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입주, 자립준비청년 97명 대 가정 밖 청소년 3명
“공공이 놓치는 청소년, 민간이 지원 대상 넓혀야”
가정폭력 등으로 집을 나온 ‘가정 밖 청소년’이 주거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은 보호시설 퇴소 청년 1만262명 가운데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은 9915명(96.6%)에 달한 반면, 쉼터 출신 ‘가정 밖 청소년’은 347명(3.4%)에 그쳤다.
자립준비청년은 대체로 만 18세 이후 보육원·그룹홈 등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가 끝나 자립하는 청년이며, 가정 밖 청소년은 가정폭력·갈등 등으로 집을 떠나 청소년쉼터 등에서 보호받는 9~24세 청소년을 말한다. 원가정에서 분리된 이유는 비슷해도 어떤 보호체계에 머물렀느냐에 따라 자립의 출발선이 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지원 격차와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청년-라운드테이블’이 22일 서울 강남구 봉앤설이니셔티브 사무실에서 열렸다. 봉앤설이니셔티브는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의장과 설보미 대표 부부가 설립한 사회공헌 조직이다.
◇ 똑같이 학대 피해 입었는데…지원이 다른 이유
성평등가족부가 2024년 청소년쉼터와 자립지원관 이용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가정을 떠난 주요 이유는 ‘가족 갈등(70.2%)’과 ‘가정폭력(45%)’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설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정부 지원은 크게 달라진다. 보육원이나 그룹홈 등 아동복지시설은 지자체가 가정 상황을 조사한 뒤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결정해 배치한다. 이에 따라 아동은 시설수급자 자격을 얻어 의료급여와 생계 지원을 받고, 국가가 목돈 마련을 돕는 ‘디딤씨앗통장’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반면 당장 위급한 상황에서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 등의 연계로 청소년쉼터에 입소하면 상황이 다르다. 지자체의 공식적인 보호조치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쉼터 입소만으로 시설수급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생계 지원과 자산 형성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
박강빈 봉앤설 매니저는 “가정폭력 등 원가정에서 분리된 이유는 비슷하지만, 어느 보호체계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퇴소 후는 물론 보호받는 동안의 지원부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퇴소 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2년의 벽’도 넘어야 한다. 가정 밖 청소년이 자립지원수당과 정착금을 받으려면 쉼터 등 청소년복지시설에서 2년 이상 보호받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박 매니저는 “현장에서는 2년을 채우지 못했어도 원가정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자립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청소년을 많이 만난다”며 획일적인 기준의 한계를 지적했다.

◇ 85%가 주거지원 몰라…쉼터로 찾아간 민간 교육
제도의 문턱만큼 정보 접근성도 낮았다. 봉앤설이 12개 청소년쉼터에서 만난 청소년 83명을 조사한 결과, LH의 퇴소 청년 주거지원 제도인 ‘유스타트(Youth+Start)’를 알고 있던 청소년은 12명(14.5%)뿐이었다. 나머지 71명(85.5%)은 제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알고 있다고 답한 청소년들도 구체적인 신청 절차까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봉앤설은 청소년들이 직접 모의 신청을 해보는 체험형 ‘주거탐정워크숍’을 16차례 진행했다. 박 매니저는 “일방적인 제도 설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플랫폼에 접속해 매물을 찾고 신청 과정을 경험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워크숍 과정에서 확인된 쉼터 청소년들의 복합적인 위기 사례도 공유됐다. 참여 청소년 83명 가운데 23명(27.7%)은 경계선지능이나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교육 과정에서 인지적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밀착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민성규 봉앤설이니셔티브 매니저는 “인지적 취약성만 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자립 의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반복 교육과 신청 동행, 우울감 회복 등 개인별 상황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대를 피해 쉼터에 온 이주배경청소년들은 비자 연장을 위해 가해 부모와 접촉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봉앤설이니셔티브가 만난 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청소년은 친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단기쉼터에 입소했다. 체류자격을 연장하려면 친부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청소년은 폭력 경험 때문에 접촉을 강하게 거부했다.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면 미등록 체류 상태가 되고, 건강보험 이용이나 향후 체류자격 취득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학대 피해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별도의 체류자격 예외 규정은 없다.
워크숍 참여자의 절반가량인 43명(51.8%)은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의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가해자에게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피하거나 지역 내 쉼터가 부족해서, 또는 진학과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사례 등이 있었다.
◇ “공공의 기준이 놓친 청소년, 민간이 품어야”
정부도 지원 격차를 줄이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지원수당을 자립준비청년과 동일한 ‘월 50만 원, 5년’으로 확대했고, 지자체마다 편차가 컸던 자립정착금을 전국 최소 1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지난 4월 발표했다.
행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이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민간의 보완적 역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제도의 문턱이 낮아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민간이 지원 대상을 ‘기타 자립 준비가 필요한 청년’까지 폭넓게 열어두고, 보호 기간이나 시설 유형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공공은 법과 지침에 따른 행정 기준이 중요하지만, 민간은 현장의 필요를 살펴 비교적 유연하게 지원 대상을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시설에 머물렀는지에 따라 청소년의 자립 기회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당장 두 보호체계를 하나로 합치기는 어렵더라도 민간이 현장에서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두 체계의 교집합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