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찾는 곳보다 다시 찾는 곳”…봉화의 관광 전략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 다녀가는 관광객의 숫자만 늘리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시 찾고, 더 오래 머물고,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방문의 이유’가 필요하다.

경북 봉화에서는 퍼머컬처와 웰니스, 소셜링, 미식 등 서로 다른 콘텐츠를 활용해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전환하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임팩트 비즈니스 전문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는 지난 11일 경북 봉화군 산타포레 리조트에서 ‘2026년 Better里 봉화 생활인구 충전 지원사업’ 중간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깊숲, 사유의정원, 업타운, 내일의식탁, 로컬앤라이프 등 5개 참여기업과 봉화군, 임팩트스퀘어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 실증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생활인구 확대 전략을 논의했다.

‘Better里(배터리)’는 관광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지역에서 직접 실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방문객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의 경험을 체류와 재방문, 지속적인 관계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봉화군은 2024년부터 3년째 사업을 이어오며 외부 기업의 기획력과 지역 자원을 결합하는 실험을 축적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사업모델을 확장하는 ‘확산 분야’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발굴 분야’에 총 5개 기업이 참여했다. 공통된 질문은 하나다. ‘봉화에 굳이 다시 와야 할 이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기업들이 내놓은 답은 저마다 다르다. 깊숲은 퍼머컬처에 관심 있는 참가자들이 2박 3일 동안 농장에 머물며 직접 일하고 배우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유의정원은 백두대간의 산림자원과 고택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웰니스 리트릿을 선보인다.

업타운은 봉화의 고택을 무대로 청년들이 1박 2일 동안 함께 머물며 사람과 관계에 집중하는 소셜링 프로그램 ‘촌스러운 짝 in 봉화 고택’을 운영한다. 내일의식탁은 지역 생산자와 식재료를 연결한 미식·발효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로컬앤라이프는 기존 지역 체험 프로그램들을 하나의 체류형 여행상품으로 연결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퍼머컬처부터 웰니스, 관계형 여행, 미식까지 콘텐츠는 다르지만 봉화의 자연과 공간, 사람, 식재료 같은 지역 자원을 각 기업의 전문성과 결합해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꾼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이날 중간간담회의 핵심 화두 역시 ‘앞으로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봉화를 찾게 될 것인가’였다.

참가자들은 ‘2036년 봉화’를 가상의 미래신문으로 만들어본 뒤,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거꾸로 짚어보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봉화와 같은 소도시가 가진 교통·숙박 인프라의 한계도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그러나 모든 제약을 대규모 시설과 인프라 확충으로 해결하는 대신, 봉화의 거리감과 한적함 자체를 하나의 경험 가치로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숲속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도시의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경험처럼 이른바 ‘의도적 고립’을 원하는 고객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찾아올 정도로 장소성과 콘텐츠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결국 ‘모두가 찾는 관광지’보다 ‘특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반복해서 찾는 지역’을 만드는 전략이다.

실제 이날 논의에서는 숲속 깊은 공간에서 경험하는 퍼머컬처, 백두대간 산림과 고택을 결합한 웰니스, 청년들이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관계형 체류, 지역 생산자와 식재료를 깊이 있게 경험하는 미식 프로그램 등이 봉화만의 방문 이유를 만들 수 있는 사례로 공유됐다.

이러한 현장 실증은 지역 정책을 설계하는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콘텐츠에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체류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어떤 인프라가 부족한지를 실제 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봉화군이 관광 인프라 투자나 지원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논의는 개별 기업을 넘어 봉화 전체의 관광 전략으로도 확장됐다. 한 조는 ‘취향을 가진, 재방문율 높은 생활인구를 유치하는 지역’을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대형 관광시설이나 대표기업 한 곳에 의존하기보다 퍼머컬처·웰니스·미식·관계형 여행처럼 각자의 명확한 고객층을 가진 ‘작지만 강한 기업’ 100개가 봉화 곳곳에서 성장하며 저마다의 방문 이유를 만드는 방식이다.

또 다른 조는 사유의정원, 업타운, 내일의식탁이 가진 서로 다른 콘텐츠를 ‘웰니스’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어 계절별 ‘봉화 웰니스 축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봉화를 국내를 넘어 해외 방문객까지 찾는 웰니스 지역으로 성장시키자는 구상이다.

지역 기관과 기업의 협업도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기업이 함께 새로운 야간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례처럼 기존 지역 자원에 외부 기업의 기획력이 더해질 경우 개별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 전체의 관광 경쟁력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팩트스퀘어는 남은 8~9월 동안 참여기업의 현장 실증과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각 기업은 실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업모델을 보완하고, 오는 9월에는 실증 결과와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임팩트스퀘어는 이번 봉화 사례를 토대로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로컬벤처·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연결하는 지역 실증 방식을 고도화해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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