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환경이 없으면 자원봉사도 없다”…GIVE 4대 지표로 본 기업 자원봉사 

‘2026 CSR 포럼’ 개최…SK이노베이션·포스코 사례 공유  
GIVE(촉진환경·개인·공동체·경제적 가치) 관점 적용한 봉사 모델 공유 

기업 자원봉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임직원의 선의만이 아니다. 봉사에 참여할 시간을 보장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며, 리더가 먼저 움직이는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촉진 환경’이 갖춰질 때 임직원의 변화가 공동체와 경제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6 CSR 포럼–기업 자원봉사 임팩트: UN Volunteers의 GIVE를 중심으로’에서는 기업 자원봉사의 성과를 ‘GIVE(Global Index of Volunteer Engagement)’의 네 가지 영역으로 살펴보는 논의가 이어졌다. GIVE는 유엔자원봉사단(UNV)이 2025년 12월 처음 공개한 자원봉사 성과 측정 체계다. 참여 인원과 봉사시간을 넘어 ▲개인 성장 ▲공동체 변화 ▲경제적 기여 ▲정책·제도 등 촉진 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UNV는 2027년 약 50개국의 실제 데이터를 적용해 지수를 시험 산출할 계획이다. 

◇ 근무시간 인정하고 리더가 먼저…참여율 94% 만든 SK이노의 ‘촉진 환경’ 

발표에 나선 엄상홍 SK이노베이션 CSR팀장은 “자원봉사가 지속되려면 봉사 프로그램의 규모에 앞서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 창단한 SK이노베이션 자원봉사단에는 현재 약 1만 명의 구성원이 소속돼 있다. 2025년 말 기준 봉사 참여율은 94%로, 전국 75개 봉사팀이 한 해 동안 2만9611회, 총 9만1650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높은 참여율의 바탕에는 촉진 환경이 있다. 각 조직의 임원이 봉사팀장을 맡고 연간 10회 이상 봉사에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매년 두 차례 집중 봉사기간인 ‘V-Week’를 운영하며, 봉사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 교통비와 식비, 안전보험도 회사가 지원한다. 봉사팀 코디네이터는 공식 인사 발령을 통해 선임하고 별도의 활동비를 제공한다. 봉사 실적은 전용 홈페이지에서 관리하며 반복적인 문의에는 인공지능 챗봇 ‘ASK CSR’이 답한다. 

이러한 환경은 개인의 변화로 이어졌다. 구성원 설문에서 봉사 만족도는 94.77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93.2점이었다. 봉사 후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도 91.1점으로 나타났다. 

활동은 지역사회와 해외 사업장으로 확장됐다. 울산대공원을 조성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울주군 산불 피해지역 60㏊에는 나무 18만 그루를 심었다. 임직원과 가족이 시작한 플로깅 캠페인 ‘EnviRun for the Earth’는 해외 19개국 37개 사업장으로 퍼져 누적참여자는 75만명에 이른다.  

봉사가 만든 가치도 화폐화한다. 봉사 유형에 따라 최저임금과 사회복지사·전문 인력의 시급 등을 적용한 결과, 임직원 자원봉사의 사회적 가치는 2023년 3억2000만원에서 2025년 20억원으로 525% 증가했다. 발달장애인 음악축제 ‘그레이트 뮤직 페스티벌(GMF)’은 2억2000만원을 투입해 4억7000만원의 사회적 가치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은 213%였다. 

엄 팀장은 “자원봉사의 규모보다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임팩트가 중요하다”며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봉사가 아니라 임직원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업문화로 만들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기보다 지역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십 년 나눔이 위기 극복 동력으로…포스코가 쌓은 ‘신뢰 자본’ 

이어 김미래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 대리는 오랫동안 이어진 임직원의 나눔이 위기 상황에서 ‘신뢰 자본’으로 작동한 사례를 소개했다. 

포스코는 신입사원 교육부터 봉사활동을 경험하게 하고, 재능봉사단 100여개와 ‘글로벌 볼런티어 위크’, 점심시간을 활용한 ‘V-Lunch’ 등을 운영한다. 우수 봉사자에게는 리워드와 승진 가점을 주며, 임직원 급여 기부에는 회사가 같은 금액을 더하는 1대1 매칭그랜트를 적용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봉사를 ‘개인의 성장’과 커리어 확대로 바꿨다. 로봇·코딩 봉사단원들은 교육 봉사를 위해 스스로 신기술을 습득하며, 교통안전봉사단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던 정비 직업 임직원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제철소 안전관리 직무로 커리어를 전환하기도 했다. 

경제적 가치 역시 수치로 환산했다. 포스코 임직원의 약 70%가 매년 봉사에 참여하며 연간 누적 봉사시간은 36만2038시간에 이르는데, 행정안전부의 환산식을 적용하면 약 99억 원의 가치에 해당한다. 여기에 포스코그룹 36개사 임직원 3만8017명이 조성한 기부금도 연간 약 98억 원에 달한다. 

특히 포스코는 비즈니스 전문성을 연계한 ‘선순환형 사회적 가치’ 창출 구조를 확립했다.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 인공어초(트리톤)를 해안에 설치한 뒤 해양 봉사단이 수거한 불가사리를 친환경 액체비료로 재활용하고, 이 비료로 기른 농산물을 감자빵 등으로 제빵해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김 대리는 이처럼 수십 년간 다져진 관계망과 신뢰 자본이 선명하게 발현된 대표적 사례로 2022년 태풍 힌남노 수해 복구 현장을 들었다. 피해액 1조3400억 원, 침수 설비 6만2600대에 달해 포항제철소 복구에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던 외부의 예상을 깨고, 포스코는 임직원과 지역사회, 산업계가 함께 복구에 나서면서 135일 만에 중대재해 없이 제철소를 정상화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이 과정에 151개 단체와 14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동참했다. 

김 대리는 “사회공헌의 진정한 가치는 단기간에 측정되는 성과가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되는 관계와 신뢰에 있다”며 “기업의 책임 있는 사회공헌이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에서 쌓인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의 회복력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영미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총장은 기업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이 ‘동원’에서 ‘자율적 환경 조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총장은 “그동안 많은 기업이 활동을 정해놓고 인원을 채우는 동원 방식으로 자원봉사를 운영해 왔지만, 자원봉사의 본질은 자발성에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몇 명에게 봉사 기회를 제공했는가가 아니라 임직원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촉진 환경을 얼마나 잘 설계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자원봉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예산, 전문성은 단순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 모두의 역량을 키우는 전략적 투자”라며 “GIVE 지표처럼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프레임을 통해 봉사가 만든 가치와 변화를 입증해 나갈 때 기업 자원봉사가 지속 가능한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자원봉사문화와 공익미디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글로벌 성과 지표인 GIVE의 관점을 실제 기업 자원봉사 현장에 적용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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