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 공급 과잉 심화, 재생에너지 경쟁력에 밀려 수요 급감
조선업계 LNG선 중심 수주전략 재고 필요성 제기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구조적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23일 전 세계적으로 운항하지 못하고 유휴 상태인 LNG선이 전체 선대의 약 10%에 해당하는 60척에 달하며 이로 인한 좌초자산 규모가 약 108억 달러(한화 약 15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을 전후해 시장 수요보다 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대규모 투기성 발주가 몰리며 공급 과잉이 심화한 데 따른 결과다. 2019~2022년 사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가 계기가 됐다. 장기계약 없이 미래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적 발주가 대거 이뤄졌고 이때 발주된 선박이 2024년 하반기부터 대량 인도되며 공급 과잉이 심화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고, 일부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되면서, LNG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정체됐다. 이에 따라 LNG선 침체를 19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유조선 시장이 과포화됐던 것처럼 순환적 침체로 봐선 안 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체가 재생에너지 확산이라는 에너지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린 구조적 위기라는 것이다.
시장 불균형은 운임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신형 TFDE(삼중연료 추진) 선박의 1년 정기용선료는 하루 2만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고연비의 2스트로크 엔진 선박도 일 3만 달러를 넘지 못한다. 이는 대부분의 선사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노후 선박의 조기 폐선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상선과 현대LNG해운은 2000년대 초반 건조된 선박을 폐선 조치했다.
LNG 물동량 증가율도 시장 둔화를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글로벌 LNG 물동량 증가율은 0.3%에 불과해, 과거 연간 6~8%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수입 터미널 가동률도 2019년 44%에서 2023년 38%로 하락했다.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인프라 확충이 무분별하게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공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운조선 연구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건조 중인 LNG선은 303척이며,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98척이 인도될 예정이다. LNG선 시장 역사상 가장 빠른 공급 속도다. 그러나 퇴출당할 수 있는 구형 증기터빈 선박은 209척에 불과해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국내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2022년에 수주한 LNG 운반선은 2025~2027년 사이 본격 인도될 예정이지만, 이후에는 신규 발주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주 절벽’을 우려하며 LNG선 중심의 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에너지공급망 담당 연구원은 “LNG는 신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점차 뒷순위로 밀리고 있고, 화석연료 수송선으로서의 수명도 끝나가는 흐름이다”며 “단기적 조정 국면이 나타나더라도 조선업계가 잘못 판단해 LNG 운반선의 과잉 공급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이라고 분석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공적금융 팀장은 “해상풍력설치선박 같은 신사업에서는 시장 선점 경쟁에 들어서면서 해외 기업들이 일찌감치 경쟁 중”이라며, “한국도 불황 속에서 모잠비크 LNG 선 발주 같은 경제성이 불확실한 사업에 금융지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조속히 조선업의 다음 기회 선점을 위해 나아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