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감축은 기후대응이자 산업 전략”…한국의 선택은?

국제협약 막판 조율… “범용 생산 줄이고 고부가 전환해야”
석유화학 업계 구조 침체 속 정부 역할론 부상

전 세계가 플라스틱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 논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도 기후 대응과 산업 생존을 동시에 꾀할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 관계자들은 플라스틱 감축이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산업 전환’의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시대의 국제외교 및 국내 산업 전환 전략’ 토론회에는 외교부와 환경부, 산업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INC-5.2)를 앞두고 한국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 초안을 조정하는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를 앞두고 7월 2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시대의 국제외교 및 국내 산업 전환 전략’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기후솔루션

오는 INC-5.2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 초안을 조율하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협상이다. 쟁점은 1차 플라스틱, 즉 폴리머 원료의 생산을 감축하는 내용을 협약에 명문화할 것인지 여부다. 이미 유럽연합(EU), 케냐, 파나마 등 95개국은 지난 6월 ‘니스 선언’을 통해 1차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지지한 바 있다.

◇ “석유화학 산업, 이제는 고부가·친환경으로 전환해야”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전 세계 4위 수준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출 경쟁 심화로 구조적 침체에 직면해 있다. 플라스틱 내수 시장도 인구 감소와 소비 절감 기조 속에서 축소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산업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유정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한국이 국제 협상에서 감축 목표를 지지하면, 중동·중국 등 신규 설비 확장을 억제하는 외교적 효과가 있다”며 “동시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녹색 전환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재활용률이 세계 평균 9%에 불과한 현실에서 감축 없는 정책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하며 “한국 기업의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산업계 역시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기반 마련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지속가능경영본부장은 “업계는 고기능성 수지나 재활용 원료 기반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시장과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라며 “정부가 기술 실증, 설비 전환, 인증 체계 마련에 대한 정책과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강 넥스트연구원은 “유럽은 청정산업딜을 통해 산업 전환 기업에 보조금·대출·세제 혜택을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도 전환계획을 명확히 밝힌 기업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제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야”…정부도 변화 예고

정부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국내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꽃님 외교부 녹색환경외교과 과장은 “미국·중동 국가들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되지만, 국제 공감대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미 산업계도 저가 범용 플라스틱 대체를 고민 중이며, 협상이 한국 산업에 강력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미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은 “EU 등에서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새 정부의 탈플라스틱 로드맵에 전주기적 전환 전략을 포함할 것”이라며 “국제 흐름과 국내 산업 정책 간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넘어 생산 감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 석유화학산업 또한 구조적 침체 속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저탄소 제품 생산으로 산업전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24일 토론회에서 공유됐다. /Unsplash

이학영 국회 부의장은 축사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생산·소비를 줄이는 ‘탈플라스틱’ 실천이 필요하다”며 “석유화학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탈플라스틱 로드맵은 이제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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