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태완이를 지킵니다”…이주배경 청년 자립 돕는 ‘듬직한 강태완 기금’ 출범

산재로 숨진 미등록 이주아동 출신 강태완씨 기려
어머니 산재보상금·시민 성금 등 1억2000만 원으로 첫발
이주배경 청년의 일상 회복과 안정적인 자립·정착 지원

2024년 11월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이주배경 청년 故 강태완씨를 기리는 ‘듬직한 강태완 기금’이 23일 공식 출범한다. 강씨처럼 한국에서 성장했지만 국적과 체류자격 문제로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배경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강씨는 1992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나 1998년 1월 다섯 살 때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왔다.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 신분으로 경기도 군포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 이후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일하다가 2021년 7월 자진 출국한 뒤 이듬해 3월 한국에 재입국했다.

마침내 2022년 6월, 법무부의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부여 조치’를 통해 그는 서른 살이 되어서야 유학(D-2) 체류자격을 얻게 됐다. 전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강태완씨는 전북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 회사에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25년 넘게 살아온 군포를 떠나 김제로 향한 데에는 체류자격 문제가 있었다. 인구감소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 취득의 전 단계인 거주(F-2)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강씨는 김제에서 5년간 일한 뒤 영주(F-5) 자격을 얻고, 이후 귀화해 ‘강태완’이라는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갖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입사 8개월 만인 2024년 11월 8일, 일터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서른두 살의 나이에 숨졌다.

사망 3주 전 강씨는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부여 조치의 연장을 촉구하는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아동’ 캠페인 영상 촬영에도 참여했다. 당시 그는 “구제대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희망이 보였다”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성장한 청소년과 청년들도 한국에서 꿈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강씨가 세상을 떠난 뒤 공개된 캠페인은 법무부의 체류자격 부여 조치 연장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체류자격을 얻었다고 해서 이주배경 청년들의 삶이 곧바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성인이 되면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기 위한 체류자격을 스스로 마련하고 유지해야 한다. 체류자격 변경 과정에서 요구되는 소득·재산·연령 등의 조건은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들에게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부모가 없거나 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체류 기반을 잃을 위험은 더 크다. 한국 국적을 요건으로 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지원사업에서도 배제되기 쉽다.

강씨의 사망 이후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기금 설립을 논의해왔다. 기금에는 강씨의 어머니 이은혜씨(몽골명 엥크자르갈)가 내놓은 아들의 산재보상금과 강씨가 사후 수상한 제6회 노회찬상 상금이 포함됐다. 강씨를 추모하며 성금과 조의금을 보낸 시민·단체 1537명도 ‘주춧돌 후원자’로 참여했다. 대책위원회 활동비와 장례비 등을 제외한 성금에 개인 후원금을 더해 약 1억2000만 원 규모로 첫발을 뗐다.

기금은 한국에서 성장해 자립과 정착을 준비하는 이주배경 청년들을 최소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생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삶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기금 명칭에는 생전 어머니에게 듬직한 아들이었던 강씨가 이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주배경 청년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 강씨가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을 ‘다음 태완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지키겠다는 의미다.

‘듬직한 강태완 기금’은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에 지정기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출범 전 모인 주춧돌 후원금과 향후 정기·일시 후원으로 마련되는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기금 운영과 지원 대상인 ‘듬직지기’ 선정은 7명의 운영위원이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기금 출범식은 23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교육실에서 열린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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