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단 62% ‘미래세대’ 지원…기후·지역소멸 관심은 2곳뿐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1>
21곳 중 13곳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지원
단순 자금 지원 넘어 심리·일경험·자립까지 복합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는 시대에 정부와 시민사회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늘면서 자원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공익재단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30곳을 대상으로 주력 의제와 사업 운영 방식, 파트너십, 임팩트 측정, 기술 활용 등을 묻는 공통 설문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응답 재단 21곳의 전략과 실행 사례를 분석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의 관심은 아동·청소년·청년 등 미래세대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을 주요 의제로 꼽은 곳은 적었다. 지원 방식은 장학금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립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었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3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재단 21곳 중 11곳(52.4%)이 ‘올해 중점적으로 보는 의제’에 대한 질문에 ‘청년 자립 및 취업’을 선택했다.

이 같은 관심은 실제 대표사업의 지원 대상에서도 나타났다. 21개 재단이 제출한 대표사업을 분석한 결과,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가운데 하나 이상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은 재단은 13곳(61.9%)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복지재단은 ‘삼성보육사업’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과 교직원 교육, 보육프로그램 개발·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연간 사업비는 약 230억 원으로 영유아 약 7000명과 교사·직원 1700여 명이 참여했다. 개별 아동뿐 아니라 보육기관과 교직원까지 함께 지원하는 구조다.

청소년의 경험과 진로를 넓히는 사업도 있다. CJ나눔재단의 ‘CJ도너스캠프 문화동아리’는 영상미디어·음악·공연·요리 분야 청소년 동아리에 팀당 창작활동비 300만 원을 지원하고, CJ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 코칭, 관련 전공 대학생 멘토링을 연결한다. 2025년까지 약 1750개 동아리, 청소년 2만여 명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250개 동아리에서 약 27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진로와 취업까지 이어졌다. 이랜드재단의 ‘인생학교’는 약 3개월간 자립준비청년이 자기이해와 직업관 정리, 취업 실전교육, 직무 현장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랜드 임직원이 1대1 직무 멘토링에 참여하고, 수료 뒤에는 개인별 계획에 따라 언어·자격증·AI 교육 등을 추가 제공하며 역량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종료 이후 삶의 많은 결정을 홀로 감당해야 하고 관계망도 부족해 작은 시행착오가 큰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생학교를 통해 단기 취업교육을 넘어 삶의 기본기와 실전 경험, 멘토링까지 개인의 성장계획에 맞춰 지원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 기후·지역소멸보다 청년에 몰린 기업공익재단의 시선

‘청년 자립 및 취업’의 뒤를 이어, 이주배경·다문화 지원을 집중 의제로 선택한 곳은 6곳(28.6%)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지원 및 일자리는 5곳(23.8%), 저출생 및 아동 돌봄과 비영리·사회적경제 생태계 지원은 각각 4곳(19.0%), 노인 돌봄 및 복지는 3곳(14.3%) 순이었다.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기후위기와 환경을 중점 의제로 꼽은 곳은 아산나눔재단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 2곳(9.5%), 지역소멸 및 균형발전을 선택한 곳도 신한금융희망재단과 신협사회공헌재단 2곳(9.5%)에 그쳤다. 청년 자립·취업을 선택한 11곳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후위기를 선택한 아산나눔재단은 초기 기후테크 창업팀을 육성하는 ‘아산 유니버시티(Asan UniverCT)’를 통해 에너지·탄소관리, 순환경제 등 분야의 기술 사업화와 투자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그린 소사이어티’로 기후기술 연구자의 연구개발과 기술 사업화, 해외 실증 등을 지원한다.

지역소멸을 중점 의제로 꼽은 재단들은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었다. 신한금융희망재단은 지역 농산물 판로와 돌봄서비스를 청년 창업·일자리와 연결하는 지역 문제해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신협 행복한집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취약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전주한지 등 지역 산업을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 단순 자금 지원 넘어 ‘복합 지원’으로

지원 방식도 달라지고 있었다. 장학금이나 생활비처럼 한 가지 자원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심리·정서, 교육, 일경험, 취업 등을 함께 지원하거나 당사자가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 나타났다. 

교보교육재단의 ‘우리동네 무장애 지도’는 장애인과 비장애 청소년이 한 팀을 이뤄 지역 내 식당·카페·병원·공공시설 등을 직접 방문해 출입구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 이동 가능 여부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온라인 지도에 기록하는 사업이다. 장애인에게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비장애 청소년이 지역사회 속 장벽을 직접 발견하도록 한 구조다. 

여러 어려움을 한 사업 안에서 함께 다루는 ‘복합 지원’도 늘고 있다. IBK행복나눔재단의 ‘IBK희망나래’는 자립준비청년뿐 아니라 고립·은둔청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 심리·정서 지원, 금융·경제·법률교육, 일경험, 취업 컨설팅을 함께 제공한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비도 연계한다. 202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지원한 청년은 1153명이다.

IBK행복나눔재단 측은 “자립준비청년은 고립·은둔, 가족돌봄 등 여러 어려움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지원은 영역별로 나뉘어 있다”며 “특히 현장에서 심리·정서 지원 수요가 컸고, 교육과 일경험 등을 함께 제공해야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조유현·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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