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4>
CJ온스타일·가치있는누림·굿스니저 등, 일터·창업 경험 제공해 자립 지원
“2000원입니다. 티켓 여기 있습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경기 안산의 실버영화관 ‘명화극장’에서 직원 조명희(22·가명) 씨가 능숙하게 표를 건넸다. 명화극장은 고전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상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조 씨의 업무는 하루 매출 정산부터 상영작 포스터와 온라인 배너 제작, 매표와 관객 응대까지. 지난 1월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게 낯설어 진땀을 뺐던 그였지만, 5개월간 성실하게 인턴십을 마친 지난 6월 극장 측으로부터 정규직 채용을 제안받았다.
조 씨는 아동·청소년 보호시설 등에서 지내다 이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가정 밖 청소년이다. 그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며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예전에는 집에만 있어 스스로도 답답했는데,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말솜씨도 늘고 원래의 외향적인 모습도 다시 나오는 것 같아 좋아요. 막연했던 독립이라는 꿈도 내 손으로 번 월급 덕분에 실현할 수 있게 됐고요.”

조 씨의 변화는 한 기업의 후원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CJ온스타일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사회적경제조직·공공기관·대학이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모아 사회문제를 함께 푸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으로 설계한 결과다. CJ온스타일은 올해 동반성장·사회공헌 통합 ESG 브랜드 ‘온도(ON:DO)’를 출범시키며 청소년·청년 자립 지원 방식을 새로 짰고, 그 일환으로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사회혁신 도전기Ⅱ’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청년사장 루키즈 ON’을 운영 중이다.
◇ 사회적경제조직 인턴십·매장 운영도…가정 밖 청소년 자립 지원
조 씨가 거쳐 간 인턴십이 바로 ‘사회혁신 도전기Ⅱ’다. 사회적경제조직을 연결해 가정 밖 청소년에게 실제 일터에서 일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가정 밖 청소년 19명이 사단법인 가치있는누림의 연계로 카페·케이터링·공연예술 등 사회적경제조직 23곳에서 인턴십에 참여했다.
정호진 가치있는누림 팀장은 “가정 밖 청소년은 기존의 상처를 수습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일자리를 구하고 그 급여로 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하게 일을 시도하고 실패해 볼 기회, 고용계약을 맺고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방식을 연습할 기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일 경험은 매장 운영으로도 확장됐다. 가치있는누림은 지난 9월 1일 안산에 ‘가치마켓’을 정식 개장했다. CJ온스타일이 후원한 의류·잡화 245종, 약 3800개를 판매하는 이 매장에서는 청소년 6~7명이 상품 입고와 진열, 재고 관리, 판매까지 매장 운영 전반을 직접 경험한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다시 청소년에게 돌아간다. 초기에는 인건비와 관리비로 쓰이고, 운영이 안정되면 또 다른 일 경험과 자립 지원 사업에 재투자되는 구조다.
가치마켓에는 다섯 기관의 전문성이 결합됐다. 가치있는누림이 매장 운영과 청소년의 근무·생활 관리를 총괄하면, 경기도가정밖청소년지원센터가 참여자를 발굴하고, 서울예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대학생 러닝메이트 연계와 홍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CJ온스타일은 상품과 브랜드 교육 등 유통 역량을,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사업비와 컨설팅으로 기관 간 협업을 연결한다.
윤재은 CJ온스타일 법무·컴플라이언스팀 부장은 “후원 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매장을 운영하며 경제 주체로서의 경험을 쌓도록 한 것이 기존 지원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기획·판매…기업 인프라 활용한 ‘루키즈 ON’
가정 밖 청소년이 일터에서 경험을 쌓는다면, 자립준비청년은 창업 전 과정을 직접 밟는다. CJ온스타일이 사회적기업 굿스니저, 뷰티 브랜드 온그리디언츠와 함께 운영하는 ‘청년사장 루키즈 ON’이다.
자립준비청년 10팀은 인공지능(AI) 교육을 받아 시장을 분석하고 브랜드를 기획하는 ‘Focus ON’부터, 온그리디언츠의 실제 제품으로 패키지와 굿즈를 디자인하는 ‘Make ON’, 이를 숏폼 콘텐츠로 알리는 ‘Story ON’을 거쳐, 12월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서 직접 판매하는 ‘Live ON’까지 단계를 거친다. 현재 교육을 수료한 6명이 3명씩 두 팀을 꾸려 12월 출시를 목표로 로션과 미스트 패키지 및 굿즈 2종을 개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CJ온스타일은 자금 지원과 더불어 자사의 유통·콘텐츠 역량을 청년들에게 개방했다. 현직 MD와 PD 등 7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상품 기획부터 타깃 고객 분석, 콘텐츠 제작 등을 현업 기준으로 지도하고, 프로젝트 마지막에는 자사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특별 편성해 실제 판매 기회도 열어준다. 프로젝트의 총괄 운영기관인 굿스니저는 사업 구조 설계와 AI 창업 교육, 청년 밀착 지원 등을 맡아 참여자들이 단계별 과정을 끝까지 완주하도록 지원한다. 온그리디언츠는 청년들이 기획한 디자인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도록 시제품 제작과 생산을 뒷받침한다.
최지연 굿스니저 이사장은 “처음에는 AI에 수동적으로 정답을 묻던 청년들이 점차 ‘고객은 무엇을 불편해할까’를 스스로 질문하며 시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청년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시장을 해석하고 경제 주체로 성장하는 경험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협력 기관들은 오는 10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지원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청년사장 루키즈 ON’ 2기 운영과 가치마켓 2호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윤재은 부장은 “기업의 상품·유통·콘텐츠 역량에 사회적경제조직의 청년 발굴과 밀착 지원 경험이 결합했기에 가능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각 기관의 전문성을 연결해 청년들이 보호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이어갈 ‘자립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협력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은 2023년 시작됐다. 지난 3년간 611명의 관계자가 협력체계에 참여해 515건의 사회문제 해결 과제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74건이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올해는 기후변화 대응, 돌봄 사각지대 해소, 지역 활성화 분야에서 총 21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현장 실증은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2027년도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은 오는 9월 30일까지 사회혁신플랫폼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과제를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