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상 또 결렬…‘생산 감축·화학물질 규제’ 최대 난제

갈라진 진영, 합의제 방식이 발목

국제사회가 추진해 온 ‘플라스틱 오염 종식 협약’이 또다시 좌초됐다.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무리된 ‘플라스틱 오염 종식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 회의(INC-5.2)’가 결론 없이 끝난 것이다. 협상 무산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약 제정 논의는 2년째 표류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제품 내 화학물질 규제였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과 유해물질 단계적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미국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재원 마련과 의사결정 방식도 걸림돌이었다. 개발도상국은 ‘오염자 부담금’을 요구했으나 일부 국가는 거부했다. EU는 다수결을 통한 의사결정을 지지했지만 산유국은 끝까지 만장일치를 고집했다. WWF 글로벌 정책 책임자 자이나브 사단(Zaynab Sadan)은 “대다수 국가는 강력한 협약을 원했지만, 소수 반대국과 ‘합의(consensus)’ 중심 절차가 이를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협상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도 영향을 미쳤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각국에 “플라스틱 제품 제한과 같은 포괄적 접근을 지지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위가 제시한 중재안 역시 생산 감축과 화학물질 규제 내용을 담지 못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만장일치 중심의 협상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교착 상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협상위는 후속 회의(INC-5.3)를 예고했지만,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되는 한 협상 교착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박민혜 WWF 한국 사무총장은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소비가 큰 국가로서 탈플라스틱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며 “정부는 2030 ‘플라스틱 로드맵’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기업들도 대체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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