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배출 절반인데 기후투자는 16%…아태 시장 파고든 VCP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Asia Impact Nights)<9·끝>
[인터뷰] 케샤브 퓨리 VCP 매니징 파트너
아시아 각 시장 살피고 현지 운용사 통해 기후테크 투자

“아시아·태평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새로운 기후테크에 계속 투자하는 동시에, 이 기술들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실제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비탈리티 캐피털 파트너스(Vitality Capital Partners·VCP)의 공동창업자인 케샤브 퓨리(Keshav Puri) 매니징 파트너는 지난 9월 17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17일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가 열린 일본 고베에서 케샤브 퓨리 VCP 매니징 파트너를 만났다. /채예빈 기자

2024년 설립된 VCP는 아시아·태평양 기후테크에 투자하는 호주 기반 투자사다. 10~15개 기후테크 펀드에 출자하고 일부 기업에는 운용사와 함께 공동투자해, 약 200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VCP가 아시아·태평양에 주목한 배경에는 배출 규모와 투자 자금 사이의 간극이 있다. VCP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1%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기후테크 벤처캐피털 자금 가운데 유입되는 비중은 약 16%다.

이 같은 투자 방식에는 퓨리 매니징 파트너의 경험도 반영됐다. 그는 호주 벤처캐피털 OIF(Our Innovation Fund)와 연방정부 벤처캐피털팀을 거쳐 임팩트 투자사 Tripple에서 일하며 직접투자와 펀드 투자를 모두 경험했다.

기후 분야에서도 기업이 어느 나라에 있느냐보다 기술이 실제 어디에서 쓰일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해외에서 개발한 기술도 현지 운용사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들여와 적용할 수 있다면 투자 대상이 된다. 퓨리 매니징 파트너는 넷제로 달성에 필요한 해결책의 30~40%가 아직 개발이나 시제품 단계에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는 동시에 이를 각 시장에 적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러 현지 운용사에 출자하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 나왔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한두 기업이나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국가와 산업,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기술도 다르다. 여러 펀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살피고, 일부 유망 기업에는 직접 공동투자하는 이유다. 그는 “10~15개 펀드에 투자하면 약 200개 기업에 접근할 수 있다”며 “투자 위험을 나누는 동시에 훨씬 다양한 해결책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에 특화된 투자 모델이 드물었다는 점도 창업의 계기가 됐다. 퓨리 매니징 파트너는 “글로벌 시장을 조사했을 때 유사한 펀드오브펀드는 6~7곳 정도 있었지만 모두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었다”며 “아시아·태평양에 초점을 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 “같은 아시아라도 시장은 다르다”…시장부터 읽는 투자

아시아·태평양에 특화했다고 해서 이 지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퓨리 매니징 파트너는 여러 국가를 살펴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으로 “같은 지역으로 묶여 있지만 시장마다 특성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자금이 들어오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부터 차이가 난다. 한국은 기업공개(IPO)가 활발한 반면 일본에서는 기업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펀드 출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이런 차이가 각 시장에서 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장마다 눈에 띄는 분야도 다르다. 인도에서는 이동 수요가 크고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빌리티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로켓랩 등 딥테크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다시 창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VCP는 운용사를 고르기 전에 해당 시장의 투자 지형부터 살핀다. 어느 산업에서 벤처 규모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지, 어떤 기업과 운용사가 활동하는지를 파악한다. 현지 창업가와 정부기관, 다른 투자자, 대학 액셀러레이터 등과 만나 시장 변화와 투자 시점을 가늠할 정보도 얻는다. 이를 토대로 운용사의 팀과 실적, 투자 전략, 기후 임팩트 등을 살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퓨리 매니징 파트너는 “어떤 신호를 지켜봐야 하고, 언제가 적절한 시점인지를 이해하려 한다”며 “투자에 앞서 시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VCP는 아시아·태평양의 산업 변화에 맞는 기후기술을 발굴해 현지 시장에 연결한다. 대표 사례인 싱가포르 기업 하이드로리프(Hydroleap)는 폐수처리 과정의 에너지·자원 사용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다. /Hydroleap

지역 산업의 변화가 어떤 기술 수요로 이어지는지도 살핀다. 대표 사례는 싱가포르 수처리 기업 하이드로리프(Hydroleap)다. 폐수처리 과정의 에너지·자원 사용을 줄이는 기술로, AI와 반도체, 농식품 산업 성장에 따라 늘어나는 물·냉각 수요에 대응한다.

◇ “기후테크, 산업에 적용해 실제 문제 해결해야”

기후테크 시장의 과제는 기술 개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배터리와 태양광 가격은 낮아졌고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이미 나온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퓨리 매니징 파트너의 진단이다. 특히 기업과 구매자, 정부 등 수요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실제로 사서 쓰는 주체가 움직여야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AI 확산은 새로운 기후테크 수요를 만들어내는 사례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발전뿐 아니라 전력망과 저장장치, 냉각, 건물 효율 등 여러 분야에서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그는 “전력망을 뜯어내고 새로 설치할 수는 없다”며 “전체 과정에서 어디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수요와 투자가 쉽게 맞물리는 것은 아니다. 기후 적응은 퓨리 매니징 파트너가 민간 투자로 연결하기 더 까다로운 분야로 꼽았다. 기업에 투자하려면 결국 “누가 비용을 지불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효율 향상이나 비용 절감처럼 편익을 얻는 주체가 비교적 분명하지만, 적응 분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적응 분야에서는 지금 투자했을 때의 효과뿐 아니라 대응하지 않았을 때의 피해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싱가포르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방조제 등의 해법을 검토하는 사례도 들었다. 당장 드는 비용보다 대응하지 않았을 때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보험사, 지역사회 등 여러 주체가 함께 필요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속도를 높이려면 국가 간 경험 공유도 필요하다고 봤다. 한 시장에서 어떤 기술이 효과를 냈는지,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다른 지역과 공유하면 도입 속도를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VCP는 여러 국가의 펀드에 출자하고 공동투자 기업의 새로운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를 연결하고 있다.

퓨리 매니징 파트너는 “오늘 줄이는 배출은 내일 줄이는 배출보다 가치가 크다”며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없었는지를 공유하고 시장 확장을 도우면서 아시아·태평양의 전환을 가능한 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베=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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