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SR 대전환: 자원봉사 미래를 다시 묻다 <1>
IBM·RMHC(맥도날드), 글로벌 기업의 자원봉사 전략 사례 공유
“기업 자원봉사는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플랫폼이자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넓히는 핵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CSR의 ‘세계화’와 ‘지역화’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각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기업 시민정신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 강운식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의 이 발언은 이날 논의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국가·기업·시민이 참여하는 자원봉사가 어떻게 글로벌 CSR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가 집중 논의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니콜 시릴로 IAVE 사무총장은 전 세계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행동 촉구(Global Call to Action)’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지금은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기”라며 “기후위기·불평등·권위주의 확산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자원봉사는 잠재력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자원봉사가 SDGs 달성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지역 공동체 회복, 민주주의 강화, 정신·신체 건강 개선 등도 주요 효과로 꼽혔다. 그러나 “이 가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의무감’이 아니라 ‘명확한 명분(cause)’을 중심으로 참여를 결정하는 등 동기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에 맞는 새로운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직원 이해가 자원봉사의 출발점”
그렇다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어떤 해법을 선택하고 있을까. 글로벌 기술기업 IBM은 자원봉사 전략의 핵심을 ‘직원 이해’에 둔다. 교육·멘토링 등 지적 활동을 선호하는 직원과 현장 중심 활동을 선호하는 직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세분화해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사가 모든 활동을 직접 설계하기보다, 외부 파트너 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 프로그램 범위를 넓히고 직원 선택권을 키우는 방식이다.
임직원의 자원봉사 동기를 높이는 장치도 마련했다. 유옌 펑(Yue Yean Feng) IBM 아태지역 사회공헌 총괄은 “직원의 자원봉사 1시간을 일정액으로 환산해 직원이 지정한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자원봉사 시간을 시스템으로 투명하게 기록·공유함으로써 직원 참여가 높아지고, 활동이 사회적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머리가 아닌 마음”…RMHC가 말한 ‘사람 중심 CSR’
직원을 중심에 둔 관점은 맥도날드의 사회공헌 전략에서도 확인됐다. 제프리 존스 로널드맥도날드하우스자선재단(이하 RMHC) 코리아 회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며, 구성원 간 신뢰와 팀워크가 갖춰질 때 기업은 강해진다”고 말했다.

존스 회장은 노동조합 갈등이 잦았던 한 제약회사가 매칭기부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참여율이 95%에 이르고, 직원들의 소속감이 높아지며 내부 갈등이 완화된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기부금의 변화를 직원이 직접 확인하는 경험’이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자원봉사의 특징도 짚었다. RMHC는 전 세계에 입원 치료를 받는 아동 가족이 병원 인근에서 머물 수 있도록 제공하는 가족 숙소(로널드맥도날드 하우스) 400여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존스 회장은 이 가운데 한국 하우스의 자원봉사자 수가 단일 시설 기준으로 가장 많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 팀을 이루고, 역할을 나누고, 활동 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공동체성이 매우 강하다”며 “돈으로 보상하면 봉사는 일이 되지만, 인정과 기회를 주면 직원의 성장을 이끄는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존스 회장은 “CSR의 본질은 사람이며,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현 한국자원봉사문화 창립자(전 IAVE 회장)는 “지속가능성 시대의 자원봉사는 공동체를 다시 잇는 인간의 본능이며, CSR은 그 지혜를 미래 세대와 공유하겠다는 기업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