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줄일 것인가”… 유엔 협약, 14일 제네바서 최종 담판 [글로벌 이슈]

9개월 전 부산 회의서 무산된 ‘전체 생애주기’ 규제
재정·기술 지원 놓고도 선진국·개도국 갈등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추진해온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오는 1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1)에서 합의에 실패한 지 9개월 만이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는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약을 채택,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을 근절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협약 초안에는 ‘디자인·생산·폐기’ 전 단계를 규제하는 ‘전체 생애주기’ 관리 원칙이 포함됐다. 하지만 부산 회의에서는 생산 감축 여부, 유해 화학물질 규제 범위, 생애주기 관리 도입을 둘러싸고 각국이 첨예하게 맞서 문안은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작년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1)에서 합의에 실패한 이후로 8월 14일 제네바에서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Unsplash

이번 제네바 회의(INC-5.2)의 최대 쟁점도 바로 ‘전체 생애주기’ 규제다. 미국은 개막 직후 협약 문구에서 해당 표현을 삭제하자는 제안을 공식 제출했다. 생산 규제를 반대하고, 대신 재활용·디자인 개선·폐기물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이다. 이는 석유·석유화학 업계의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이란도 생산 단계 규제에 반대한다. 반면 유럽연합(EU), 소규모 도서국, 아프리카연합 등 100여 개국은 생산 총량 제한과 유해 첨가물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개발도상국 재정·기술 지원 문제도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도서국·아프리카연합 등은 협약 이행을 위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재정 지원과 기술 이전을 선진국에 요구한다. 폐기물 관리·재활용 인프라 구축 자금뿐 아니라 기술·노하우 공유, 지식재산권(IPR) 장벽 완화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일본·호주·캐나다 등은 자발적이고 유연한 지원을 선호하며 의무화에 반대한다. 회의에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수수료를 활용한 기금 조성, 국제기금 설립안도 논의되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 결의안이 채택되자 기뻐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2022년 3월에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 결의안이 채택되며 총회 참가자들이 기뻐하던 모습.ㅅ022년 3월에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 결의안이 채택되며 총회 참가자들이 기뻐하던 모습. /신화통신사 연합뉴스

강력한 협약 채택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로이터 통신은 8일, 강력한 조치를 지지하는 국가 연합인 ‘High Ambition Coalition’이 협상 결렬 시 투표 절차 도입, 별도 강력 규제 협약 체결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먼저 규제를 채택하고 이후 다른 국가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협상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에콰도르 외교관은 중간 평가에서 “진전이 충분치 않다”며 “14일은 단순한 마감일이 아니라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막연설에서 “플라스틱 오염은 생태계·강·바다를 훼손하고, 생물 다양성과 인체 건강을 위협하며, 취약계층에 부당한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 2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와 시민사회 대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산업계 이해가 과도하게 개입해 협상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기업 포획(corporate capture)’ 위험을 경고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