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어. 근데 그럼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야?” 1박 2일로 놀러 간 펜션에서 고등학교 친구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10년 가까이 활동해왔지만, 들을 때마다 답하기 쉽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했구나 싶어 고무적인 질문이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실천은 텀블러와 손수건 사용이었다. 가장 손쉬운 실천이면서, 몸이 먼저 움직이면 의식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도 사무실엔 항상 텀블러를 두고, 손수건은 매일 아침 주머니에 꼭 챙겨 나간다. 환경을 위한 행동으로 시작했지만 덕분에 쓰레기통 비울 일도 줄었고, 매너 있다는 소리까지 들으니 괜스레 어깨가 올라간다.
몇 번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어 소비 생활도 달라졌다. 대나무 칫솔로 바꾸고, 저탄소 친환경 브랜드에서 옷을 주로 산다. 처음엔 이것저것 바꿔가며 나에게 맞는 걸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지금은 한 곳에 잘 정착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추천한 물건이 좋았다는 후기만큼 뿌듯한 것도 없다.
몇 년 전부터는 투자로도 기여할 방법을 찾았다. 바로 태양광 발전소 투자다. 앞서 했던 실천들보다 훨씬 많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정기적인 배당수익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찾아 가입하는 방법도 있고,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한 서비스도 생겨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최근 선거에서는 기후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했다. 불필요한 개발 공약은 없는지, 지역 단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은 충분한지, 기후 피해로부터 주민을 보호할 대책은 있는지를 중심으로 따져봤다. 공보물만으론 판단이 어려워, 후보의 SNS까지 뒤지며 기후 공약이 얼마나 자주, 꾸준히 언급되어 왔는지도 확인했다.
고등학교 친구의 질문에 나는 절대 혼자 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실천이든 혼자 하다 보면 결국 동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주변에 알리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라고 권했다. 다음에 만날 때 그 친구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지, 벌써 궁금하다.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 캠페인을 열지만, 전기 아껴 쓰기, 재활용하기, 일회용품 줄이기처럼 전달하는 메시지는 해마다 복붙이다. 물론 이런 캠페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강력한 캠페인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새 세종집무실을 탄소중립으로 짓겠다는 선언을 이번 환경의 날 캠페인으로 제안한다.
탄소중립 집무실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모든 대통령은 임기 동안 탄소중립을 몸소 실천하게 된다. 집무실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그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집무실에서 일하는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길 기대해본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