(Public Good)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 흐름 속에서 10년 넘게 ‘기술과 공익’을 화두로 삼아온 재단이 있다. 컴퓨터 과학자 출신이자 글로벌 투자사 ‘투시그마(Two Sigma)’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이 2011년 설립한 시겔 가족 재단(Siegel Family Endowment·SFE)이다. 그는 MI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AI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 60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투시그마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SFE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든다”는 미션 아래 ▲학습 ▲노동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변화를 지원해왔다. 2023년 기준, 재단 자산은 약 5억 달러(한화 약 6994억 원), 연간 보조금 지급 규모는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시스템 변화’에 투자하며, 스스로를 ‘사회의 위험 자본’이라 칭할 만큼 실패 가능성이 있더라도 대담한 실험을 지원한다. ◇ 학습·노동·인프라, 세 가지 변화의 축 ‘학습’ 분야의 대표 사례는 2018년 시작된 ‘모던 클래스룸 프로젝트(Modern Classrooms Project·MCP)’다. 워싱턴D.C 지역 저소득층 고교 수학 교사였던 카림(Kareem Farah)과 롭(Rob Barnett)은 잦은 결석과 학력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제작 영상 기반 학습 ▲학생 주도 학습 속도 조절 ▲완전 이해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마스터리 기반 학습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업 수준과

“얼굴도 안 보고 빌려줍니다…근데 93%가 갚았죠”
[인터뷰]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 “금융권에서 ‘신용 불량자’라고, 마음까지 ‘불량자’인 것은 아니잖아요.” 담보도, 보증도, 이자도 없다. 전화로 사연을 듣고, 문자로 이름·계좌번호·대출금액·용도를 받으면 심사가 끝난다.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운영하는 무이자 소액대출은 이렇게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기준 누적 이용자는 9200여 명, 대출액은 40억원을 넘었다. 상환율은 93%에 달한다. 이 금융 모델을 만든 이는 이창호(70) 대표다. 지난달 24일 <더나은미래>와 만난 그는 소외계층 금융에 눈을 돌린 계기를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렸다. “1973년, 공고를 막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했죠. 그런데 같은 일을 하는데도 상고를 나온 동료 월급이 더 많더군요.” 수년 뒤 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개념을 배우고서야 그때의 감정을 ‘불공정’이라 부를 수 있었다. 이 경험은 ‘함께 잘 사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웠다. 공장 신용협동조합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신협의 철학과 운영 방식을 접했고, 지역 주민이 서로 돕는 ‘협동 정신’의 힘을 목격했다. 1985년에는 최연소 중앙신용협동조합 감사로 임명됐다. 그때부터 “더불어 사는 것”은 그의 평생 철학이 됐다. ◇ 신협에서 배운 협동 정신, 한국판 ‘그라민 은행’으로 2007년 말 명예퇴직 뒤, 다시 신협에 들어가려 했지만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그 무렵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을 떠올렸다. 보건복지부 ‘자활공동체 창업지원사업’으로 마이크로크레딧을 배우며 “내가 꿈꾸던 신협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규모가 커진 신협은 소액대출이 어렵고, 신용불량자 등 금융 사각지대는 방치되고 있었죠.” 2011년 사재 3000만원과 기부금을 모아 ‘한국판 그라민 은행’을 세웠다. 초창기에는 대출 신청자를 만났지만, 2012년

“치매가 있어도 함께 살 수 있어요” 16년차 복지사가 말하는 공존의 조건
[인터뷰] 책 ‘치매는 처음이지?’ 홍종석 저자(강동구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 “치매가 있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삶에 ‘치매’라는 옵션이 하나 더 붙었을 뿐, 여전히 우리 친구이고 가족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은 치매에 대한 공포증이 지나치게 크죠.” 치매는 많은 이들이 ‘가장 두려운 병’으로 여긴다. 그러나 막상 본인이나 가족이 진단을 받으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검색창에는 치매예방 건강식품 광고가 가득하고, 병원에서는 담당 의사를 만나기까지 3~6개월이 걸린다. 진단 이후의 시간은 정보보다 혼란이 앞선다. “부모님 집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요? 장기요양 신청은 어디서부터 하죠?” 치매와 함께 살아가야 할 현실적인 질문들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강동구치매안심센터의 홍종석 사회복지사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책을 썼다. 2010년부터 치매 현장을 지켜온 그는, 올해 6월 책 ‘치매는 처음이지?(출판사 디멘시아북스)’를 펴냈다. 치매 판정 이후 환자와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Q&A 형식으로 풀어낸 안내서다. 지난달 23일, 홍 복지사를 만나 치매 현장의 변화와 과제에 대해 들었다. ◇ 치매 대응, 후견 사각과 돌봄 이분법부터 바꿔야 “2010년에는 주민에게 치매 검사를 권유하면 ‘내가 치매처럼 보여요?’ 하며 화를 내는 분들이 많았어요.” 홍 복지사는 2018년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변화된 인식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제는 검사를 받으러 먼저 오는 분들이 많아요. 센터 예산과 인력도 늘면서 현장 대응력도 함께 높아졌죠. 방문요양센터나 장기요양시설의 환경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앞서 한국은 2012년부터 치매를 국가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치매관리법’을 시행 중이다. ‘암’과 함께 병명 자체가 법률명에 명시된 드문 사례다. 그만큼 국가적 관심이 높다는

불확실한 시대, 기업가정신은 ‘모두’를 위한 삶의 기술입니다
[취임 1주년 인터뷰] 엄윤미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프론티어 기업가정신’으로 재단 안팎 재정비 “우리가 하는 사업이 지금 이 사회에 정말 필요할까요? 영향력은 충분할까요?” 엄윤미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재단 내부는 수차례 질문의 물결로 흔들렸다. 수년간 축적된 프로그램을 되짚고, 조직의 방향성을 다시 묻는 워크숍이 이어졌다. 그 끝에서 도출된 키워드는 ‘프론티어 기업가정신’이었다. 재단이 지금껏 지원해온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들, 그리고 ‘시련이 있으면 길을 만들라’던 아산 정주영 창업자의 철학이 하나로 맞물린 결과였다. “익숙한 틀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어 먼저 도전하며,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프론티어 기업가정신’입니다. 이는 창업가뿐 아니라 학생, 직장인, 활동가 등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기술’이기도 합니다.” 엄 이사장은 ‘프론티어’라는 말에 각별한 무게를 둔다. 기술 발달과 사회 환경 변화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창업과 창작에 나설 수 있게 된 시대, 그는 “변화의 주체가 다양해지는 지금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개척’의 이름으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도 개편 아산나눔재단의 대표 프로그램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도 이러한 관점이 적용됐다. 기존의 성장 단계 구분을 벗어나 ▲글로벌 ▲기후테크 ▲다양성 ▲예비창업 등 4개 트랙으로 재편, 각 영역의 선구자를 키우는 구조로 개편했다. 엄 이사장은 “정주영 회장의 어록 중 ‘개척(Frontier)’에 주목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편된 방식은 올 4분기부터 적용된다.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실험도 시작됐다. 아산나눔재단은 최근 실리콘밸리에 ‘마루SF’를

“1열 오션뷰로 지역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함명준 고성 군수 인터뷰]

군수의 생각<1> 함명준 강원도 고성 군수 인구, 기후, 산업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할까요? 소멸과 부활의 최전선에서 분투 중인 군수님에게 길을 묻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함명준 강원도 고성 군수입니다. 국토 최북단 고성군의 미래를 여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편집자 주 비무장지대와 가까워서일까, 강원도 고성의 하늘은 맑고 따스하다. 그리고 고요하다.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고성군에 있는 콘도들이 속초에 인접한 게 많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속초에서 출퇴근하지요. 방문객들도 잠은 고성에서 자고 소비는 속초에서 합니다.” 지난달 16일 강원도 고성에서 만난 함명준(65) 군수는 1000만 관광객의 실상을 에둘러 말했다. 속초까지만 연결된 동해고속도로를 탓할 법도 하지만 그는 ‘분산과 공존’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 리조트가 아니라 ‘기회의 인프라’를 짓는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호텔을 지어야 합니다. 방문객들이 숙소를 나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야 지역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기거든요.” 그는 ‘기회’라고 표현했다.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대형 리조트가 생기면 숙박객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차를 타고 나와 속초로 간다. 마을 사이에 리조트가 들어오면 기회가 만들어진다. 음식점, 카페, 상점이 생기고 젊은 사람들도 들어온다. 지역에 리조트 하나가 생기자 주변에 민박촌이 생기는 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더 많은 것이 모이는 시장(market)의 기능을 깨달았다고 한다. 행정이 주도해서 인위적으로 무엇을 만들기보다 ‘지역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의 힘을 축적하는 길’이라는 그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행정의 책임자이자 정치인으로서의

“비영리 활동가는 어디에 기부할까?”
[인터뷰] 유화영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 “비영리 사람들은 어디에 기부할까?” 기억에 남을 만큼 단순한 질문이었다. 그 물음이 연결의 시작이자, 하나의 실험이 됐다.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인 ‘기부연결지도’ 캠페인은 그렇게 출발했다. 재단 구성원들이 평소 기부하는 단체를 밝히고, 해당 단체를 찾아가 활동을 소개한 뒤, 그 단체의 활동가가 기부하는 또 다른 단체를 다시 소개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비영리인이 지지하는 비영리’를 따라가며 우리 사회의 숨은 단체들을 지도로 엮는다. 아름다운재단은 이 단체들을 직접 방문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특정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동시에 기부에 대한 개인적 생각,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캠페인은 총 100개 단체 연결을 목표로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비영리 활동가들의 ‘연대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캠페인을 기획한 유화영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를 지난달 24일 만났다. “아름다운재단은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해요. 그런데 ‘건강하지 않은 기부문화’는 뭘까, 고민하다가 불투명성과 불신이라는 키워드에 닿게 됐어요. 회계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기부금이 ‘어디에 얼마나 닿았는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시선이 많아요. 하지만 다양한 단체의 활동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부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죠.” ◇ 출발은 ‘풀뿌리 5곳’, 소규모 단체부터 연결을 시작한 이유 재단 구성원들의 기부처 리스트는 다양했다. 초록우산 같은 전국단위 대형기관부터 함께걷는아이들, 은광지역아동센터처럼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단체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에서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이주민·퀴어 인권), 나눔과나눔(공영장례), 한국여성의전화(여성폭력), 걷고싶은도시만들기연대(도시공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주거권) 등 소규모 ‘풀뿌리’

“비영리 활동가는 어디에 기부할까?”
[인터뷰] 유화영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 “비영리 사람들은 어디에 기부할까?” 기억에 남을 만큼 단순한 질문이었다. 그 물음이 연결의 시작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