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진경 광운대학교 교수
UN 주도 ‘글로벌 자원봉사 참여지수(GIVE)’ 프레임워크 첫선
9월 2일 ‘2026 CSR 포럼’서 기업 ESG 현장 적용 방안 논의
지금까지 자원봉사는 개인의 선의에 기댄 ‘착한 일’로 여겨졌다. 관련 통계도 ‘몇 명이, 몇 시간 참여했나’를 따지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자원봉사를 측정 가능한 사회적 자산으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자원봉사단(UNV)이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한 자원봉사 성과 측정 프레임 ‘글로벌 자원봉사 참여지수(GIVE·Global Index of Volunteer Engagement)’가 대표적이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12일 GIVE 연구·개발 과정에 아시아를 대표해 글로벌 기술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정진경 광운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자원봉사가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가치를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가 GIVE의 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 180개국 공통 틀…적용은 각국 현실에 맞게
UN은 2026년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로 지정하며 자원봉사의 가치를 측정하고 알리는 데 주목하고 있다. GIVE도 이러한 흐름에서 출발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처럼 자원봉사가 사회에 만들어내는 ‘총체적 임팩트’를 가시화하겠다는 목표다.
정 교수는 2024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자원봉사대회(IAVE)에서 UNV 측과 자원봉사 가치 측정을 논의한 것을 계기로 자문단에 합류했다. 2025년 3월 독일 본(Bonn)에서 열린 첫 워크숍에는 UNV와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 각국 통계 전문가 등이 모였다.
당시 가장 큰 과제는 180여 개 UN 회원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국가마다 자원봉사 관련 통계를 수집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었고, 일부 개발도상국은 활용할 만한 통계 자체가 부족했다. 비공식 자원봉사나 지역사회 기반 활동이 기존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한계도 있었다. 정 교수는 “OECD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똑같은 잣대를 댈 순 없다”며 “공통된 틀은 만들되 각국이 가진 데이터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를 거쳐 자원봉사의 가치를 ▲개인 가치 ▲공동체 가치 ▲경제적 가치 ▲촉진 환경(정책 및 제도) 등 4개 차원에서 살펴보는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 세부적으로, ‘개인 가치’는 소외집단에 대한 공감, 기술 습득, 개인적 성장 등을 담는다. ‘공동체 가치’는 사회서비스 지원과 생태계 건강 기여도를 살핀다. ‘경제적 가치’는 봉사 시간과 대체·기회비용 등을 수치화한다. 마지막 ‘촉진 환경’은 법과 정책, 데이터 인프라, 공공 인식 등을 두루 평가한다.
GIVE는 국가별 데이터 여건에 따라 활용 지표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인·공동체·경제적 가치는 가구 및 지역사회 설문 등 미시 데이터를 주로 활용한다. 촉진 환경은 UNV·ILO·세계은행 등이 보유한 거시 통계를 활용하는 식이다. 다만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단위가 제각각인 데이터는 같은 기준의 점수로 바꾼 뒤, 개인·공동체·경제·촉진 환경 등 4개 영역별 결과로 종합한다.
◇ “세계 자원봉사 1등 가리는 지수 아니다”
정 교수는 GIVE를 국가별 순위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등, 2등을 가리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각 나라가 어디에서 강하고 어디가 부족한지를 파악한 뒤 개선 방향을 찾는 도구입니다.”
현재 GIVE는 지표 산출 방식의 뼈대와 예시만 잡혀 있는 프레임워크 단계다. 정 교수는 올해가 GIVE의 개념을 전 세계에 알리고 각국 정부에 데이터 수집을 독려하는 확산기라면, 내년은 본격적인 검증기라고 설명했다. UNV는 2027년에 자원봉사 관련 데이터 기반을 갖춘 약 50개국을 선정해 실제 국가 데이터를 GIVE 프레임워크에 대입해 지수를 시험 산출하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 교수는 “서로 다른 지표들을 어떻게 똑같이 표준화할지, 통계적으로 타당한지 학술적 검증을 거치는 2단계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 기업자원봉사도 ‘몇 명·몇 시간’ 넘어야

GIVE의 네 가지 관점을 국내 기업자원봉사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사단법인 한국자원봉사문화와 공익미디어 <더나은미래>는 다음 달 2일 서울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2026 CSR 포럼–기업자원봉사 임팩트: UN Volunteers의 GIVE를 중심으로’를 개최한다.
기존 기업자원봉사는 주로 참여 인원과 봉사시간을 성과로 제시해왔다. 이번 포럼은 GIVE의 관점을 바탕으로 임직원의 성장과 지역사회와의 신뢰, 유급 봉사제도 등 내부 환경까지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기업자원봉사의 평가 기준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날 정 교수는 국내 최초로 GIVE 프레임워크를 대중에 소개한다. 미국 자원봉사 전문기관 ‘포인츠 오브 라이트(Points of Light)’ 측이 글로벌 동향을 짚고, SK이노베이션·퍼솔코리아·포스코 등 주요 기업이 임팩트 측정 실무 사례를 나눈다. 행정안전부의 정책 방향 발표도 이어진다. 정 교수는 “자원봉사자를 단순한 실적 관리용으로 대하지 말고, 조직과 비즈니스에 실질적으로 어떤 임팩트를 남기는지 진단해 달라”며 기업과 공공 부문의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행사 참가 신청은 한국자원봉사문화 홈페이지와 행사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할 수 있다.
◇ AI 시대, 자원봉사가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이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 교수는 자원봉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제도화된 이타성’이라면, 자원봉사는 시민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이타성’입니다. 결국 이 자발적 이타성이 높은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입니다. AI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라지만, 타인과 공감하고 스킨십을 나누며 관계를 구축하는 자원봉사는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가장 완전한 ‘인간다움의 실현’입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