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SR, ‘기부’에서 ‘전략적 투자’로

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2>
CJ·현대모비스·카카오모빌리티 CSR 실행 사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 ‘기부’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각 기업이 가진 고유한 자산, 예를 들어 문화·기술·인력·네트워크 등을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됐다.

이번 포럼은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글로벌·로컬을 넘나드는 새로운 CSR 전략을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가 집중 논의됐다.

◇ 단순 기부에서 전략적 투자로…CJ 글로벌 CSR 전략은?

CJ는 ‘문화 기반 CSR’의 확장 전략을 제시했다.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 단장은 이날 “국가가 있어야 기업도 존재한다”며 “한국형 CSR 모델을 글로벌 현장에서 실질적 임팩트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는 그동안 영화·음악·뮤지컬 등 문화 기반 사회공헌부터 소외 아동·청소년의 문화 체험·자립 지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민 단장은 “CJ는 사업적 강점을 사회 문제 해결에 연결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계열사 인프라를 활용한 창작자 지원 사업은 CJ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CSR 포럼’에서 발언하는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 단장의 모습. /한국자원봉사문화

글로벌 CSR 전략에서는 ‘파트너십’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민 단장은 “CSR이 단순 기부를 넘어 전략적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이 임팩트를 결정짓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CJ는 유네스코와 협력해 소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베트남 감독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영화제 수상작도 배출했다. 베트남 소수민족 농가와 협력해 고추를 재배하고, 이를 CJ 공급망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이 사업은 현지 정부·코트라와 함께 ‘One Village, One Product’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CJ그룹의 ‘베트남 소녀 교육 프로젝트’ 활동 현장. /CJ

CJ는 문화적·인적·사회적 자산을 기준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약 22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 단장은 “과거 인풋 중심 CSR에서 벗어나 성과를 명확히 측정하고 외부와 투명하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CSR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팩트 측정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모비스는 ‘참여’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활용으로

현대모비스는 사회공헌의 무게 중심을 ‘참여형 조직문화’에 두고 있다. 이재성 현대모비스 사회가치전략팀 책임매니저는 “사회공헌은 진정성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2021년 도입한 ‘임직원 기획형 봉사’는 직원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상반기에만 1200명이 참여하며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다. 활동 유형도 다양하다. 자립준비청년과의 여행 동행, 임직원 기술을 활용한 오디오북 제작, 전통문화 복원, 환경정화 등 현장 중심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성 현대모비스 사회가치전략팀 책임매니저가 지난 12일 열린 ‘글로벌 CSR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자원봉사문화

해외 법인에서는 현지 대응형 CSR을 강화하고 있다. 멕시코 법인의 학교 설립 프로젝트는 지역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청년 고용률을 6% 상승시킨 사례로 소개됐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모빌리티 기업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단순 기부가 아닌 ‘가치 투자’ 개념으로 CSR을 재정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기업의 본업을 기반으로 한 CSR을 추진하고 있다. 오선영 카카오모빌리티 브랜드전략마케팅팀 이사는 “카카오모빌리티 CSR의 본질은 연결”이라며 “이동·데이터·기술이라는 고유 자산을 사회문제 해결에 구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내비의 ‘실종자 정보 전달 프로젝트’는 실시간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한 사례다. 재난 경보 시스템 역시 플랫폼 기술이 공공성과 결합한 형태로 소개됐다.

‘글로벌 CSR 포럼’에서 사례를 소개하는 오선영 카카오모빌리티 브랜드전략마케팅팀 이사의 모습. /한국자원봉사문화

특히 ‘기브셔틀’은 이동 자체가 봉사 활동이 되도록 설계한 참여형 CSR 모델로, 기사·사용자·파트너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오 이사는 “MZ세대가 원하는 봉사는 ‘의미 있는 경험’”이라며 “‘기브 앤 겟(Give&Get)’ 구조가 플랫폼 CSR의 지속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김지영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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