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
카페서 검증한 모델, 7개 직무 분야·AI 플랫폼으로 확장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고 싶어도 적합한 직무를 찾고, 채용한 인력을 관리하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습니다.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히즈빈스 명동점에서 만난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는 장애인 고용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업이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진입 장벽부터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가 이끄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은 장애인 고용에 필요한 직무 설계부터 채용·교육, 현장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기업은 장애인 고용에 필요한 별도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고도 히즈빈스의 모델을 활용해 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다.
◇ 의무고용만으로는 부족…고용 체계 만들어야
2009년 경북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출발한 향기내는사람들은 장애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임 대표가 특히 주목한 대상은 15개 장애 유형 가운데 고용률이 가장 낮은 정신장애인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4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1.4%로, 전체 장애인 평균인 34.5%를 크게 밑돈다. 임 대표는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편견으로 취업하기 어려운 데다, 채용 이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와 지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카페 ‘히즈빈스’다. 현재 히즈빈스는 자체 매장과 기업 사내카페 위탁 운영 등을 통해 국내외 38개 사업장을 운영하며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통해 현재 180여 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주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현재 의무고용률은 민간기업 3.1%,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3.8%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2027년 3.3%, 2029년 3.5%로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의무고용률이 높아져도 기업이 적합한 직무와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임 대표가 히즈빈스 매장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장애인 고용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그는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면 비용과 리스크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기업에 필요한 직무를 장애인의 특성과 연결하고 교육과 관리 체계를 갖추면 장애인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인력으로 일할 수 있고, 기업도 장애인 고용에 따른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채용부터 교육·관리까지 지원…고용유지율 95%
히즈빈스의 사내카페는 기업의 장애인 고용 장벽을 낮춘 대표적인 모델이다. 사내카페는 임직원 복지를 위해 기업에 필요한 시설인 동시에, 업무 과정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어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업의 수요와 장애인의 일자리를 결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 대표가 특히 강조한 것은 실제 직장생활에 필요한 교육이다. 그는 “흔히 카페 취업 교육이라고 하면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집중하지만, 자격증 과정에서 배운 기술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은 일부에 그친다”며 “장애인 직원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은 기술보다 직업예절과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히즈빈스는 커피 제조법뿐 아니라 출퇴근 습관, 위생 관리, 동료와의 소통, 업무 지시를 이해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방법 등을 함께 교육한다. 채용 전 직무교육을 통해 장애인이 실제 일터에서 마주할 상황을 미리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고용 이후에는 현장 매니저가 기업과 장애인 직원 사이를 잇는다. 직원의 건강이나 컨디션에 변화가 생기면 업무 강도를 조절하고,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학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외부 전문가의 지원도 연계한다.
임 대표는 “현장 매니저는 매장을 관리하는 사람인 동시에 장애인 직원과 기업 사이의 소통을 돕는 허브”라며 “채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기업이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히즈빈스 모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운영 체계는 높은 고용유지율과 고객사 재계약률로 이어졌다. 임 대표에 따르면 히즈빈스의 정신장애인 직원 가운데 3개월 이상 일을 유지한 비율은 95%이며, 고객사 재계약률은 96%에 달한다.
임 대표는 “17년 동안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면서 산업재해나 노무 관련 법적 분쟁이 한 건도 없었다”며 “장애인을 채용한 뒤 조직문화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파트너 기업들로부터 자주 듣는다”고 했다.

◇ 카페에서 검증한 고용 모델, 100개 직무로 확장한다
히즈빈스의 장애인 고용 모델은 기업의 업종과 근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롯데케미칼, 현대엘리베이터, 도쿄일렉트론코리아, 에스엘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에서는 롯데건설에서 시작된 모델이 4개 계열사로 확대됐다.
히즈빈스는 카페에서 검증한 장애인 고용 모델을 기업 맞춤형 직무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조경, 교육, 웰니스, 제조·유통, 디자인 등 7개 분야에서 장애인 직무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공간 매니저’다. 기업 내 탕비실과 회의실, 공용 라운지 등을 관리하고 비품을 정리·보충하는 업무로, 기업 운영에 필요한 반복 업무를 맡는다. 임 대표는 “기업마다 꾸준히 필요한 일이면서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업무를 분석해 새로운 장애인 직무를 만든 사례도 있다. AI 기반 이커머스 반품 솔루션 기업 리터놀과 함께 개발한 반품 상품 검품 직무가 대표적이다. AI가 상품을 1차로 검수하면 사람이 최종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반복성과 정확성이 필요한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해당 직무에 적합한 청각장애인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모델을 설계했다. 히즈빈스는 직무 개발뿐 아니라 근로자 교육과 현장 관리를 맡고 있다.

히즈빈스는 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하는 AI 기반 고용 플랫폼 ‘하이어(HYER)’도 개발하고 있다. 장애인은 챗봇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AI로부터 자신의 특성과 역량에 맞는 직무와 교육 과정을 추천받는다. 교육을 마친 구직자를 기업과 연결한 뒤에는 현장 매니저가 직장 적응을 지원한다.
히즈빈스는 오는 9월 기업을 대상으로 하이어를 테스트한 뒤 내년 정식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축적한 직무 설계와 교육·관리 경험을 디지털 플랫폼에 담아 더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임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개별 사업장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기업이 장애인을 보다 쉽게 고용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히즈빈스는 식음료(F&B)를 넘어 100개의 장애인 직무를 개발하고, 온·오프라인 교육 체계와 AI 기반 고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히즈빈스가 검증한 모델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길 바란다”며 “장애인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더 많은 일터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