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명 중 1명은 건강한 식단 못 산다…유엔 “유통비용이 건강 격차 키워”

건강한 식단 감당 못 하는 인구 26억9000만명…아프리카는 3명 중 2명
소비자가격의 70~75%는 생산 이후 발생…과일·채소·콜드체인 투자 제안

세계 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과일과 채소, 단백질 등을 고루 갖춘 건강한 식단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가 높은 식품 자체가 비싼 데다 가공·물류·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더해지면서 소득과 거주 지역에 따른 식단 격차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이 21일 발표한 ‘2026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건강한 식단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은 26억9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32.7%에 달했다.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다.

21일 식량농업기구(FAO) 등 유엔 5개 국제기구가 공동 발표한 ‘2026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은 건강한 식단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FP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66.6%가 건강한 식단을 감당하지 못했다. 아시아 28.9%, 중남미·카리브해 25.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세계 전체로는 해당 인구가 2021년 29억7000만 명에서 줄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건강한 식단의 세계 평균 비용은 2025년 1인당 하루 4.28 구매력평가(PPP) 달러로 추산됐다. 국가별 물가 수준을 반영한 기준으로, 2017년 2.94달러와 2021년 3.44달러에서 상승했다.

◇ 식품 가격 70~75%는 농장 밖에서 붙었다

식품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농장 출하 이후 발생하는 가공·유통비용이었다. 소비자가 식품에 지출하는 돈의 70~75%는 생산 이후 단계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가공·물류·도매 등 중간 단계가 최종 가격의 최대 40%를 차지했다. 도로와 저장·운송시설이 부족할수록 신선식품의 손실이 늘어 과일·채소와 동물성 식품의 가격 부담도 커졌다.

냉장 유통망의 공백도 가격 부담을 키웠다. 전 세계에서 냉장이 필요한 식품 가운데 실제 냉장되는 물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추산에 따르면 콜드체인 부족으로 2017년 약 5억2600만t의 식품이 손실됐다.

전국 평균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지역·계절별 가격 차이도 확인됐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일부 지역의 채소 가격이 수도권의 두 배를 넘었고, 파키스탄에서는 몬순 시기마다 과일·채소 가격이 크게 움직였다. 가나는 일부 식품군 가격이 하락하는 등 국가마다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도 달랐다. 보고서는 전국 평균만으로는 이 같은 격차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영양식품 가격 부담 큰데…농업 지원은 일부 품목에 편중

건강한 식단의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채소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과일·채소와 동물성 식품은 건강한 식단 전체 비용의 약 70%를 차지했지만, 곡물 등 전분질 주식은 필요한 열량의 절반을 공급하면서도 비용 비중은 6분의 1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물류·유통 등 생산 이후 비용이 식품 가격의 70~75%를 차지해 건강한 식단의 가격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농업 지원은 과일·채소보다 곡물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6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 갈무리

실제 세계 농업 생산자 지원의 70%는 곡물과 설탕, 유제품, 쇠고기, 유지작물에 집중됐다. 반면 과일·채소·콩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과 생산성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보고서는 이미 저렴한 주식 작물의 생산비만 더 낮추면 일반 식단과 건강한 식단 사이의 상대적 가격 차이가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정된 재원을 곡물에 광범위하게 투입하기보다 과일·채소·콩류의 생산성과 공급을 높이고, 콜드체인과 도로·저장시설 등 생산 이후 단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에서 콜드체인 부족과 높은 동물성 식품 비용을, 중남미·카리브해에서는 운송망과 채소 가격을, 아시아에서는 과일의 수확 후 보관·처리 문제를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식품 손실 감축과 농업 보조금 재설계, 무역 절차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세계 기아 인구는 2025년 6억4500만 명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4년 8.1%에서 7.8%로 낮아졌다. 다만 아프리카의 기아 인구는 3억900만 명으로 아시아의 2억9200만 명을 처음 넘어섰다.

다만 보고서는 최근의 개선 흐름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봤다. 2026년 중동 분쟁과 잦아진 기상이변, 공적개발원조와 인도적 지원 재원 축소가 식량안보의 진전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일·채소와 동물성 식품 등 신선식품은 냉장·가공·운송 과정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이 오를수록 가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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