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를 필요한 순간에 방출하는 기술, 불이 붙지 않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 인체와 전자기기의 마찰을 줄이는 인터페이스. 서로 다른 연구지만 향하는 곳은 같다. 암 치료와 배터리 화재, 이식 장기 부족처럼 기술만으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회적 난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사장 정무성)이 과학기술 장학생들의 연구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글로벌 무대에 선보였다. 재단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제39회 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UKC 2026)에서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을 주제로 ‘CMK 포럼’을 열었다.

UKC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한미과학협력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학술대회다. 올해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창립 55주년을 맞아 ‘상상에서 혁신으로, 그리고 현실로(From Imagination to Innovation – Into Reality)’를 주제로 5일부터 8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미 양국의 과학자와 연구자, 기업가 등 1000~2000명이 참여한다.
이번 포럼에서 눈에 띈 것은 장학생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 자체보다 연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현대차 정몽구 스칼러십’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지원해 왔다. 이번 UKC에는 장학생 15명이 동행했다.
발표자로는 강유리 포항공과대학교 석박통합과정, 김경현 홍익대학교 석사과정, 최유림 포항공과대학교 석박통합과정 장학생이 나섰다. 좌장은 김정아 플로리다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첫 발표의 화두는 암 치료였다. 강유리 장학생은 초음파와 효소에 반응하는 ‘이중 응답형 젤라틴 미세구’를 활용한 약물전달 시스템을 소개했다. 기존 항암 치료에서는 약물이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강 장학생의 연구는 외부 자극을 이용해 항암제가 방출되는 시점을 보다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필요한 시점과 위치에서 약물을 전달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밀 약물전달 기술이다.
김경현 장학생은 미래 모빌리티의 고질적인 과제인 ‘배터리 화재’를 들여다봤다. ‘루이스 산-염기 상호작용을 통한 비발화성 점토형 고체 전해질 설계’ 연구를 통해 발화 위험을 낮춘 유연한 비정질 고체 전해질을 제안했다. 전기차뿐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처럼 배터리 사고가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서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최유림 장학생은 사람의 몸과 전자기기가 만나는 지점에 주목했다. 인체의 장기와 조직은 부드러운 반면 의료용 전자기기는 상대적으로 단단해, 장기간 접촉할 경우 마찰과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최 장학생은 이를 줄이는 ‘생체 영감형 응력 분산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고 있다. 인체에 장기간 부착하거나 삽입하면서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의료기기로 확장할 수 있어 맞춤형 재생의료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날 포럼에서는 과학기술 연구가 반드시 ‘당장의 쓸모’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도 나왔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필립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펠로우 겸 메릴랜드대학교 물리학과 석좌교수는 장학생 및 한미 대학원생들과의 대화에서 단기적인 성과와 유용성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필립스 교수는 “단기적 성과나 당장의 유용성에 얽매이기보다 자연의 원리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 과정 자체를 즐길 때 비로소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발견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연구자의 지속가능성도 강조했다. 그는 “회복탄력성을 갖기 위해 잠시 연구에서 멀어져 휴식을 갖는 것 또한 연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관계자는 “차세대 과학기술 리더들의 창의적인 상상력과 연구 성과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솔루션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이번 포럼에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과학기술 인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UKC에서는 필립스 교수를 비롯해 엔비디아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말라초스키 펠로우, 미국통계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지현 플로리다대학교 교수 등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8개 분야별 테크니컬 그룹 심포지엄(TGS)과 AI 기반 혁신 포럼, 차세대 과학자의 진로 개발을 지원하는 SEED 프로그램 등도 진행됐다.
현대차 정몽구 스칼러십 장학생들은 TGS와 포스터 세션, SEED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했다. 이 가운데 장학생들은 SEED 프로그램 ‘Best Poster Award’에서 2등을 수상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