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격차, 결국은 접근성의 문제”…아시아 550만명 연결할 펀드[AVPN 2026]

[인터뷰] 박영은 AVPN AI Opportunity Fund 프로젝트 디렉터
Google.org·ADB 협력해 아시아 AI 교육 확대
노동자·교사·취업준비생·소상공인 대상 국가·언어별 맞춤 교육 

한 차시 수업을 준비하는 데 여섯 시간을 쓰던 한 교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뒤 준비 시간을 두 시간으로 줄였다. 절약한 네 시간은 학생들을 관찰하고 소통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인도에서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소상공인 ‘푸자(Puja)’는 AI를 활용해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를 개선했다. 판매 가격을 25% 올렸지만 고객은 오히려 늘었다. 

두 사례는 아시아 최대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 AVPN이 운영하는 ‘AI Opportunity Fund: Asia-Pacific’ 교육 현장에서 나왔다. 이 사업은 교사와 취업준비생, 노동자, 소상공인 등 AI 전환의 영향을 받지만 관련 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AI를 활용하도록 돕는다. 

지난달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 ‘2026 AVPN 글로벌 콘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박영은 AVPN AI Opportunity Fund 프로젝트 디렉터는 “AI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며 “문제는 자신의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정보와 교육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AI 격차는 기기 넘어 ‘맞춤형 교육’의 부재

실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AI에 대한 관심과 실제 교육 경험 사이에 간극이 크다. AVPN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민 284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AI의 가능성에 기대감을 보였지만 AI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5%에 그쳤다. 

박 디렉터는 “AI 관련 지식은 매일 새롭게 나오지만 상당수 콘텐츠가 영어로 제공되고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다”며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 언어로 돼 있으면서 현지의 일과 생활에 맞는 교육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AI Opportunity Fund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 출범했다. Google.org(구글닷오알지)가 1500만 달러(약 203억 원)를 지원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협력한다. 각 지역의 언어와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AI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 각국 현장이 제안하면 AVPN이 선정해 지원 

펀드는 처음엔 ‘AI로 일자리가 바뀔 노동자’를 돕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MSME)이 더해졌고, 올해 5월엔 구글닷오알지가 1000만 달러(약 135억 원)를 추가하면서 교사와 청년, 대학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이 펀드의 지원금은 현장의 상향식(Bottom-up) 제안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각국의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기업이 현지 상황에 가장 시급한 교육 대상을 선정해 제안하면, AVPN이 조직 역량과 접근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현지 교육 파트너’로 선정해 지원한다. 교육 성과 역시 단순한 수료 인원이 아니라, 교육 전후의 AI 활용 자신감과 지식수준의 실질적 변화 등으로 측정된다. 

박 디렉터는 “각 지역과 공동체의 차이를 인정하고, 현지 기관이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교육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노동자 50만 명 이상과 소기업 1만1000여 곳이 교육을 받았다. AVPN은 203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노동자와 학습자, 중소기업 등 약 550만 명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디렉터는 필란트로피 제도만으로는 AI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기본적인 AI 교육을 맡고, 필란트로피는 제도가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사람과 지역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AVPN은 올해 각국 정부가 AI 역량교육 정책을 설계할 때 활용할 수 있는 ‘AI 역량교육 정책 도구(AI Skilling Policy Toolkit)’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교육 성과를 측정할 지표와 정책의 도입·확대·정착 단계별 실행 지침, 국가별 적용 사례가 담겼다. 

그렇다면 AI 교육이 단기적인 필란트로피 차원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안착하려면 5년 뒤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박 디렉터는 “AI가 하나의 ‘언어’처럼 당연해지는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AI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처럼 누구나 갖춰야 할 기초 문해력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식을 전달하고 사람들이 계속 배우도록 돕는 교사와 훈련자, 지역의 학습 공동체도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뉴델리=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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