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품고 파도 막는 숲…세계가 맹그로브에 주목하는 이유

1㏊당 평균 탄소 1000t 저장…해안 방재·생물다양성에도 기여
세계 맹그로브의 날 맞아 환경재단·WWF 보전 성과·계획 공개

오는 26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이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맹그로브는 탄소를 저장하는 블루카본 생태계이자 해안 재해를 줄이는 자연기반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맹그로브 보전과 복원을 기후·생물다양성 정책에 활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맹그로브는 1㏊당 평균 약 1000t의 탄소를 저장하는 대표적인 블루카본 생태계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열대·아열대 연안에 자라는 나무와 관목으로, 촘촘한 뿌리가 낙엽과 유기물, 퇴적물을 붙잡는다. 물에 잠겨 산소가 부족한 토양에서는 유기물의 분해도 더디게 이뤄져 탄소가 오랫동안 축적된다. 전 세계 열대림 면적의 1%에도 미치지 않지만 높은 탄소 저장 능력을 보이는 배경이다.

맹그로브는 탄소를 저장하고 해안 침식을 막으며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Magnific

복잡하게 얽힌 뿌리는 파도와 조류의 힘을 줄이고 퇴적물이 쓸려 나가는 것을 막는다. 태풍과 폭풍해일,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연안을 보호하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뿌리 사이는 어린 물고기와 갑각류의 산란장과 성장 공간이 되며, 맹그로브에 의존해 어업과 양식업을 이어가는 연안 주민에게는 생계 기반이 된다.

유네스코는 이 같은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보전과 복원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 7월 26일을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로 지정했다. 맹그로브는 전 세계 산림보다 3~5배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후정책부터 민간 사업까지…확산하는 맹그로브 복원

탄소감축과 기후적응, 생물다양성 보전, 주민 생계 회복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맹그로브는 각국의 기후·연안정책과 민간 복원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맹그로브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2020년 훼손된 맹그로브 60만㏊를 2024년까지 복원한다는 국가 목표를 세웠다. 여러 정부 부처와 민간, 시민사회가 참여해 훼손지 복원과 기존 숲 보전, 연안 주민의 생계 개선 등을 함께 추진했다. 목표 달성 여부와 복원 방식 등을 둘러싼 과제는 남았지만, 맹그로브가 국가 차원의 기후·연안정책에 편입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은행은 이를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맹그로브 복원 목표로 소개했다.

국가별 노력을 국제 공동 목표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출범한 국제 이니셔티브 ‘맹그로브 브레이크스루’가 대표적이다.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 환경단체 등이 참여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맹그로브 1500만㏊를 보호·복원하고, 이를 위해 4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동원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보전·복원에 필요한 정책과 재원을 국제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해외 맹그로브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 산림청과 해양수산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5억원을 투입해 베트남 남딘성과 닌빈성에서 맹그로브숲 330㏊를 복원했다. 양묘장 조성과 주민 역량 강화, 수산양식 기술 지원도 함께 추진해 산림 복원과 연안 주민의 소득 향상을 연계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베트남을 중심으로 복원 사업을 추진했으며, 2030년까지 베트남 내 누적 복원 면적을 470㏊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자연보전연맹, 굿네이버스와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에서 맹그로브숲을 조성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2019년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서 맹그로브 묘목 식재 활동을 진행했다.

◇ 맹그로브의 날 맞아 보전 성과·계획 알린 환경재단·WWF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을 앞두고 국내 환경단체들도 기존 복원 성과와 신규 보전 계획을 공개하며 맹그로브의 중요성을 알리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파리섬 주민들이 맹그로브 식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재단

2015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맹그로브 복원 활동을 이어온 환경재단은 인도네시아 파리섬에서 진행한 주민 참여형 사업의 성과를 공개했다. 환경재단은 현지 환경단체 인도네시아환경포럼과 함께 주민과 청년에게 식재와 생육 관리, 모니터링 교육을 제공하고, 지난 5월 파리섬 렝게 해변의 훼손지 0.7㏊에 맹그로브 7000그루를 심었다. 6월부터는 주민 모니터링단이 생육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환경재단이 현재까지 아시아 지역에 심은 맹그로브는 약 64만5000그루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맹그로브는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자 연안 주민의 생계를 지탱하는 핵심 생태계”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현지 주민들이 복원의 주체로 나서 지속가능한 관리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WWF는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을 맞아 제주에 자생하는 세미맹그로브 수종인 황근의 보전 계획을 내놨다. WWF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제주특별자치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와 보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난 21일 제주 성산읍 식산봉 일대의 황근 자생지를 둘러보며 향후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기존에 진행해 온 제주 해안 정화와 바다거북 모니터링에 황근 자생지 보전을 연계할 계획이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자생 세미맹그로브인 황근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지만, 건강한 연안 생태계를 유지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연기반해법”이라며 “세미맹그로브숲의 생태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보전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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