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비용’에서 ‘전략’이 되려면

성과 측정 기반의 ‘성과기반금융(OBF)’ 확산…펩시코 등 글로벌 기업 도입
성과 데이터와 이해관계자 공감이 지속성의 관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임팩트 측정과 관리를 위해 성과기반금융(OBF·Outcome-Based Finance)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순 투입 중심의 사회공헌은 ‘비용’으로 남지만,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토대로 성과연계금융을 도입한다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6일 열린 ‘사회적가치페스타’ 세션에서 임가영 사회적가치연구원 SV거래화연구팀 선임연구원이 글로벌 기업의 성과기반금융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UNGC가 주최한 세션에는 국내 주요 기업의 ESG·사회공헌 담당자 13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26일 임가영 사회적가치연구원 SV거래화연구팀 선임연구원이 글로벌 기업의 임팩트 관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UNGC

성과기반금융은 사회·환경적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자금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성과를 입증하면 재원이 뒤따르고, 기업은 동시에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대표적 사례로 펩시코 멕시코(PepsiCo Mexico)는 국제금융공사(IFC)와 함께 7500만 달러 규모 프로그램을 도입해, 공급업체가 탄소배출 저감·인권 보호·아동노동 근절 등의 목표를 달성하면 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금융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은 자발적 준수와 공급망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성과기반금융의 전제는 ‘측정’이다. 이날 현장에서 조진형 前 카카오그룹 ESG지원팀 프로젝트 리더는 카카오가 개발 중인 성과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그룹 차원의 성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한 이 모델은 가격(P), 수혜자 규모(Q), 효과 크기(M)을 조합한 ‘PQM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외부 홍보보다 내부 실무진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사업의 사회적 가치를 내부적으로 판단할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왼쪽부터)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과 이영준 LG화학 글로벌CSR팀 팀장, 정연주 카카오 CA협의체 ESG시너지팀 팀장, 배철용 유한킴벌리 사회책임 워크그룹 팀장이 패널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 /UNGC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이해관계자 설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배철용 유한킴벌리 사회책임 워크그룹 팀장은 “40년간 CEO가 다섯 번 바뀌었음에도 같은 사회공헌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내부 구성원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성과 데이터를 통해 조직 내 결정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와우 모멘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영준 LG화학 글로벌CSR팀 팀장은 “사회공헌은 사업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맞춤형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주 카카오 CA협의체 ESG시너지팀 팀장은 “숫자는 강력한 설득 도구지만 KPI가 되면 오히려 진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숫자와 함께 좋은 이야기가 있을 때 이해관계자에게 변화를 상상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은 비랩코리아 선임매니저는 국제적 기준인 ‘비콥(B Corp)’ 인증을 소개하며 글로벌 임팩트 지표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시장에서 성과로 인정받아 인센티브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실행 사례를 확산하고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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