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세상도 바꾼다…임팩트 투자 재부상

사회문제 푸는 착한 돈, 임팩트 투자 <1>
글로벌 시장 급성장 속 한국도 사회연대경제 부상하며 재조명

기후위기, 지역소멸, 불평등 같은 복합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팩트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투자 방식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새로운 정책 환경 속에서 재도약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더나은미래>는 '사회문제 푸는 착한 돈, 임팩트 투자' 시리즈를 통해 임팩트 투자의 개념과 역사, 주요 투자자들의 시각, AI·기후 등 새로운 투자 영역, 그리고 개인·기업·재단의 참여 방안 등을 차례로 살펴보며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봅니다. 

투자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이 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따라붙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재무적 수익과 사회·환경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가 새로운 금융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가 글로벌 시장 성장과 사회연대경제 부상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는 2007년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이 주최한 이탈리아 벨라지오 센터 회의에서 처음 공식화됐다. 당시 글로벌 리더들은 기부 중심의 자선이 가진 재원 한계를 넘어, 수익 창출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시장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들은 마이크로파이낸스나 친환경 투자 등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착한 투자’들을 모아, 재무적 수익과 측정 가능한 사회·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 시장을 ‘임팩트 투자’로 공식 명명했다. 이 회의는 모호했던 사회적 투자를 독립된 금융 영역으로 자리매김시킨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2009년에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가 출범하면서 임팩트 투자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 ESG 넘어 ‘행동하는 자본’으로…성과 입증은 필수

임팩트 투자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둘째, 재무적 수익을 기대해야 한다. 셋째, 투자로 창출된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금융권에서 임팩트 투자와 책임투자(RI), 사회적 책임투자(SRI)가 종종 혼용되지만, 목적과 개입의 적극성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RI(책임투자)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가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이 많거나 노동 문제가 반복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투자 판단에 반영한다. SRI(사회책임투자)는 여기에 윤리적 기준을 더해 담배, 도박, 무기처럼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산업이나 기업은 처음부터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반면 임팩트 투자는 보다 적극적이다. 단순히 유해 기업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빈곤 완화, 자원순환, 재생에너지, 교육 접근성 확대 등 특정 사회문제 해결을 사업 모델로 삼는 기업과 프로젝트에 직접 자본을 공급한다. 투자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의도성’을 갖고, 그 결과를 구체적 수치로 입증하는 ‘측정 가능성’을 필수 요건으로 삼는다. 

투자 대상은 다양하다. 재생에너지, 지속가능 농업, 물과 위생, 의료, 교육, 금융 포용, 저렴한 주택,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민간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주거, 의료, 교육과 같은 기본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충분히 해결되지 않던 영역에 새로운 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는 AI 기반 재활용 로봇을 개발한 수퍼빈(Superbin)이 꼽힌다. 수퍼빈은 티비티파트너스(TBT Partners)와 인터베스트(InterVest) 등의 투자를 바탕으로 AI 기반 재활용 로봇과 순환자원 회수 시스템을 확장했다. 2025년 기준 AI 무인회수기 ‘네프론’을 통해 약 5억978만 개의 페트병과 캔을 회수했으며, 이를 고품질 재생원료로 가공해 7206톤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회사는 이를 소나무 약 277만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환경적 성과로 환산했다. 

해외 사례로는 아프리카의 태양광 기업 디라이트(d.light)가 있다. 어큐먼(Acumen) 등 임팩트 투자자의 초기 자금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소득 가구에 태양광 랜턴과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을 공급했다. 지금까지 1억7500만 명의 에너지 접근성을 개선했고, 이산화탄소 3800만 톤 감축 효과를 냈다. 현재 7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8억4200만 달러(약 1조 2382억 원) 규모의 유동화 금융을 조달했다. 

임팩트 투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IIN은 2024년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운용자산을 1조5710억 달러(약 2300조 원)으로 추산했다. 2019년 이후 연평균 21% 성장한 규모다. 한국 시장도 성장세를 보여왔다. 임팩트 측정 전문기업 트리플라잇은 2021년 기준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를 약 73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8년 이후 25배, 2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한 수준이다.

강창모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임팩트 투자의 잠재력을 ‘생태계의 다양성’에서 찾았다. 강 교수는 “한국은 사회혁신 관련 활동이 다양하고 저력도 있어 임팩트 투자의 대상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커질수록 자본의 논리에 맞는 프로젝트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실험적이거나 수치로 성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시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팩트 자본이 커질수록 투자자의 언어와 평가 체계에 맞는 프로젝트가 선택받기 쉬워지고, 그 과정에서 한국 생태계가 가진 다양성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재부상한 사회연대경제, 임팩트 투자 기대감도 커져

이처럼 자본의 획일화를 경계하고 생태계의 본질적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정책적 환경의 변화는 한국 임팩트 투자 시장에 새로운 동력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사회연대경제가 주요 국정과제로 부상하면서 임팩트 투자에 대한 기대도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국정과제에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포함하고, 사회연대금융 중개기관 육성, 정책금융 확대, 보증 공급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을 넘어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사회 구성원 간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경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임팩트 투자와도 맞닿아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성장하려면 보조금에 의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금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승창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앞으로는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의 역할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투자가 필요한 사회적경제 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팩트 투자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한국 시장의 현재 위치와 성장 조건을 둘러싼 질문도 커지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국내 임팩트 투자의 역사와 현장을 짚고, 주요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본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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