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두드리니 “샐러드 올린 햄버거입니다”…시각장애인 돕는 AI 탄생

시각장애인·농민·아동 등 현장 목소리 담은 청년 프로젝트
SK텔레콤 “AI와 함께하는 ESG…사회문제 해법, 미래세대와 찾겠다”

스마트폰 뒷면을 두 번 두드리자 AI가 “샐러드와 베이컨이 올려진 햄버거 사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두 번 두드린 뒤 “메뉴 얼마야?”라고 묻자, “가격은 1만8800원입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T FLY AI X SOVAC Challenger’ 시상식에서 소개된 화면 음성 안내 서비스 ‘필링크(FEELINK)’의 시연 장면이다. 시각장애인의 모바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팀이 직접 개발한 솔루션이다.

‘FLY AI X SOVAC Challenger’는 SK텔레콤과 SOVAC이 함께 운영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이다. 2022년 시작된 이 과정은 지금까지 363명의 교육생을 배출했고, 올해 7기에는 66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해 9개 사회적기업과 함께 12개 과제를 해결했다. 참가자들은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설계, UI 개발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 SK텔레콤 임직원과 교수, 디자인씽킹 전문가로부터 멘토링을 받으며 사회적기업의 현안을 다뤘다.  

◇ 기존 스크린리더 한계 넘어…시각장애인·노년층 모두 활용 가능

6명의 청년이 모인 ‘열정2팀’은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이 개발한 ‘필링크(FEELINK)’는 시각장애인의 모바일 이용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팀원 김주혁(25)씨는 “배달 앱의 통짜 이미지 때문에 세부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복잡한 화면에서 불편을 겪는다”며 “현재 모바일 환경은 시각장애인 친화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팀은 한빛맹학교 학생과 하상장애인복지관 이용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서비스의 한계를 확인했다. 스크린리더는 화면을 터치한 부분의 텍스트만 읽어주기에 통이미지 화면에서는 ‘텍스트 없음’ 또는 ‘이미지’라고만 안내했다. 사물을 촬영해 설명해주는 앱도 있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올바른 각도를 맞추기 어렵고 초점이 잡혔는지 확인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열정2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기능을 도입했다. 음성 기반 상호작용과 간단한 제스처다. 스마트폰 뒷면을 두 번 두드리면 화면이 자동 캡처돼 서버로 전송되고,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사진 오른쪽 위에는 작은 유리잔에 담긴 붉은색 액체가 있습니다”처럼 상세한 설명을 들려준다.

추가 정보가 필요하면 다시 두 번 두드려 ‘채팅 모드’로 진입하면 된다. “리뷰 내용을 알려줘”라고 물으면 AI가 즉각 답하는 방식이다. 앱을 따로 열지 않아도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돼, 기존 사용 중이던 앱을 닫을 필요가 없다. 또 스크린리더와 연동돼 텍스트는 스크린리더, 이미지는 필링크로 안내받을 수 있어 운영체제와의 충돌도 없다.

한빛맹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베타테스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기존 서비스로는 불가능했던 이미지 설명을 빠르고 정확하게 들을 수 있어 편하다”, “질의응답식이라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주혁씨는 “필링크가 쇼핑·SNS·온라인 강의 등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넓혀줄 것”이라며 “특히 인터넷 강의에서는 칠판 필기를 음성으로 설명받을 수 있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씨 크기가 작은 화면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에게도 훌륭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정보 접근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시각장애인·농민·아동 위한 맞춤형 AI  

이날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상과 우수상도 발표됐다. 최우수상은 ‘패기6팀’의 ‘호버 AI(Hover AI)’가 받았다. 가전제품에 많이 쓰이는 터치스크린은 시각장애인에게 큰 장벽인데, 호버 AI는 카메라가 손끝 위치와 화면 글자를 인식해 “이 버튼은 전원입니다”, “현재 10분 타이머가 켜져 있습니다”라고 음성 안내한다. 버튼을 누르기 전 기능을 알려주고, 기기 상태까지 읽어줘 조작 실수를 줄인다.

우수상에는 두 팀이 선정됐다. ‘열정3팀’의 ‘들여다밭’은 농지의 토양 상태를 분석하고, 야생동물·침입자를 감지해 알림을 보내준다. 전문가와 대화할 수 있는 챗봇도 붙였다. 구리시 농민과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청년 농업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팀인 ‘패기3팀’은 아동 발달 상태를 분석하는 ‘토닥토닥’을 선보였다. 부모가 육아일지를 쓰거나 영상을 올리면 AI가 발달지연 가능성을 알려준다. 연구진은 “이 서비스가 보급되면 발달장애 조기 진단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는 “AI를 ESG 경영에 접목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며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기업 혼자가 아닌 미래세대와 함께할 때 더 풍부하고 다채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적기업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솔루션들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평가하며 오늘의 성취가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SK텔레콤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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