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세종 플랜1.5 정책활동가·변호사
김앤장 7년 거쳐 비영리단체 설립…청소년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이끌어
공익변호사 확충의 조건은 교육·재정 기반 마련
“일반적인 변호사가 이미 존재하는 법을 해석하고 지키도록 돕는다면, 시민사회의 변호사는 법과 제도의 빈자리를 찾아 채우는 사람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플랜1.5 사무실에서 만난 윤세종 정책활동가·변호사는 시민사회에서 일하는 법률가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법이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문제와 법 자체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는 해법이 다르다. 전자에는 소송이나 법률 자문이 필요하지만, 후자에는 새로운 법과 정책을 만들고 이를 사회에 설득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윤 변호사가 일하는 플랜1.5는 2022년 설립된 기후 분야 공익법률단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 아래 환경·기후 관련 소송과 정책 대응을 수행해왔다. 그는 시민사회를 ‘정부와 시장이 놓친 사각지대를 공론화하는 영역’으로 정의했다. 때로는 정부·기업과 대립하지만, 이러한 긴장이 사회를 균형 있게 만드는 견제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가 처음부터 시민사회를 진로로 택한 것은 아니다. 서울대 법대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7년간 변호사로 일했다. 환경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관심사였지만, 환경팀이 있는 로펌에서 전문성을 쌓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그러나 기존 법을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법적 의무가 없는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법이 없어 생기는 문제 앞에서는 무력했다”며 “전통적인 법률가의 역할을 벗어나 로펌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공익변호사의 진로를 보여줄 선례나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두려움도 컸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 할 것 같다”는 절박함이 그를 2019년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으로, 2022년 플랜1.5 공동 설립으로 이끌었다.
◇ 청소년 기후소송 승소…이제는 감축목표 이행으로
이곳에서의 대표적인 성과는 공동대리인단으로 참여한 ‘청소년 기후소송’이다.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시행령에 명시했지만, 2031년부터 최종 목표 시점인 2050년까지의 감축 속도는 규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래세대에 감축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2031~2049년 감축목표의 정량적 수준을 비워둔 것은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넘겨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선 입법을 마치도록 주문했다. 국회는 기한을 약 6개월 넘긴 지난 8월 26일에야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2018년 대비 감축률을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로 정해, 중장기 감축목표를 5년 단위의 범위로 법률에 처음 명시했다.
다만 윤 변호사는 실제 정책이 범위의 하한을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시민대표단 300명 중 약 80%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조기 감축 경로’를 지지했지만, 개정법은 배출권거래제 등 산업계 규제를 하한선인 ‘선형 감축 경로(매년 일정량 감축)’에 맞춰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우 상한선이 법에 함께 제시됐더라도 실제 정책과 규제는 하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봤다.
윤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헌재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다고 꼬집으면서도 “헌재 결정은 국가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확고한 ‘기준’을 세웠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비록 입법이 이를 덜 채웠더라도 시민이 계속 변화를 요구할 근거는 남았다”고 평가했다.
플랜1.5는 이제 목표 설정을 넘어 이행을 점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과 산업, 수송 등 주요 부문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플랜1.5는 산업 부문에서 추가로 감축할 수 있는 규모와 수단을 분석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주요 정책에 의견을 내고 있다.

◇ “공익변호사도 법조 진로 중 하나 돼야”
시민사회 활동이 주는 가장 큰 보상으로는 ‘지적 사치’를 꼽았다. 그는 “로펌에서는 의뢰인의 사건을 공부해야 하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애정을 가진 기후변화 이슈만 파고들 수 있다”며 “자신의 가치에 따라 주도적으로 일하며 얻는 직업적 만족감이 시장에서 얻는 보상 이상으로 크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교육 및 진로 지원 체계 개편’을 지목했다. 현재 로스쿨 교육은 이미 존재하는 법을 해석하는 데 치우쳐 있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익법에 대한 관심은 ‘낭비’로 취급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되고 변화하는 전체 생애주기를 가르쳐야 한다”며 “공익활동을 희생적인 결단이 아닌 자연스러운 진로 중 하나로 제시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펌과 시민사회, 정부, 법원 사이의 경력 이동도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봤다. 졸업 당시의 선택이 평생을 결정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관심과 생애 단계에 따라 직역을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활동을 위한 재정·제도적 기반 확충도 필수다. 그는 국가·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공익소송에서 수백만 원의 패소 비용을 부담시키는 관행이 공익적 문제 제기를 위축시킨다며, 소송 비용 부담을 낮추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아울러 시민 후원에 편중된 재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환경·노동 등 기업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의제라 하더라도 단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지원하는 ‘재단 기부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를 ‘사명감과 희생’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선을 그었다.
“특별히 힘들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익활동 역시 법원이나 로펌처럼 장단점이 있는 평범한 선택지가 되길 바랍니다. 공익변호사가 더 흔한 직업이 될수록 우리 사회가 제도를 개선하고 더 건강하게 변화할 여지도 커질 것입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