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6> SK이노베이션
[인터뷰] 엄상홍 SK이노베이션 CSR팀장
“과거의 사회공헌이 기업이 번 돈을 사회로 단순 환원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이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임팩트가 중요합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난 엄상홍 SK이노베이션 CSR팀장은 기업 사회공헌의 지향점을 이같이 정의했다. 2012년부터 CSR 현장을 지켜온 그는 SK이노베이션 사회공헌을 관통하는 철학으로 ‘혁신(Innovation)’과 ‘진정성(Sincerity)’을 꼽았다.
엄 팀장은 “기업이 지닌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분야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투입할 때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탄소 줄이고, AI로 해법 찾고…‘업의 특성’ 살렸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공헌 전략은 ▲지역사회와의 상생 ▲지속가능한 환경 ▲창의적 사회문제 해결 등 세 축으로 구성된다. 특히 에너지·화학 기업이라는 본업의 특성을 반영해 탄소 감축과 생태계 복원, 친환경 기술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환경 사업이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이다. 엄 팀장은 “에너지·화학 기업이다 보니 비즈니스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 8년간 총 249ha(축구장 약 350개 면적)에 약 100만 그루의 나무를 복원했다.
특징은 나무를 심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에 사회적기업 ‘맹그러브(Manglub)’를 설립해 현지 청년을 고용했다. 이들이 양묘장을 운영하고 나무를 심은 뒤 생육 상태를 관리하며 지역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환경교육도 진행하도록 했다.
정부기관과 대학, 현지 기업, 언론, 비영리단체가 참여하는 ‘베트남 사회적가치 얼라이언스’도 구축했다. 하나의 기업 사회공헌 사업을 현지 생태계가 함께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문제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수단으로 인공지능(AI)에 주목하고 있다. 엄 팀장은 “그동안 많은 시간과 재원, 노력을 들여야만 풀 수 있었던 복잡한 사회 문제들이 AI 기술을 만나면 획기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작한 ‘AI 임팩트 솔루션’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거나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노인의 움직임을 감지해 낙상 위험을 낮추는 기술, 영상 콘텐츠에 AI 기반 수어 통역을 적용하는 기술 등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 ‘돌봄 대상’에서 직업 연주자로, GMF가 만든 10년의 변화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발달장애인 음악축제 ‘그레이트 뮤직 페스티벌(Great Music Festival·GMF)’은 ‘지속성’으로 진정성을 증명한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발달장애인이 복지와 돌봄의 대상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재능을 가진 연주자로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2017년 시작됐다.
“단순히 연주팀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일회성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발달장애인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 맞춤형으로 육성하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시키는 체계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연주팀을 발굴하고 전문 교육을 제공한 뒤 경연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도록 한다. 이후 국내외 공연과 취업 등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발굴-육성-검증-성장-자립’으로 이어지는 인재 육성 플랫폼인 셈이다. 현재까지 326개 팀, 발달장애인 연주자 3313명이 참여했다.
“GMF를 거쳐간 연주자들이 꾸준히 성장해 기업에 취업하고, 직접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들이 전문 연주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사업을 계속해오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몰려 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체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해 측정한 결과, GMF는 2억2000만 원을 투입해 4억7000만 원의 가치(사회적 투자수익률 213%)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아이디어 내고, 직접 뛰고, 기금도 만든다…임직원이 동력
이 같은 사회공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은 임직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봉사활동을 회사가 만들어 구성원에게 참여를 요구하는 프로그램보다, 구성원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직접 제안하는 ‘셀프디자인’ 방식을 운영해왔다. 부서가 봉사를 기획하면 CSR팀은 비영리기관을 연결하고 필요한 예산과 물품, 현장 안전관리 등을 지원한다. 봉사시간은 원칙적으로 근무시간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임직원 자원봉사 참여율은 94%였다.
직원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 구성원이 독립유공자 후손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지원하자는 의견을 냈고, 이후 해비타트와 함께 주택을 수리하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당시 임직원들은 현장에서 직접 집수리에도 참여했다.

재원 조성에도 구성원이 참여한다.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급여의 1%를 기부해 만드는 ‘1%행복나눔기금’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이 기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금 등을 활용해 일부 장기 사업의 재원을 마련한다. 엄 팀장은 “회사 예산에만 의존하면 경영 상황에 따라 사업에도 기복이 생길 수가 있다”며 “별도의 독자적 기금을 활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 팀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기업 사회공헌의 미래를 이렇게 그렸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시혜적 봉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임직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회사의 기술과 자원을 스타트업 및 비영리기관과 연결할 때 진정한 공존이 가능해집니다. 앞으로도 진정성과 혁신을 무기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겠습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