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 김봉진 “기부도 사업처럼…검증·전환·확장이 변화 만든다”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더기빙플레지 서명 이후 ‘구조 바꾸는 기부’ 강조
아산나눔재단 성장트랙 8개 팀, 사용자 실험·데이터 기반 전략 등 6개월 성과 공개

“이기심도 나 자신에서 주변과 공동체로 확장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아산나눔재단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2025’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의 말이다.

김 창업자는 “기부도 사업처럼 작게 시작해 검증하고, 필요하면 과감히 피보팅(전환)하며, 공식을 찾으면 대규모로 확장해야 한다”며 “재능·경험·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임팩트는 더 크게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자선 넘어, 구조를 바꾸는 필란트로피로”

김 창업자의 자선 활동 출발점은 “딸을 키우며 느낀 문제의식”이었다. 그는 “내 아이가 좋은 교육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또래 아이들도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고민 끝에 2018년 ‘우아한 영향력 선순환 기금’이 만들어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억 원을 기부 약정하며 조성된 장학 사업으로, 초등학교 6학년 50명을 첫해 장학생으로 선발해 고교 졸업까지 7년간 학습·정서·식생활·해외 탐방 등을 지원했다.

김 창업자는 같은 해 100억 원 기부를 선언하며 국내 1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서명자가 됐다. 빌 게이츠·워런 버핏이 만든 이 세계적 자발적 기부운동에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는 “글로벌 기빙플레지 회원들과 교류하며 단순 자선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아동의 인터넷 접근권, 환경 오염 지표 개발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필란트로피를 봤다”며 “그 경험이 나의 관점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배달 라이더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배달서비스 공제조합’ 설립에도 참여했다. 직접 47억 원을 출자하며 조합 출범을 도왔고, 조합은 시중 보험 대비 45% 저렴한 보험료로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10만 명을 넘겼다. 그는 “의료비를 보조해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여러 사람과 협력해 시스템 자체를 바꾼 경험이 더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현재 김 창업자는 아내 설보미 씨와 함께 ‘봉앤설 이니셔티브’를 운영하며 다문화·이주배경·난민 가정 청소년에게 ‘봉앤설 선순환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최대 2학기까지 등록금 전액과 성장지원비가 지급된다. 그는 “기부도 사업처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에도 기업가정신을…아산 성장트랙, 8개 팀 성과 공개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성장트랙에 참여한 8개 팀이 6개월간의 여정을 발표했다. 2021년 시작된 프로그램은 혁신적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비영리 조직을 발굴·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강은선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 매니저는 비영리스타트업을 “기업가정신·기술·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초기 비영리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조직 단계에 따라 ‘도전 트랙’과 ‘성장 트랙’을 구분해 프로젝트 비용과 멘토링, 단기 사무공간(마루시드존)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50여 팀이 총 22억9000만 원의 지원을 받았고, 2024년 기준 참여 팀들의 정기 후원금은 22% 증가,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32% 늘었다.

올해 성장트랙 참가팀은 지난 5월부터 6500만 원의 지원금을 기반으로 사업 구체화와 실행을 진행했다. 멘토단은 모두의연구소 김승일 대표,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등이 참여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을 전수했다.

올해 참가팀 중 이동 약자의 ‘정보 부족·도움 불확실성’ 문제를 다룬 ‘계단뿌셔클럽’은 접근성 정보 5만 건을 축적했음에도 실제 사용자 증가가 제한적이라는 과제를 확인했다. 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뷰 기능을 객관식으로 단순화한 ‘쉬운 참여의 기술’과 리뷰 작성 시 긍정 경험을 강화하는 ‘칭찬 팝업’을 적용해 핵심 사용자 60명을 확보했다. 다음 단계로 문화예술·스포츠 분야 접근성 정보까지 확장해 핵심 사용자를 1000명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꿈을짓는학교 ▲뉴웨이즈 ▲러블리페이퍼 ▲스프링샤인 ▲오션캠퍼스 ▲자원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등 8개 팀이 비영리 영역에서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엄윤미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비영리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은 조직인 만큼 지속가능성과 문제 해결력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란트로피 활동가들이 협력해 더 큰 사회적 시너지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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