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를 묻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사회적기업 넘어 일반 스타트업·ODA까지…영토 넓히는 ‘임팩트 투자’의 진화
교회의 빈 공간을 스터디카페로 바꾸는 스타트업, 인도네시아에서 전기 카트로 커피를 배달하는 모바일 카페, 제주 해녀의 삶을 공연과 음식으로 풀어낸 로컬 기업. 얼핏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이 기업들에 한 투자사가 주목했다.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이들을 모두 임팩트 투자의 대상으로 본다.
한때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작은 시장으로 여겨졌던 임팩트 투자의 외연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투자 대상은 사회적기업을 넘어 일반 스타트업까지 확대됐고, 투자 주체도 다양해졌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김정태 MYSC 대표를 만나 임팩트 투자가 확장하고 있는 방향에 대해 들었다.

김 대표는 2012년 MYSC에 합류해 2014년부터 대표로 회사를 이끄는 중이다. 김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역할을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혁신적인 기술을 발굴하고, 그것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아 임팩트를 창출할 때까지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숨은 임팩트 가능성을 찾아내 투자한다
임팩트 투자는 투자 대상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MYSC는 연간 500개 팀을 육성하고 50개 팀에 투자한다. 이 가운데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처럼 좁은 의미의 임팩트 비즈니스에 해당하는 곳은 약 30%다. 나머지 70%는 MYSC가 ‘임팩트 위드 비즈니스’라고 부르는 기업들이다.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사업 모델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이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하나는 임팩트 투자의 역할이 사회적경제 영역을 넘어 일반 투자 시장으로 확장 중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기존 임팩트 투자 범주 밖에 있던 기술 기반 스타트업도 이제 후보군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신호다. 그는 “지금의 포트폴리오는 생태계가 성장하고 진화했다는 큰 증거”라며 “MYSC 운용자산이 1100억 원 정도인데, 소셜벤처만 투자해서는 이 자산을 다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임팩트 위드 비즈니스’ 사례로는 지역 유휴 공간을 무인 스터디카페로 전환하는 스타트업 ‘무인화연구소’를 들었다. 김 대표는 “목 좋은 곳에 있는 교회 빈 공간을 스터디카페로 만들면 교회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수입도 생기고, 지역사회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된다”며 “전국에 종교시설이 많은 만큼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확산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우리의 가설”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업이 임팩트를 지향하지 않았더라도 사업 모델 속에서 사회적 가치를 읽고 확장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이 투자사의 역할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MYSC는 투자 외연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지역이나 카테고리에 진입할 때, 자금 유치가 가장 어려운 곳을 첫 투자처로 고른다. 김 대표는 “사회적 관심이나 투자가 부족한 영역이야말로 임팩트 투자자의 차별화 지점”이라며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지역 기반 여성 창업자들이 과소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MYSC는 지역 소재, 여성, 사회적기업이라는 세 조건을 모두 갖춘 ‘그랜드 슬램’ 기업을 지역 투자의 첫 신호탄 삼는다.
대구의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 제주 해녀 문화를 공연과 음식으로 재해석한 ‘해녀의부엌’, 강원 지역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남미풍 간식을 만드는 ‘온세까세로’가 그 사례다.

김 대표는 이 여정을 ‘바다에 촘촘한 그물망을 던지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랜드 슬램 기업을 찾다 보면 한두 가지 조건만 갖춘 좋은 임팩트 비즈니스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며 “이를 시작으로 지역 투자를 계속해 나간다”고 밝혔다. 매년 500개 이상의 팀을 스크리닝하는 이유다.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김 대표는 “벤처 투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이지만, 인공지능 특구를 중심으로 에너지·AI·그린바이오·농식품·해양수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정부 사업과 예산이 몰리고 있다”며 “임팩트 투자자가 활동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 대기업부터 공익법인까지…확장하는 임팩트 투자의 플레이어
임팩트 투자의 확장은 참여 주체에서도 나타난다. 유한킴벌리는 MYSC와 함께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억 원 규모의 ‘유한킴벌리 그린 임팩트 펀드’를 조성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32억 원을 출자해 MYSC와 환경·사회 분야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기부 재원을 기반으로 한 펀드는 더 공격적인 위험 감수가 가능하다”며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영역에서 가설 검증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임팩트 투자를 기존 CSR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더해가는 과정으로 봤다. MYSC는 지금까지 대기업과 함께 5개 펀드를 운영해왔으며, 올해 2개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 개발협력과 만나는 임팩트 투자
ODA 역시 임팩트 투자와 만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ODA가 병원·학교·도로 같은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임팩트 투자는 그 위에서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즉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다”며 “개발도상국이 가장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도 민간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MYSC는 KOICA 보조금과 지분 투자를 결합한 혼합금융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모바일 커피 브랜드 ‘자고(Jago)’에 투자했다. 앱으로 주문하면 전기 카트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스타트업으로, 현지 모바일 커피 시장 점유율 1위다. 김 대표는 “기존 ODA 관점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민간이 먼저 살피고 투자한 뒤, ODA 자금이 들어와 스케일업을 돕는 구조”라며 “사업이 확장되면 일자리 창출도 비례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자고는 현재 연매출 500억 원을 넘겼다.
◇ “1년을 버티게 하는 인내자본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인내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팩트 비즈니스와 수익 극대화 영역의 투자금 대비 회수 규모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었다”며 “다만 임팩트 비즈니스는 회수까지 통상 1년 정도 더 걸리는데, 이를 기다려주는 게 인내자본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임팩트 투자의 다음 단계로 회수 이후의 선순환 구조를 꼽는다. 김 대표는 “첫 번째 단계가 정부·지자체처럼 새로운 주체들이 투자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펀드가 회수되는 것”이라며 “회수가 되면 투자자들도 다시 재투자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의 핵심은 창업자다. 그는 “투자받았던 창업자들이 상장하거나 큰 액싯(exit)을 경험한 뒤, 키카오 김범수·네이버 이해진 의장처럼 다시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이클이 임팩트 영역에서도 곧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4년째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몸담아온 그는 이제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음 세대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팩트 투자가 더 큰 시장으로 확장되려면 새로운 투자자와 창업자, 중간지원조직이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1세대가 만든 기반 위에서 2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고 약진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