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사기극’이라 했지만… 유엔총회, 기후연대 목소리 키웠다 [글로벌 이슈]

시진핑 “2035년 온실가스 10% 감축”… 구테흐스 “과학·경제 모두 대응 요구”
이재명 대통령, 다자주의 협력 통한 글로벌 해법 강조

제80차 유엔총회가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세계 정상들과 유엔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성 가치를 한목소리로 강조하며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기후변화를 ‘위대한 사기극’이라고 하며 국제사회의 기후대응을 비난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의 탄소 감축 정책은 경제를 해쳤고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경쟁력을 위협한다”며 “유엔과 다수의 기후 전망은 틀렸고, 잘못된 예측으로 각국이 재산과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 탈퇴를 통보하고 석유·가스·석탄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 기후 대응은 과학적·경제적 요구…중국은 온실가스 7~10% 줄인다

트럼프의 발언 다음 날 열린 ‘UN 기후 정상회의’에서 세계 100여개국은 새로운 행동 계획을 내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상 연설을 통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줄이고, 비화석연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를 2020년 대비 6배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구체적인 감축 수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주석은 “녹색·저탄소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개발도상국에는 재정·기술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전날 트럼프 발언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또 녹색 기술과 산업 협력을 강화해 고품질 녹색 제품이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시장의 주류로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기후 적응 전략과도 맞물린다.

UN 기후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정점대비 최대 10% 감축하겠다고 밝히며 녹색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과학과 경제학 모두 기후 대응을 요구한다”며 “실제로 지난해 청정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의 두 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가 가장 빠르고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며,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 시장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를 지켜낸다는 설명이다. 이어 파리협정으로 인해 10년 전 4도 상승 전망이 3도 미만으로 낮아졌음을 언급하며, 2035년을 위한 새로운 국가계획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청정에너지 전환 ▲메탄 감축 ▲산림 파괴 중단 ▲중공업 탈탄소 ▲기후정의 실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개발도상국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국제 금융 구조 개혁과 부채 경감, 손실·피해 기금 확대 같은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에서 2035년까지 매년 1조 3000억 달러(한화 약 1833조원) 의 기후 재원을 안정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 이재명 대통령 “다자주의 협력이 해법”…한국, 연내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이재명 대통령도 24일(현지 시각) 총회 연설에서 지속가능성 의제를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 2억 800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처해 있고, 분쟁과 기후위기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다자주의 협력이야말로 그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또 “SDGs 채택 이후 빈곤·불평등 해소에 진전이 있었지만 재원 수요는 늘고, 취약계층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국제 개발 거버넌스를 구조적으로 개혁하고 재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으로 책임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해 국제사회의 의지에 동참하겠다고 전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했다. /뉴시스

올해 총회는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열린 만큼 연대 복원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SDG 점검을 위한 ‘SDG 모멘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회의 ▲여성 세계행동강령 30주년 회의 ▲미얀마 로힝야 사태 논의 등 다양한 의제가 이어졌다.

총회 기간 뉴욕에서는 재단·비영리단체의 사이드 이벤트도 활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만든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에서는 참가자들이 ▲HIV 예방 신약 레나카파비르를 저소득국에 연 40달러(한화 약 5만 6000원)에 공급하는 국제 협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41억원) 규모의 사회적기업 펀드 조성 ▲AI를 활용한 만성질환 관리 프로젝트 등 100여 개의 실행 약속이 발표됐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 재단은 아프리카와 스포츠를 연결한 투자 포럼을, 포드재단은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의 피보털과 성폭력 종식 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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