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0> 네스프레소
[인터뷰] 이승오 네스프레소 코리아 마케팅 본부장
“네스프레소의 ESG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커피 농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우리 비즈니스도 존속할 수 없습니다.”
이승오 네스프레소 코리아 마케팅 본부장은 지난달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농가가 황폐화되는 등 전 세계 커피 재배지의 생산성이 위협받는 지금, 커피 기업에게 ESG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 “좋은 커피는 농가의 지속가능성에서 출발”
네스프레소는 두 가지 ESG 전략을 전사적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의 축으로 삼고 있다. 첫째는 ‘AAA 지속 가능한 품질(AAA Sustainable Quality™)’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3년 “좋은 원두만으로는 좋은 커피를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네스프레소는 비영리단체 열대우림동맹과 손잡고, 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 등 열대·아열대 국가 농가에 친환경 농법을 전수해왔다.
프로그램 이름의 AAA는 품질(Quality), 생산성(Productiv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세 요소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산림농업(Agroforestry)으로, 커피 품종에 맞춰 바나나 등 그늘 나무(Shade Tree)를 심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화학 비료 대신 천연 퇴비를 활용해 토양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또한 농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계약·청년 농부 기술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농가의 삶이 개선되지 않으면 청년들이 농사를 이어가지 않는다”며 “지속가능한 커피는 농가의 지속가능성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AA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농가에서는 세대 계승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 농가는 “도시에 나가 일하는 것보다 이 일을 통해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두 딸이 아버지의 커피 농사를 잇겠다고 결정했다. 현재 전 세계 18개국에서 15만명 이상의 농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커피 원두의 94%가 AAA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 소비 이후까지 책임지는 ‘알루미늄 순환 시스템’
또 하나의 ESG 전략은 소비 이후 단계까지 책임지는 ‘알루미늄 순환 시스템’ 구축이다. 알루미늄은 산소와 습도, 빛을 차단해 커피 아로마를 유지하는 최적의 포장재이자, 무한히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네스프레소는 1991년 글로벌 시장에 재활용 체계를 구축했고,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본격 도입했다.
“이미 지구상에는 충분한 양의 알루미늄이 존재했습니다. 재활용 시스템만 잘 구축된다면 더 이상 새로운 알루미늄을 채굴할 필요도 없는 지경이었죠. 캡슐을 만든 기업으로서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수거와 재활용은 필연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캡슐 수거는 소비자가 직접 네스프레소 부티크 등 전국 68개 수거지에 반납하거나, 온라인 주문 시 택배 회수를 신청할 수 있다. 지난 5월부터는 환경부·우정사업본부와의 협업을 통해,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서 재활용백을 신청해 전국 3300여 개 우체국 창구에서도 손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본부장은 “전국 어디서나 우체국을 통해 반납할 수 있게 되면서 재활용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거된 캡슐은 폐기물 재활용 전문기업 IT그린을 통해 알루미늄과 커피 찌꺼기로 분리된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부품·자전거 등으로, 커피 찌꺼기는 퇴비 등으로 재활용된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총 2248톤의 캡슐이 수거·재활용돼 약 1810톤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뒀다.
한편 네스프레소는 2022년, 사회적·환경적 책임과 투명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비콥(B Corp™)’ 인증도 획득했다. 비콥은 거버넌스·노동·지역사회·환경·고객 신뢰 등 5개 영역에 걸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종합 평가하는 국제 인증이다.
이 본부장은 “ESG는 기업 혼자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 속 문화”라며 “2025년을 ESG 대중화의 전환점으로 삼아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과 시스템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