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8>
[인터뷰] 최민호 LG연암문화재단 사무국장
청소년 AI 교육과정 직접 개발…시청각장애인 등 교육 사각지대 지원도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합니다. 그렇기에 AI 교육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업재단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민호 LG연암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인공지능(AI) 교육에 집중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전문인력을 교육에 활용하면서, 빠른 기술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연암문화재단의 교육사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LG그룹의 기술력을 활용해 청소년에게 AI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교육과 복지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는 것이다.

◇ 그룹 기술력 활용해 AI 교육과정 개발…매년 새롭게 개편
LG연암문화재단의 청소년 과학교육은 1987년 LG사이언스홀 개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설립된 재단은 과학기술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을 높이는 사업을 이어오다 AI 시대를 맞아 교육 영역을 확대했다. 2021년 부산, 2022년 서울 마곡에 체험형 교육기관 ‘LG디스커버리랩’을 열면서다.
최 사무국장은 “AI 시대에서 교육의 격차는 곧 미래 기회의 격차”라며 “AI 교육이 일부 영재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I를 접하고 활용해 볼 기회 자체가 청소년의 미래 선택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LG디스커버리랩은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연간 3만3000명 이상의 청소년에게 무료 AI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로봇지능·시각지능·언어지능·AI휴먼·데이터지능 등 다섯 분야를 체험하며 AI의 작동 원리와 활용 방식을 배운다. 도서·산간 지역처럼 교육시설을 방문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찾아가는 AI 랩’도 운영한다.
이 사업의 특징은 재단이 교육과정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재단 소속 교육 전문가들이 수업을 설계하면 LG AI연구원과 LG전자, LG CNS 등의 연구진이 기술 자문과 내용 검증을 맡는다. LG AI연구원의 AI 모델 ‘엑사원(EXAONE)’과 LG전자의 로봇, LG CNS의 스마트팩토리 기술 등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실제 기술도 교육에 활용된다.

교육 내용은 매년 달라진다. 올해는 AI가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교육을 새롭게 도입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다루는 만큼 교육시설도 고정된 전시물보다 수업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AI 기술을 적용한 전시물은 설치한 지 6개월만 지나도 내용이 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기관에 교육을 위탁하는 대신 직접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산순 LG연암문화재단 팀장은 “원하는 품질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직접 사업장을 만들고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기술적 전문성과 재단의 교육 역량을 결합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 AI로 문제 해결하는 경험, 청소년의 진로 탐색까지
재단이 AI 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전하려는 것은 기술 활용법만이 아니다. 최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AI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AI를 활용해서 자기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꼽았다.
이러한 방향은 심화교육 프로그램인 ‘LG AI 청소년 캠프’에서도 드러난다. 전국에서 선발된 중학생 100명이 서울대학교에서 기초교육을 받은 뒤, 10주 동안 4명씩 팀을 이뤄 AI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서울대 대학원생 등의 지도를 받으며 매주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자신이 발견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 독거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을 구상하는 식이다. 우수 참가자 15명에게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학과 AI 기업 등을 방문할 기회도 제공한다.

최 사무국장은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AI 기술 자체를 깊이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었지만, 현지 창업가들과 교류한 뒤에는 사람들과 함께 기업을 만들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AI를 배우는 경험이 진로를 바라보는 시야까지 넓혀준 사례다.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가르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도 다룬다. 현재 교육과정에는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 등이 포함돼 있으며, 향후 AI 윤리를 별도 과목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교육생 단 8명에도 전문인력 투입…지원 규모보다 필요성 우선
LG연암문화재단의 또 다른 교육 철학은 LG상남도서관의 시청각장애인 점자교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재단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직원의 제안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음성도서는 중요한 정보 접근 수단이지만,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LG상남도서관은 1996년 디지털 도서관으로 문을 열었고, 2006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도서 서비스 ‘책 읽어주는 도서관’을 시작했다. 이후 음성도서만으로는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시청각장애인에게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현재 시청각장애인 점자교육을 받는 인원은 연간 8명이다. 하지만 교육생 한 명을 위해 점자 강사와 이동 지원 인력, 촉수화 통역사 등 4명이 투입된다. 손으로 수어를 전달하는 촉수화 통역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해 약 15분마다 통역사를 교대해야 한다.
최 사무국장은 “8명은 언뜻 작은 지원 규모로 보일 수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은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적어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지원 인원이나 비용보다는 꼭 필요하지만 다른 기관에서 하기 어려운 영역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지원이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점자 집중교육을 이수한 시청각장애인 가운데 4명을 선발해 강사로 양성하는 과정을 마련했다. 교육받은 당사자가 다시 다른 시청각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교육에 활용할 점자 교재도 제작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토요 점보학교’도 운영한다. 18주 동안 점자와 스크린리더, 점자정보단말기 사용법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외부 교육기관에 도서관 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학생들의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직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최 사무국장은 앞으로 LG상남도서관을 시각장애인이 독서와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뿐 아니라 관련 복지단체도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전문 도서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재단은 앞으로도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대응하면서 기존 사업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최 사무국장은 기업재단의 역할을 설명하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롭다는 단어에 천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원칙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지속하는 게 새로운 걸 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