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8>
[인터뷰] 치 펀 히우 CIIP 디렉터
연구부터 촉매자본·투자 연결까지…임팩트 시장 기반 만든다
“더 많은 자본이 임팩트로 향하려면 시장의 공백과 실패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저희는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그 해법을 찾습니다.”
치 펀 히우(Chii Fen Hiu) 임팩트투자·실천센터(Centre for Impact Investing and Practices·CIIP) 디렉터는 지난 9월 17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나 CIIP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CIIP는 싱가포르 글로벌 투자회사 테마섹에서 출발한 비영리 임팩트 투자 전문기관이다. 2026년 3월 말 기준 순포트폴리오가치가 5180억 싱가포르달러(약 550조 원)에 이르는 테마섹은 2007년 필란트로피 자산 관리를 위해 테마섹 트러스트를 설립했다. 이후 테마섹 트러스트는 임팩트 투자와 생태계 조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2022년 CIIP를 세웠다. CIIP는 연구와 임팩트 측정·관리, 기업 육성, 투자자 연결 등을 통해 임팩트 투자 시장의 기반을 만든다.

CIIP가 먼저 보는 것은 자본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지점이다. 투자 의향과 자금이 있어도 왜 기업과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살피고, 시장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짚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발표한 ‘아시아의 기후 적응과 회복력(Climate Adaptation and Resilience in Asia)’ 연구다. CIIP는 테마섹, 인베스코 등과 아시아 자금 제공자 165곳을 조사했다. 이들의 운용자산을 합치면 1조 달러(약 1360조 원)가 넘는다. 관련 분야에 이미 투자하거나 진입을 검토하는 기관이 다수였지만, 실제 투자할 기업과 사업을 찾는 ‘파이프라인’ 부족이 주요 제약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진단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시아의 기후 적응·회복력 해법 250여 개를 상업성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눠 필란트로피와 촉매자본, 상업자본이 각각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제시했다. 사업모델 강화와 투자 위험 완화뿐 아니라 투자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와 투자자의 내부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봤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 양쪽의 역량도 키운다. 투자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임팩트 측정·관리 교육을 하고 관련 기준과 도구를 확산한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진행한 ‘SDG 벤처 스케일러’에서는 성장단계 기업 30곳에 사업 자문과 투자자 연결, 임팩트 측정·관리 교육을 제공했다. 기업 육성 프로그램 ‘앰플리파이어(Amplifier)’에서는 자금과 멘토링, 전문 자문을 제공하고 기업 고객과도 연결한다.
◇ 먼저 위험 감수해 ‘다음 투자’ 끌어낸다
히우 디렉터는 임팩트 투자 시장을 키우는 데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촉매자본은 일반 투자자가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을 먼저 부담하거나 긴 회수 기간을 받아들이는 자본이다. 장기간 회수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고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본과 인내자본은 한정돼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더 큰 규모의 기관·상업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촉매자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활용 방식은 다양하다. 보증을 제공하거나 손실의 일부를 먼저 부담해 상업·기관 투자자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같은 날 열린 촉매자본 세션에서는 처음부터 ‘다음 자본’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은행의 대출이나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 등으로 이어질 경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CIIP는 이런 촉매자본을 앰플리파이어에 적용했다. 필란트로피아시아얼라이언스(PAA)와 함께 운영하는 12개월 프로그램으로, 2024년 기후·자연 분야 기업 5곳으로 첫 기수를 꾸렸다. 이듬해에는 고용과 지속가능한 관광, 섬유 순환경제 등 세 분야로 범위를 넓혔다. 첫 기수에는 기업당 최대 25만 싱가포르달러(약 2억7000만 원)를 지원했다.
지원금은 ‘회수가능 보조금(recoverable grant)’ 형태였다. 매출이나 후속 투자 유치 등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면 상환하는 방식이다. 자금 외에도 업계 멘토를 연결하고 법무·세무·지식재산권(IP)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문을 제공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할 기업 고객도 연결한다. 히우 디렉터는 “참여 기업들은 자본만큼이나 기업 고객과 파트너를 만날 기회를 높이 평가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지원 사례가 필리핀 농수산물 공급망 기업 ‘마야니(Mayani)’다. 마야니는 소농·어민의 생산물을 호텔과 식품기업, 유통업체 등에 공급해 판로를 넓히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산물 손실을 줄이는 사업을 한다. 2023년 기준 13만9000명 이상의 소농·어민과 약 500곳의 기업·기관 고객을 연결하고 있었다. 마야니는 앰플리파이어에서 받은 보조금을 저온유통 시설 확충에 활용했다. 이후 100만 달러(약 13억6000만 원)가 넘는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 은행·재단·투자자 한자리에…필요한 곳에 맞는 자본 붙인다
기업 육성과 함께 서로 다른 자본이 움직일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도 CIIP의 역할이다. 히우 디렉터는 “은행, 펀드매니저, 패밀리오피스, 재단은 모두 조금씩 다른 언어를 쓰고 목표도 달라 이들을 한 테이블에 앉혀 기대를 맞추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이 협력하면 복잡한 사회·환경 문제에 동원할 수 있는 자본도 커진다. 그는 이를 아시아 임팩트 시장이 마주한 과제이자 기회로 봤다.
핵심은 자본의 총량보다 어느 단계에 어떤 자본을 배치하느냐다. CIIP는 필란트로피와 공공부문, 상업 투자자 등이 맡을 수 있는 역할과 서로 보완할 지점을 찾고, 이를 파트너십과 프로그램, 금융 수단으로 구체화한다.

이를 위한 자리 중 하나가 지난 5월 테마섹과 공동 개최한 ‘임팩트 인베스팅 라운드테이블’이다. 자산보유자와 펀드 운용사, 기업, 임팩트 생태계 관계자 등 250명 이상이 참여해 서로 다른 자본의 역할을 논의했다.
CIIP는 지금까지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북아시아로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아직 학습하는 단계다. 이번 일본 방문도 북아시아 임팩트 생태계를 이해하고 현지 파트너와 협력할 지점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과는 이미 일부 교류가 있다. CIIP는 2023년 한국의 임팩트 투자·액셀러레이팅 기업 MYSC와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임팩트 챕터(Global Impact Chapter)’를 공동 개최했다. 이후 행사에도 지원·공동주최 형태로 참여했다. 히우 디렉터는 한국의 혁신기업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거나 동남아 기업이 한국과 연결되는 양방향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CIIP의 궁극적인 목표는 임팩트가 특정 투자 영역에 머물지 않고 경제 전반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이다.
“경제의 모든 주체가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형태로든 임팩트를 고려했으면 합니다. 기업과 투자에서도 자신이 만드는 영향을 더 의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고베=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