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SR 대전환 : 자원봉사의 미래를 다시 묻다 <3>
‘2026 세계자원봉사의 해’ 앞둔 한국…정부·기업·시민 거버넌스 재편 방향은
정부가 2026년 ‘세계 자원봉사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를 계기로 자원봉사 생태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사전 공개했다. 12일 한국자원봉사문화와 IAVE(세계자원봉사협의회),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CSR 포럼’에서 심규동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 사무관은 “정부·기업·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자원봉사는 기부나 선행을 넘어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내용은 행안부가 12월 5일 공식 발표할 계획인 정책 방향 일부다.

국내 자원봉사 규모는 ‘1365 자원봉사 포털’ 기준으로 연간 참여 인원 180만 명, 활동 건수 약 1400만 건, 1인당 연평균 활동 시간 24.95시간 수준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주요 기업 임직원의 연평균 봉사 시간이 4.2시간에 그쳤다. 그는 “규모는 유지되지만, 사회문제 해결력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행안부는 자원봉사 기본법을 근거로 5년 단위 국가계획을 운영해 왔다. 현재는 제4차 기본계획(2027년까지)이 진행 중으로, 전국 246개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 보험, 재난 분야 안전보장 체계가 이 계획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민간 앱과의 연계를 허용해 1365 포털 중심이던 신청 창구를 넓혔다. 은행 5곳이 연계 서비스에 참여하며 누적 조회 건수는 37만 건을 넘었다.
정부는 2026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자원봉사 가치 확산과 인정 ▲사람·지구·생명을 잇는 실천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이다. 이에 따라 국가 캠페인과 홍보 사업을 확대하고, 가치측정 지표를 새로 마련해 기존의 ‘투입 중심’ 평가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체 회복과 생태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한다.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해 AI 기반 매칭 시스템과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원봉사자·관리자 역량 강화 지원책도 확대한다. 지역 기반 거버넌스 역시 강화할 계획이다. 심 사무관은 “여전히 봉사가 기부·물품 전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기반 활동과 기업 연계형 프로그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기업 참여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원봉사 우수 기업 인증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정부 포상도 확대한다. 현재 12곳인 포상 기업은 사례 공모전으로 2곳을 추가해 14곳으로 늘린다. 중소기업의 인력·자원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획·컨설팅을 제공하는 지원 체계도 만든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자원봉사자에게 소액 혜택을 제공하는 민간 네트워크 모델 등도 검토 대상이다. 심 사무관은 “정부는 제도와 플랫폼을 정비하고, 기업과 지역은 전문성과 현장을 연결해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와 자원봉사 전문 비영리기관이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 국가 전략을 설계했다. 정부가 ‘연 100만 명 자원봉사자 육성’이라는 비전 2030 목표를 제시하자, 자원봉사기관 ‘가단(GADAN)’은 목표 설정부터 방법론, 운영지침, 평가체계까지 국가 기준을 하나의 표준화 모델로 정립했다. 금융·부동산·에너지 기업들과 워크숍·연구·벤치마킹을 병행해 기업 CSR과 국가 전략의 정합성도 높였다.
이러한 ‘민관 정렬형 모델’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자원봉사자 120만 명을 기록하며 정부 목표치를 조기 초과 달성했다. 아메드 나지 전무이사는 “초기부터 정책과 현장을 한 체계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럽 자원봉사단체 볼리야스(Volies)는 글로벌 자원봉사 전략의 출발점을 ‘내부 진단’으로 본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현황을 점검하고, 직원·리더십·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분석한 뒤 운영 구조와 책임 체계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스페인의 한 에너지기업이 기획한 ‘국제 자원봉사 주간’에도 적용됐다. 각국 직원들이 지역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그 해결책이 본사 전략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셀리나 레스타(Celina Lesta) 볼리야스 프로그램 디렉터는 “자원봉사가 직원 참여도와 기술 개발, 인재 유치 등 기업 전반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는 만큼, 사전 준비와 활동 후 평가·보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라며 “진정한 글로벌 전략은 사람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때 완성된다”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김지영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