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예빈 기자
99% 기부 선언 그 이후, 저커버그는 무엇을 해냈나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10·끝>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면세 혜택 대신 ‘유연함’을 택한 LLC 구조가 만든 새로운 자선의 방식 교육·과학·정책을 아우르는 ‘직접 개입형 자선’의 실험 2015년 12월, 억만장자가 쓴 공개서한이 관심을 끌었다. 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부부는 딸 맥스의 탄생을 축하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페이스북(현 메타) 지분의 99%를 생전에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시 가치로 약 450억달러(약 66조원).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선언과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세제 혜택이 보장되는 전통적 재단을 세우는 대신, 유한책임회사(이하 LLC) 형태의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이하 CZI)’를 출범시켰다. 이름은 자선 이니셔티브지만, 법적 구조는 영리 회사와 같아 사기업에 투자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형태다. ◇ LLC, 혜택을 포기하고 자유를 얻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은 기부금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만, 영리 투자나 정치 활동은 엄격히 제한된다. 매년 국세청에 사업보고서(990)를 제출해 자산 운용 내역·기부자 정보·임원 보수 등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상 대부분의 재단은 ‘보조금(grant) 지급’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저커버그 부부는 이런 전통 재단 구조의 제약을 LLC 형태로 우회했다. 세금 혜택을 포기하고, 대신 정책·시장·여론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풀옵션’을 선택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CZI 출범 당시 “세제 혜택은 받지 않지만, 사명을 더 효과적으로 실행할 자유를 얻었다”며 “투자로 발생하는 순수익 또한 이러한 사명을 달성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베이 창업자는 ‘빅테크’를 견제하는 데 자기 돈을 쓸까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9> 오미디야르 네트워크 비영리·LLC를 동시에 활용한 ‘듀얼 체크북’ 모델의 원조 AI·플랫폼 독점·자본주의 규칙을 다시 설계하는 실험실 “사람은 태어날 때 비슷한 능력을 갖지만, 기회는 평등하지 않다.” IT로 부(富)를 쌓은 기업가가 다시 디지털 기술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온라인 경매 플랫폼 이베이(eBay)를 창업해 31세에 억만장자가 된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 이야기다. 그는 기술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신뢰를 만들 수 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아내 팸 오미디야르(Pam Omidyar)와 함께 ‘오미디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ON)’를 세웠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 아래, 잘 설계된 시장과 디지털 플랫폼이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한 실험이었다. 오미디야르 네트워크의 목표는 명확하다. 디지털 혁신의 과실이 극소수 빅테크 기업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깨고, 기술 발전이 더 많은 시민에게 돌아가도록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가 택한 방식은 자선(Grant)과 투자(Investment)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공익단체에는 보조금을 주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는 직접 자본을 넣는다. 전통적 자선과 벤처캐피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 우리는 하이브리드 재단…“단일한 수단이 아니라, 전체 도구 상자를 쥔다” 이베이가 이커머스라는 새 시장을 열었다면, 오미디야르 네트워크는 실리콘밸리 필란트로피의 새 문법을 열었다. 하나의 이름 아래 비영리 재단(Foundation)과 유한책임회사(이하 LLC)를 나란히 둔 ‘하이브리드 재단’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의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나 로렌 파월 잡스의 ‘에머슨 컬렉티브(Emerson Collective)’가 잇달아 이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배경에는 전통적 재단 모델에 대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조선DB
[단독] 66년간 유지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제, 위헌 심판대 오른다

서울행정법원, 9일 위헌제청…여가부의 반복적 설립 거부가 직접 계기 “주무관청 자의적 판단 막을 명확한 요건 필요” 지적 비영리법인 설립을 주무관청이 ‘허가’해야만 가능하도록 한 현행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일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에 따라, 66년간 유지돼 온 이른바 ‘설립허가제’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특정 부처가 명확한 기준 없이 법인 설립을 거부할 수 있는 구조가 과연 정당한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된 셈이다. 문제의 뿌리는 민법 제32조다.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정작 허가 요건은 법 어디에도 없다. 자격 기준도, 허가 기준도 없이 ‘허가 권한’만 부처에 주어진 구조여서 설립 승인 여부가 행정기관의 해석과 재량에 좌우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은 청소년 교육 단체 A가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에 2024년 6월, 비영리법인 설립을 신청하면서 촉발됐다. A단체는 전국에서 청소년이 환경·차별 등 사회문제를 토론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비(非)법인 단체였다. 그러나 여가부는 ▲2개 시·도 사무소 미확보 ▲재정 안정성 부족 등을 이유로 수차례 설립을 거절했다. 여가부 매뉴얼에는 ‘기본재산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A단체는 500만원을 기본재산으로 출연하고 발기인 2명이 각각 300만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약정했다. 그럼에도 여가부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A단체는 두 번째 신청에서 전국 사업장 3곳을 확보하고 회비 수익을 늘렸지만, 여가부는 “사업이 단발적”이고 “500만원이라는 기본재산은 재정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반복했다. 재정 안정성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2025 추천 인권도서’ 46권 공개

15개 인권 주제 구성…시민과 교육 현장에 새로운 길잡이 역할 기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아 ‘2025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추천 인권도서’를 공개했다. 올해는 15개 주제에서 46권을 선정했으며, 연령과 관심사의 폭을 넓혀 다양한 독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독서를 통해 시민들이 인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더 깊은 논의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책이라는 매개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게 하는 도구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추천 도서를 선정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인권교육 자문위원회는 현직 교육자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실용적인 인권교육 콘텐츠 개발과 교육 현장 자문·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전쟁·분쟁으로 생명과 자유가 침해되는 사례가 지속되고,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혐오와 차별 역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앰네스티는 지적한다. 이 같은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학교는 차별과 혐오가 배제된 공간이어야 하며, 구성원이 젠더·사회적 지위·문화적 배경 등 어떤 이유로도 소외돼선 안 된다는 것이 국제앰네스티의 설명이다. 국제앰네스티 인권교육 자문위원회는 “이번 추천 도서가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주제로 인권을 이야기하고, 인권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의미 있는 동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5 국제앰네스티 추천 인권도서’ 목록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평등·비차별·통합·존중·참여를 기반으로 한 교육 환경 조성을 목표로 다양한 인권교육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스페이스 작당, ‘청년들의 작당’ 4기 모집…낯선 연결 실험한다

12월 28일까지 신청…다양한 배경의 청년이 사회문제 놓고 대화·탐구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 작당은 오는 12월 28일까지 청년 참여 대화 프로그램 ‘청년들의 작당(청작)’ 4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청작’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사회적 고민과 관점을 나누고, 낯선 조합 속에서 새로운 연결을 실험하는 대화 프로그램이다. 올해 주제는 ‘낯선 연결’로, 서로 다른 배경의 청년들이 모여 생각의 경계를 넓히는 경험을 목표로 한다. 노영준 ‘청작 4기’ 공동기획단장은 “우리는 대개 익숙한 틀 안에서 생각하지만, 청작에서 만나는 낯선 조합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청년들이 함께 낯설어지는 순간을 통해 서로의 세계를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여 대상은 ‘세상을 연결하고 싶은 사람’, ‘세상과 더 연결되고 싶은 사람’ 등 관심 있는 청년 누구나 가능하다. 신청과 세부 안내는 홍보물에 게재된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청작’은 스페이스 작당의 대표 청년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관점의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주제로 대화·탐구·실험을 이어온 장이다. 1기는 ▲좋은 경제 공동체 ▲AI 윤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등을 다뤘고, 2기는 ▲지방소멸 ▲정치적 효능감 ▲포기와 선택 ▲협력 기반 교육 등으로 소설·리플릿·보고서·길거리 캠페인 등 창의적 결과물을 냈다. 3기는 안전한 대화장을 주제로 ‘대화 룰북’을 제작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스페이스 작당은 “선 넘는 시도, 낯선 연결, 신나는 작당!”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세대·진영을 초월한 연대와 협력을 추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선한 사람에게 베팅하라” 사회혁신 생태계를 움직인 스콜 재단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7> 스콜 재단 사회적 기업가정신 정의하고 스콜 포럼·스콜 어워드로 사회혁신 생태계의 뼈대를 세우다 ‘영웅적 기업가’에서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로, 스콜式 필란트로피 진화기 제프 스콜(Jeff Skoll)은 ‘테크 1세대 억만장자’ 가운데서도 독특한 궤적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온라인 경매 플랫폼 이베이(eBay)의 초대 사장으로 기업공개(IPO)를 이끌며 막대한 자산을 쌓았지만, 경영 일선에서는 일찍 물러났다. 이후 그가 붙잡은 화두는 “돈을 버는 법”이 아니라 “돈을 쓰는 방식”이었다.  1999년 설립된 스콜 재단(Skoll Foundation)은 그 질문 위에서 탄생한 실험장이다. 스콜은 이베이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재단에 출연해 전 세계 사회혁신가에게 ‘장기 자본’을 맡기는 구조를 설계했다. 사업 아이템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문법을 자선 영역으로 옮겨온 셈이다. 프로젝트 한 건, 성과 지표 몇 개가 아니라 “불공정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문제의식과 그걸 끝까지 밀어붙일 리더십”에 베팅하는 모델. 스콜 재단이 현대 필란트로피에서 ‘임팩트 베팅’의 시초로 불리는 이유다. ◇ “선한 일을 하는 선한 사람에게 베팅하라” 스콜 재단의 설립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선한 일을 하는 선한 사람들에게 베팅하라(Bet on good people doing good things).” 이 조언을 건넨 이는 미국 시민사회 원로 존 가드너(John W. Gardner)다. 존슨 행정부에서 보건교육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시민단체 ‘커먼 코즈(Common Cause)’와 ‘인디펜던트 섹터(Independent Sector)’를 만든 인물이다.  이베이 상장으로 갑작스럽게 억만장자가 된 제프 스콜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다 가드너를 찾아갔다. 당시만 해도 스콜 재단은

‘환경계 노벨상’ 2026 어스샷 상, 한국 후보 5팀 확정

경쟁률 8대 1 뚫은 환경 기술·모델 5팀, 글로벌 심사 거쳐 2026년 최종 수상 여부 결정 환경재단은 세계적 환경상인 ‘어스샷 상(The Earthshot Prize)’의 한국 공식 추천기관(노미네이터)으로서 ‘2026 어스샷 상’에 제출할 국내 후보 5팀의 선정을 마치고 본부에 공식 추천을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어어스샷 상은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2020년 창설한 환경상으로, 자연 보호·대기 정화·해양 복원·폐기물 감축·기후변화 해결 등 5개 부문에서 혁신적 환경 솔루션을 발굴해 지원한다. ‘환경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으며, 수상자에게는 각 100만 파운드(약 19억5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환경재단은 지난 9월부터 ‘2026 어스샷 상 혁신 환경 솔루션 공모전’을 열고 성과가 입증된 국내 기술과 모델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서류·대면 평가를 거쳐 최종 5개 팀을 선정했다. 경쟁률은 약 8대 1에 달했다. 이번에 한국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팀은 ▲식물성 폐자원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 색소로 친환경 염색 공정을 구현한 ㈜그린웨어 ▲미생물 선택적 분해 기술로 저품질 플라스틱을 고순도 산업용 소재로 재생하는 주식회사 리플라 ▲제로에너지 임대주택 ‘노원 EZ House’ 실증을 통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입증한 ㈜제드건축사사무소·명지대학교 ▲발효와 데이터 기술 기반의 식물성 스테이크 상용화를 이끈 주식회사 천년식향 ▲당구대에서 발생한 폐천을 업사이클링해 패션 제품으로 제작한 페셰(PESCE) 등이다. 이들 5개 팀은 어스샷 본부의 글로벌 심사와 현장 검증, 국제 전문가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최종 수상 여부는 2026년 11월 열리는 시상식에서 결정된다. 심사위원단은 “각 팀이 높은 전문성과 실행력을 보여 매우 치열한 경쟁이었다”며 “기술의 우수성뿐

MIT 무료 강의에서 기후금융까지, 미래의 ‘큰 판’ 짜는 휴렛 재단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6>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 오픈코스웨어·클라이머트웍스·기후 금융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자본’ 실험 돈을 쓰는 법보다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를 먼저 묻는 실리콘밸리 재단 크루즈선은 요트보다 뱃머리를 돌리기 어렵다.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변화 속도가 더디다는 뜻이다. 대형 재단도 마찬가지다. 연결된 사람과 돈이 많을수록 방향을 바꾸기 힘들다. 그럼에도 ‘배우면서 전략을 고친다’는 원칙 아래 유연하게 진화해 온 재단이 있다. 실리콘 밸리 1세대 기업 휴렛 패커드 공동 창업자 윌리엄 휴렛(William R. Hewlett)이 세운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The William and Flora Hewlett Foundation·이하 휴렛 재단)이다. 이 재단의 출발점은 창업자의 오랜 실험과 고민이었다. 휴렛은 10년에 걸친 다양한 필란트로피 방식 연구 끝에 1966년 자신의 이름을 딴 ‘윌리엄 R. 휴렛 재단’을 세웠다. 이후 아내 플로라 휴렛(Flora Hewlett)이 세상을 떠나며 대부분의 유산을 재단에 남겼고, 이를 기려 재단 명칭도 지금의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으로 바뀌었다. 윌리엄 휴렛 역시 막대한 유산을 재단에 추가로 기부했다. 이렇게 축적된 자산은 현재 139억 달러(약 20조4100억원)에 이르며, 휴렛 재단은 미국에서 7번째로 큰 재단(private foundation)으로 꼽힌다. ◇ 전략은 고정값이 아니다, 휴렛 재단의 세 번의 전환점  변화는 재단의 핵심 가치였다. 가족이 아닌 첫 회장으로 취임한 로저 W. 하인스(Roger W. Heyns·전 캘리포니아대(UC) 총장은 생전 재단 활동에 깊이 관여했던 플로라 휴렛이 “재단이 시대의 도전에 맞춰 끊임없이 바뀌고 발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기를 바랐다”고

폐현수막 3톤이 ‘아동공간 가구’로…카카오메이커스·기빙플러스 새가버치 프로젝트

폐현수막 3126㎏ 업사이클링해 가구 110개 제작…복지시설 3곳에 기부하며 탄소 916㎏ 감축 카카오의 임팩트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가 재단법인 기빙플러스와 함께 추진한 업사이클링 사회공헌 프로젝트 ‘새가버치’가 전국 아동복지시설 3곳의 공간 개선 작업을 마무리했다. 두 기관은 폐자원의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서 수거한 폐현수막 3126㎏을 업사이클링해 고품질 가구 110개를 제작하고 노후된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행정안전부·지자체·민간기업이 참여해 체결한 ‘폐현수막 재활용 업무협약(MOU)’의 후속 사업이다. 당시 공공과 민간은 폐현수막 재활용 기반을 넓히고 자원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뜻을 모았고, 카카오메이커스와 기빙플러스는 이를 아동복지시설 공간 개선으로 구체화했다. 양 기관은 단순한 물품 기부를 넘어 아동의 정서 발달과 안정감 형성에 중요한 생활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수혜 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실측과 요구조사를 진행했으며, 8월에는 아동 참여 워크숍을 열어 공간을 실제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했다. 사용 연령별 동선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책장·교구장·테이블 등 업사이클링 가구를 제작했다. 공개 모집에는 전국 93개 기관이 지원했으며, 서류 및 현장 심사를 거쳐 ▲서울특별시립 꿈나무마을 파란꿈터 ▲이든아이빌 ▲포항 양학지역아동센터 3곳이 최종 선정됐다. 각 기관은 노후 공간을 새단장하며 아동의 학습·독서·휴식 환경을 개선했다. 서울특별시립 꿈나무마을 파란꿈터의 이남용 팀장은 “여러 아동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학습 몰입도가 떨어지는 환경이었는데, 이번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든아이빌 이소영 원장은 “도서실을 만들고 싶었지만 여건이 부족했는데, 카카오메이커스의 가구

“성별 특성 반영 미흡”…남인순 의원, ‘여성건강 4법’ 개정안 발의

“질환 양상·약물 반응 남녀 다르다…성별 기반 보건정책 마련 필요” 보건의료 정책에 성별 기반 접근을 제도화하기 위한 ‘여성건강 4법’ 개정이 추진된다. 4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별의 특성을 고려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약품 임상시험 시 성차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 건강검진종합계획 수립 시 성·연령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건강검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자살예방기본계획 수립 시 성별에 따른 대책을 포함하도록 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 10월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수면제 졸피뎀 복용 시 여성의 혈중 약물 농도가 남성보다 약 40% 더 높게 유지된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의 권장 복용량을 남성의 절반으로 낮추고, 향후 의약품 임상시험 단계부터 성차(性差) 특성을 반영하도록 의무화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이러한 성별 특성을 고려한 보건의료 데이터 분석과 정책 실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인순 의원은 남성의 주요 질병 요인이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에서 비롯되는 반면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변화, 생리, 임신 등 생애주기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아 남녀 간 질환 발생 요인이 다름에도 현행 국민건강검진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살 사망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3 배 많고 자살 시도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예방기본계획에는 성별에 따른 대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 문제와

한국해비타트, 댄서 모니카와 폭력피해자 안심주거 캠페인 시작

정책 개선 요구 서명 캠페인 진행… 댄스 챌린지와 펀딩으로 시민 참여 확대 국제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는 댄서 모니카와 함께 ‘위드휘슬 폭력피해자 안심주거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은 폭력피해자의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며 시설 및 거주지 정책 개선을 위한 안심주거권 지지 서명 옹호 활동을 펼친다. 현재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의 긴급주거는 단기 대피만 지원하기 때문에 퇴소 후 자립 기반이 부족하면 다시 위험한 환경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한국해비타트는 공식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폭력피해자 보호시설 거주 연장, 거주환경 개선, 안심주거 연계 확대에 대한 지지 서명을 받고 수집된 서명을 관계 부처에 전달해 정책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댄스 챌린지와 펀딩도 병행한다. 폭력피해자를 응원하기 위해 모니카와 댄서 9인이 싱어송라이터 그룹 LAS(라스)의 곡 ‘Break Free’에 맞춰 위드휘슬 댄스 챌린지를 제작했다. 또한 네이버 해피빈 펀딩도 동시에 진행된다. 디자인 스튜디오 고잉스튜디오와 협업한 ‘위드휘슬 키링’을 펀딩 상품으로 선보이며, 수익금은 폭력피해자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직접 활용된다. 캠페인 홍보대사 모니카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 집에서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폭력피해자들이 자신감 있고 밝았던 자신의 모습을 회복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광회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은 “댄 모니카와의 협업으로 폭력피해자의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집고치기, 쉼터 개보수,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심홈세트’ 지원 등 직접 사업과 함께 정책 개선을 위한 활동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달 탐사·머스크 시대, 그 배후엔 ‘엑스프라이즈’가 있었다

10대 기업가 재단이 바꾼 세상의 지도 <5> 엑스프라이즈 재단 정부·대기업이 풀지 못한 난제를 ‘인센티브 경연’으로 공론장에 올리다 경쟁의 문법으로 사회혁신을 끌어내는 엑스프라이즈의 실험 공모전 하나가 민간 우주기업의 등장을 재촉하고 성장의 불씨를 당겼다.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이 주최한 ‘안사리 XPRIZE’다. 1996년 1000만 달러(한화 약 147억원) 상금을 걸고 시작된 이 대회는 전 세계 팀을 향해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정부 지원 없이 민간 자금만으로’, 그리고 ‘재사용 가능한 유인 우주선으로 두 차례 우주 비행을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상업적 우주비행 시장의 가능성이 현실의 문턱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 경쟁에 모이는 아이디어가 혁신을 만든다 인류를 위한 혁신을 촉진하는 엑스프라이즈(XPRIZE)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유망한 인재를 선별해 자금을 지원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인재들이 스스로 몰려와 경쟁할 수 있는 ‘인센티브 공모전’을 설계한다. 안사리 XPRIZE처럼 불가능해 보일 만큼 과감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 위에 거액의 상금을 얹는 구조다. 엑스프라이즈의 논리는 분명하다. 인센티브 경연대회는 전 세계 혁신가에게 독창성을 발휘할 무대를 제공하고, 대담한 아이디어가 지닌 위험을 분산하며, 무엇보다 ‘측정 가능한 결과’를 남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1994년 미국에서 공식 출범했다. 창업자는 그리스계 미국인 공학자이자 의사인 피터 디아만디스(Peter H. Diamandis)다. 흥미로운 점은 출범 당시 디아만디스에게는 상금으로 줄 1000만 달러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거부(巨富)가 막대한 사재를 출연해 설립하는 일반적인 ‘사적 재단(Private Foundation)’과 달리, 엑스프라이즈는 아이디어 하나로 외부 후원자를 찾아 나서는 ‘공익 자선단체(Public Charity)’의 길을 택했다. 그는 “우주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