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와이 마사키(Masaki Kawai) UNERI 대표
2020년 5126억 엔(약 4조4700억 원)에서 2025년 18조6531억 엔(약 162조6550억 원)으로. GSG Impact Japan 집계 기준 일본의 임팩트 투자 잔액은 5년 사이 30배 넘게 늘었다.
변화의 분기점은 2022년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가 내건 ‘새로운 자본주의’에 임팩트 투자 촉진이 포함되면서 임팩트 투자는 정책과 기존 금융시장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2024년 한 해 늘어난 투자 잔액 5조7602억 엔(약 50조2290억 원)의 94%를 대형 은행과 생명보험사 8곳이 차지했다.

가와이 마사키 UNERI 대표는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변화를 일본 임팩트 생태계가 ‘일부 뜻있는 사람들의 활동’에서 ‘정책과 산업의 의제’로 옮겨온 과정이라고 봤다. 금융청뿐 아니라 도쿄도와 오사카부 사카이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장기업에서도 비재무적 가치를 신규 사업과 투자자 관계(IR)의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가와이 대표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인 2020년 나고야에서 사회문제 해결형 스타트업 지원회사 UNERI를 창업했다. 출발점에는 “돈의 힘으로 기업가가 획일적이 되어버린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기업가 육성에서 시작한 활동은 기업·행정과의 공동사업, UNERI Capital을 통한 투자, 임팩트 콘퍼런스 IMPACT SHIFT 운영으로 넓어졌다.
◇ 커진 임팩트 투자, 이제는 기업 성장의 시간
“논의의 중심을 임팩트 투자자에서 실제로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으로 옮겨야 합니다.”
가와이 대표는 임팩트 투자 시장의 외형이 빠르게 커진 만큼, 이제 논의의 중심도 투자자에서 기업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상은 임팩트 스타트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와 사업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상장기업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만드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과제는 투자자의 의사결정과 실제 사업 현장의 관점을 맞물리게 하는 것이다. 그는 자산보유자(AO)·자산운용사(AM)와 스타트업 사이의 간극을 ‘임팩트 투자 체인의 단절’이라고 표현했다. “자금의 양이 늘어나도 이를 사업 성장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인재가 결정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UNERI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2024년부터 ‘임팩트 오피서’를 발굴·육성하고 있다. 비재무적 가치를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차세대형 최고재무책임자(CFO)다.
UNERI Capital은 투자할 때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한다. 투자 대상은 IT와 연구개발, AI 등 기술 영역의 시드·초기 기업이다. 가와이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회적 가치와 사업 성장이 충돌하지 않는 구조다. 그는 이를 “사회성이 사업 성장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이 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사업 모델이 아직 자리 잡기 전에는 창업자의 경력과 전문성, 사람 됨됨이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대표 투자기업인 SORA Technology는 AI로 모기 번식지를 찾아내고 드론으로 유충구제제를 살포해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퇴치에 나서고 있다. UNERI Capital은 투자 이후의 임팩트 관리도 계약에 담는다. 모든 투자기업이 5년 안에 비콥(B Corp) 인증을 받거나 이에 준하는 임팩트 측정·관리(IMM)를 시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와이 대표에게 B Corp는 인증 자체보다 해외 진출에 활용할 수 있는 ‘여권’에 가깝다.
기업 안에서 자본과 사업을 맞물리게 하려는 시도는 생태계 차원으로도 넓어졌다. 가와이 대표는 2024년 스타트업과 투자자, 기업, NPO, 행정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임팩트 콘퍼런스 ‘IMPACT SHIFT’를 시작했다.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에 누적 2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는 이 행사를 서로 다른 주체가 “‘임팩트’라는 공통 언어로 만나는 열린 입구”라고 표현했다.
◇ 일본 안의 ‘입구’에서 국경을 넘는 ‘회랑’으로
일본 안에서 임팩트 생태계의 저변을 넓힌 뒤, 가와이 대표는 국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국제 협력에서 그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해외 자본을 더 끌어오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본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현장에 축적된 실천지가 조직과 지역,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회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회문제는 국경을 넘어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를 해결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각국 생태계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가와이 대표는 일본에서도 IMPACT SHIFT와 같은 장이 커지면서 국내에 축적된 해결책과 실천지를 다른 지역과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국가마다 생태계를 키워온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도해온 반면, 일본은 금융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이 논의와 제도 정비를 이끌어온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한국의 SOVAC은 기업이 생태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로 꼽았다. 그는 “이러한 차이 자체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도쿄에서 열린 글로벌 퍼런스 ‘IMPACT GALLERIA’는 이런 구상을 구체화한 자리였다. 가와이 대표는 IMPACT SHIFT를 일본 안의 다양한 주체가 만나는 ‘입구’, GALLERIA를 국가별 생태계 사이에 사람과 지식이 오가는 ‘회랑(corridor)’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싱가포르·중국·호주·인도·미국 등 6개 국가·지역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스타트업 공동 모집과 심사위원 상호 파견, 수상기업 초청 등을 통해 교류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데도 무게를 뒀다.
UNERI는 한국의 임팩트 VC와 재단 관계자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현지 생태계를 소개했고, UNERI Capital 투자기업의 한국 진출을 위한 실증사업(PoC)도 진행했다. ‘임팩트 오피서’ 국제 조사에서는 한국 임팩트 VC의 경험을 들었다. 가와이 대표는 특히 고령화·돌봄처럼 양국이 비슷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분야와 대기업-스타트업 공동사업에서 협력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쪽에서 검증한 해법을 다른 쪽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일본의 방식을 다른 지역에 확산하기보다 서로 다른 생태계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대등하게 주고받는 데 의미를 뒀다.
“일본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관계자들의 모임을 만들고, 지식과 신뢰관계, 실천지를 대등하게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