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개 부스·40여 세션, 대기업·사회적기업·정부 ‘연결의 장’
MZ 겨냥 체험형 프로그램·AI 콘퍼런스·가치소비 바자회 마련
입구에 들어서자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친다. 장애인 바리스타가 건넨 아이스 커피를 들고 몇 걸음 옮기니, 친환경 아이스크림을 맛보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전시장 바닥에는 ‘미래세대의 길’, ‘기후환경의 길’ 등 테마별 색상의 라인이 메인 무대까지 이어져,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로 향하게 된다.

오는 8월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이렇게 보고, 즐기고, 느끼는 축제가 될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정부·기업·학계 등 다양한 주체가 사회문제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는 ‘연결’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 흩어진 행사, 한 지붕 아래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스페셜 프로그램’이다. LG화학의 ESG 인터뷰 유튜브 채널 ‘대담해(8월 25일 오후 3시10분)’, 현대해상의 ‘아이마음 캠페인(8월 26일 오후 1시)’, KOICA ‘2025 혁신의 날(8월 25일 오후 4시40분)’ 등 각 기관이 외부에서 진행하던 대표 프로그램을 행사장으로 옮겨왔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발달지연과 양육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시작한 ‘아이마음 캠페인’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보험사로서 현대해상의 새로운 사회공헌 방향성을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천코코네스쿨은 둘째 날인 26일 오후 4시30분부터 ‘글로벌 칼리지 스타트업 포럼(GCSF)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 창업가들이 사회문제 해결 사례를 발표하며,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나오히로 시치조 히토츠바시대학 교수 등이 한·일 학생 창업가 양성 및 투자 지원 사례를 소개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같은 날 오후 2시 ‘2025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을 연다. 올해 주제는 ‘사회적기업의 소셜비즈니스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가치를 만드는 일과 시장’으로,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차별화된 일자리와 변화하는 시장·기술 환경 속 새로운 기회를 짚는다. 발제에는 이수인 에누마 대표,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노동정책국장, 윤석원 AI웍스 대표이사가 나선다.
사전 행사로는 토크콘서트 ‘당신의 다음 직장은 사회적기업입니까?’도 마련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젊은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단순한 직업을 넘어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함께 듣고 공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다른 기관들이 하던 좋은 사업을 페스타 안에서 함께 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번 행사를 총괄하는 김종상 대한상의 국가발전팀장은 “각자 하던 활동을 한 곳에 모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 MZ세대 겨냥…토크콘서트·AI 콘퍼런스 열려
올해 주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 저출산, 청소년 자살률, 가정 해체 같은 사회문제와 함께 AI 에너지 사용, 기술 격차 해소 등 기술의 역할도 다룬다. 김종상 대한상의 국가발전팀장은 “저출산, 가정 해체, 청소년 자살률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AI의 에너지 사용 문제, 기술 격차 해소 등 기술이 사회문제 해결 도구로서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집중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도 곳곳에 마련됐다. 배달의민족은 25일 오후 4시 30분 ‘먹거리 선택권’ 관점에서 배달앱 접근성을 다루고, 카카오임팩트는 25~26일 ‘돕는 AI 콘퍼런스’를 연다. 딱딱한 토론 대신 토크콘서트 형식을 도입해 젊은 세대가 ESG를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임팩트 관계자는 “이번 ‘돕는AI 콘퍼런스 2025’에는 34명의 AI 엔지니어와 사회혁신가들이 모여 AI 기반 사회문제 해결과 생태계 조성을 논의한다”며 “관람객들은 전시·체험·시네마존 부스를 통해 재난 대비 교육 게임, 저사양 백내장 진단 앱, 느린학습자 지원 서비스, 휠체어 맞춤형 피트니스 게임 등 다양한 ‘돕는AI’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고, 개발자·기획자·연구자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협업 생태계를 만들며, 참가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실질적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관람객들은 페스타 현장에서 가치소비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사회적가치(SV) 플랫폼 ‘소백(SOVAC·Social Value Connect)’은 지파운데이션과 함께 바자회를 열고, 50여 개 사회적기업이 마련한 상품을 판매한다. 참가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면, 그 수익은 결식아동 지원에 쓰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5배 넓어진 공간에 300여 부스, 40여 강연·토의 세션, 네트워킹 장을 운영한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대기업은 사회공헌을 하고 싶어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기업은 연결고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며 “페스타를 통해 자발적 협력 모델이 만들어지는 생태계를 그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장기적으로 참여 기관이 주도하는 ‘협의체’를 꾸려, 스스로 운영되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조 원장은 “사회적 가치는 함께할수록 효과가 커진다”며 “기업·정부·시민단체의 힘을 모아 1석 다조 효과를 내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