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임팩트 ‘임팩트 커리어와 생태계 인사이트’ 현장
대학·조직·네트워크 6개 기관 협업, 11월 SSIR 매거진서 결과 공개
“대학과 임팩트 생태계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입니다. 대학은 청년들의 커리어 니즈와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생태계는 청년 인재 유입을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구조와 언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두 주체를 연결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2025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의 ‘임팩트 커리어와 생태계 인사이트’ 세션에서 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 소속 김현중 씨(SSIR 한국어판 에디터)가 강조한 말이다. 이날 현장에는 대학·비영리·네트워크 등 임팩트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각자의 시선에서 임팩트 커리어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었다.
◇ 대학, 임팩트 커리어의 장벽을 낮추다
임팩트 커리어의 출발점으로서 대학의 역할도 짚였다. 김 씨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반영, 교육부 지원 사업 지표 개편 등으로 대학 환경이 변했고,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와의 파트너십이 확산됐다”며 “학교 내에서는 캡스톤 디자인·PBL 등 실행 중심 교육이 자리 잡으며 사회혁신 교육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학생들에게 임팩트 커리어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학점 인정으로 접근성을 넓히며,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혁신과 임팩트 생태계의 존재를 보여주고, 교육과 경험을 통해 커리어 역량을 개발하도록 한 점에서 대학의 역할이 컸다”며 “이제 학생들은 ‘이 경험이 실제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대학이 보다 전략적이고 의도된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이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 과제”라며 “이를 위해 생태계 간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연구 조직과 교육 기관을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일 때 대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착한 일’ 넘어 가치관 맞춘 커리어로
“미취업자 544명을 조사한 결과, ‘임팩트’라는 개념을 정확히 아는 청년은 5.5%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 의향을 보이는 비율은 27.2%에 달했습니다. 낮은 연봉, 고용 불안정, 성장성 부족 같은 구조적 요인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실제 커리어 시작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이혜란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팀 브랜드매니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임팩트 커리어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27.2%에 해당하는 청년들을 찾아내 확신과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임팩트 커리어를 단순한 ‘착한 일’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과 욕망에 맞는 커리어로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트임팩트는 530여 개 관련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SNS 채널을 통해 임팩트 커리어를 새로운 시각에서 소개하며 청년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그는 임팩트 생태계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사회·환경 문제 해결 경험’을 꼽았다. 루트임팩트가 10년째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 캠프’는 지금까지 57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이 중 45%가 생태계 현장으로 진입했다. 그는 “임팩트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주고, 청년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며 확신을 갖고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항구 도시’가 되어야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은 임팩트 커리어를 시장 관점에서 분석하며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임팩트 커리어도 수요·공급의 법칙 안에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정부나 비영리가 공급자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며 맞춤형 접근과 새로운 조직이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임팩트 커리어가 상품·서비스·투자가 결합된 비즈니스 영역으로 발전했지만, 충분한 수요가 받쳐주지 않아 시장 규모가 쉽게 커지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문제의식이 충분한 수요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작은 조직들이 구체적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내를 요구받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아무리 임팩트 커리어 전략을 얘기해도 실제 일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조직 규모 확대와 생산성 제고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술이 이 한계를 극복할 열쇠라고 했다. 사회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높은 비용과 인력, 시간을 줄여야 수요 기반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전 팀장은 임팩트 커리어의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임팩트 생태계는 특정 직업의 정착지가 아니라 누구나 거쳐가는 ‘항구 도시’가 되어야 한다”며, 이를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사회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조직 문화와 개인 역량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션 진행을 맡은 서현선 SSIR 코리아 편집장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사회문제가 늘어나는 시대에 더 많은 인재를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지, 또 그들이 편안히 합류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지 고민해 왔다”며 “이번 자리는 그 고민의 과정을 공유한 것이고, 앞으로도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함께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션은 한양대 SSIR Korea 센터가 추진 중인 ‘임팩트 커리어’ 아티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루트임팩트를 통한 구글닷오알지 후원으로 진행되며,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팀·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임팩트얼라이언스·더나은미래·진저티프로젝트·임팩트리서치랩 등 여섯 개 조직이 협업하고 있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임팩트 커리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오는 11월 SSIR 매거진을 통해 아티클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