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에서 시작된 지자체 임팩트 펀드, 경기도·서울시·부산시로 확대
기후위기·장애인 건강권 등 지역문제 해결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문제 해결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조금이나 융자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자체가 직접 출자자로 참여해 민간 운용사와 함께 펀드를 만들고, 사회적경제기업·소셜벤처·기후테크 기업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지자체 임팩트 펀드’다.
임팩트 펀드는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사회·환경적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지자체가 출자하는 임팩트 펀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민간 후속투자까지 연결하는 정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 돌봄, 고령화, 지역소멸 등 행정만으로 풀기 어려운 과제가 늘면서 “지역의 문제를 지역 기업이 비즈니스로 해결하도록 투자한다”는 접근이 힘을 얻는 것이다.
국내 지자체 임팩트 펀드의 출발점은 2010년대 사회적금융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처럼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기금이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융자 중심의 지원을 넘어 투자조합 방식으로 발전했다. 중앙정부도 2017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임팩트 투자펀드 조성을 내세웠고, 2018년 금융위원회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사회적경제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정책 과제로 다뤘다.

◇ 성동 20억, 경기 1000억…커지는 임팩트 펀드
지자체 전용 임팩트 펀드의 시초로 꼽히는 곳은 서울 성동구다. 성동구는 국내 소셜벤처의 메카로 불리는 ‘성수동 소셜 밸리’의 자생적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2021년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성동 임팩트 벤처투자조합’을 출범시켰다. 규모는 20억 원이다. 성동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회적 가치를 가졌음에도 담보나 신용도가 부족해 기존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초기 기업들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극복을 돕는 등 ‘초기 소셜벤처의 금융 소외’ 문제에 집중했다. 운용은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와 유진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성동구는 2017년 전국 최초로 소셜벤처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소셜벤처 허브센터와 판로지원, 투자 네트워크를 운영해왔다. 펀드는 이 생태계를 보조금이나 창업공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와 후속투자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였다. 성동구는 2022년 말 후속 펀드인 ‘성동 ESG 임팩트 펀드’도 30억 원 규모로 조성했다. 운용은 MYSC가 맡았다.
성동구의 사례는 광역지자체의 스케일업 펀드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도 내 사회적경제조직이 겪는 자금조달 어려움을 풀고, 사회문제 해결 기업을 ‘임팩트 유니콘’으로 키우기 위해 ‘경기임팩트펀드’를 조성했다. 2023년 10~12월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출자금 50억 원을 포함해 278억 원 규모 펀드를 먼저 조성했고, 2024년 추가 조성을 거쳐 누적 규모를 1063억 원까지 키웠다. 당초 2026년까지 800억 원 조성이 목표였지만, 2년 앞서 1000억 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투자 대상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도내 사회적경제조직이다. 운용은 가이아벤처파트너스, 소풍벤처스, MYSC,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등이 나눠 맡고 있다.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을 투자 의제로 삼았다. 2023년부터 본격 출범한 ‘서울시 기후테크 펀드’는 서울시 기후대응기금을 마중물로 조성됐다. 소풍벤처스 등이 운용사로 참여했고, 2026년에는 서울시 기후테크 펀드 2호 출자사업에서 MYSC가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수도권 밖에서는 지역소멸과 지역경제 침체에 대응하는 펀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부산시는 2018년 195억 원 규모의 ‘CCVC 코리아임팩트 펀드’를 조성했다. 수도권에 쏠린 벤처투자 흐름 속에서 지역 소셜벤처와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펀드로, 운용은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가 맡았다. 경남도는 2020년 22억 원 규모의 ‘경남 청년 임팩트 투자펀드’, 이른바 ‘하모펀드’를 결성했다.
◇ 휠체어 운동 돕고 탄소배출 줄인 투자 소셜벤처들

지자체 임팩트 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경기임팩트펀드의 ‘1호 투자 기업’인 캥스터즈다. 캥스터즈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제자리에서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는 무동력 트레드밀 ‘휠리엑스’를 개발한 스마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기술 소외 계층인 장애인의 건강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려는 기업이다. 경기도 펀드의 투자를 받은 이후 제품 고도화에 나섰고, 현재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성동구 펀드가 투자한 유니크굿컴퍼니와 리하베스트도 주요 사례로 꼽힌다. 유니크굿컴퍼니는 현실 공간에 AR(증강현실) 기술을 입혀 미션을 수행하는 몰입형 플랫폼 ‘리얼월드’를 운영한다. 성동구 펀드의 초기 투자를 발판으로, 성동구가 구축한 민간 VC 네트워크를 통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지역 관광과 문화 활성화의 사례로 주목받았다.
리하베스트는 맥주박 등 식음료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대체 제분 원료인 ‘리너지 가루’를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환경적 가치와 취약계층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내세우며 오비맥주 등 대기업과의 협업을 넓혀가고 있다.
◇ “지자체 출자가 지역 투자 물꼬 튼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지자체 임팩트 펀드의 필요성에 대해 “지자체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기존 수도권에 있는 일반 벤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바로 끌기 쉽지 않다”며 “일자리 창출, 지역 자원 활용 등 비재무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볼 수 있는 투자자들이 초기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가 먼저 출자하고, 그 출자가 강력한 시그널이 되어 결국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