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수용됐습니다”…남겨진 아이를 맡을 곳이 없다

형집행법 개정 6개월 지났지만 시행체계는 아직
부처 간 연계·예산·전담 인력 마련해야

부모가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된 뒤 홀로 남겨진 아이는 누가 찾아낼까. 발견된 아이는 어느 기관이 돌봄과 생계, 상담을 맡을까. 지난해 말 ‘수용자자녀’라는 단어가 처음 법률에 명시됐지만, 법 시행을 6개월가량 앞둔 현재까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지 않다.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실행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용자자녀 인권보호를 위한 법 개정 이행과 정책 실행 방안 간담회’를 열었다. 한정애·박지원·서영교·백선희·한지아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현장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수용자자녀를 ‘부모 또는 자신을 양육하는 친족이 수용자인 아동’으로 정의했다. 신입 수용자의 자녀 양육환경 조사와 권리 안내, 보호조치 의뢰, 접견 및 관계 회복 지원,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법에 담겼다. 수용할 교정시설을 정할 때 자녀의 주거지를 고려하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개정법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부의 202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수용자의 17.4%가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그 자녀는 1만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부모가 수용되기 전까지 함께 살았지만, 수용 이후에는 직접 만나는 비율이 크게 줄었고 일부는 연락마저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법에 적힌 지원을 실제로 작동시킬 전달체계다. 개정법은 교정시설장이 신입 수용자의 자녀 양육환경을 조사하도록 했지만, 그 결과를 자녀가 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려면 수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돌봄 공백이나 생계 위기에 놓인 아동을 지자체가 제때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가 체포·구속되는 초기 단계의 공백도 남아 있다. 현행 제도에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할 때 미성년 자녀의 유무와 보호 상황을 의무적으로 확인해 지자체에 연계하는 절차가 없다. 아이의 돌봄 단절은 부모가 교정시설에 들어간 뒤가 아니라 체포되는 순간부터 시작되지만, 개정 형집행법만으로는 이 시기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시행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개정법은 양육환경 조사와 권리 안내, 접견, 관계 회복, 실태조사의 방법과 절차 등을 법무부령에 위임했다. 어떤 상황을 위기로 판단할지, 교정시설이 확보한 정보를 어느 기관에 어떻게 전달할지, 접수한 지자체에서는 누가 사례를 맡을지 등이 하위 법령과 지침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정법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예산과 전문 인력, 전담 조직, 부처 간 협력체계, 세부 시행 기준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용자자녀 지원을 교정행정의 부수적인 업무로 두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정책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잇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신 진주시 통합사례관리사는 부모의 수용 이후 경제·주거·정신건강·돌봄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한 가정을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공공 복지제도만으로 아동 개개인의 세부적인 필요를 채우기 어려워, 지자체와 세움 같은 민간 전문기관이 함께 개입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접견 역시 단순히 부모를 만날 기회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아동의 의사와 안전을 우선하면서 부모와의 관계 회복을 돕는 상담과 이동 지원, 아동 친화적인 접견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멘토링과 심리상담, 통합사례관리 등 장기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부모의 수용으로 끊어진 일상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일회성 경제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수용자자녀 지원에는 법무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학교, 가족센터, 민간기관 등이 관계돼 있다. 그러나 위기 아동을 처음 발견한 뒤 어느 기관이 지원을 총괄할지, 부처 간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공유할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세움은 2015년 설립 이후 수용자자녀와 가족에게 약 4만5000회의 지원을 제공해 왔다. 이경림 세움 대표는 10년간의 지원 사례와 종단연구를 토대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도움이 아니라 자신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는 지속적인 관계”라고 강조하며 “법이 아이들에게 실제로 닿고 있는지, 제도 밖에 남겨지는 아이들은 없는지 계속 묻고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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