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애식 카페125 사장
카페에 들어섰더니 직원은 여러 명인데, 말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안 가 뒤쪽에서 별안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농인 직원들이 수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조용한 카페 안에는 웃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곳은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농인카페, ‘카페125’다.
카페125의 사장 김애식(60)씨는 청인이다. 농인과의 인연이 궁금해 지난달 초, 카페를 찾았다. 김씨는 어릴 적 농인이었던 사촌 오빠와 자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농인을 ‘식구’처럼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대학 시절 만난 농인 남편과 25살에 결혼했다. 이후 노량진 농인교회에서 근무하던 중, 커피를 좋아하던 농인 성도와 함께 카페 창업을 결심했다.
“교회에 커피를 잘 만드는 농인 성도님이 계셨어요. 직접 볶은 커피를 맛보았는데 잊지 못할 맛이었습니다. ‘이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2019년 7월, 노량진 농인교회 1층에서 ‘카페125’를 열었다. ‘125’는 유일한 세계 공통 수어인 ‘사랑해’를 의미한다.
◇ 단골 취향 외운 농인 바리스타, 손님은 필담으로 요청
초기엔 소통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손님의 구체적인 요청을 농인 바리스타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코로나 시기 마스크 착용으로 입 모양을 읽을 수 없어 종이와 펜으로 주문을 받았다. 그럼 일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씨는 단골 손님의 취향을 외워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손님들도 마스크를 벗고 말하거나, 종이에 정성껏 요청을 써주기 시작했다.
“동작구청 직원이 찾아와 수어와 함께 배우는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열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부터 세 차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수어 소통법과 커피콩 구분법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사회복지사, 특수교육 교사 1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2022년 2호점인 하남점 오픈 이후 노량진점에선 농인 바리스타들이 주로 근무하고 있다. 바리스타인 장염추(47)씨는 청인 손님들의 귓속말이나 한숨에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전했다. “손님들이 수어를 배워 와서 대화할 때 가장 행복해요.”
◇ “농인과 청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회 만들고 싶어”
김씨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카페125를 지속하는 이유는 ‘농인들이 사회에서 존중받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씨와 카페125 농인 직원들은 컴패션을 통해 청각장애 어린이 11명도 후원하고 있다. 김씨는 “후원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저도, 농인 직원들도 더 열심히, 즐겁게 일하게 된다”며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잘 양육되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청인이 농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이들도 사회에 나와 남부끄럽지 않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청인과 농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서로 이해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하남=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