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1> KGC인삼공사
[인터뷰] 전효경 경영정책팀 프로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고,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사당1동에 사는 70대 여성 김명진(가명) 씨는 유방암 수술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몇 년째 명절을 홀로 보내야 했다. 그러던 지난해 추석, 문 앞에 낯선 손님들이 정성껏 포장한 음식과 정관장 제품을 들고 찾아왔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효(孝)배달’ 캠페인을 통해 오랜만에 명절에 누군가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어르신을 위해 준비했다”는 한마디에 김 씨는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한 끼 전달을 넘어…직접 찾은 돌봄의 현장
KGC인삼공사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인 ‘효배달’ 캠페인은 2021년 시작돼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설과 추석 명절마다 임직원들이 정관장 제품과 함께 직접 만든 음식을 포장해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한다. 단순한 물품 전달을 넘어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나누는 것도 이 활동의 일부다. 지금까지 9000여 명의 어르신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명절 인사를 받았다.
캠페인은 비영리 단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대한적십자사와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 등의 추천을 받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매 명절마다 정관장 임직원 약 20명이 송편, 불고기, 영양찰떡, 과일, 한과 등을 직접 만든다. 정성껏 포장한 음식은 정관장 제품과 함께 각 가정에 전달한다. 전효경 KGC인삼공사 경영정책팀 프로는 “건강관리가 필요하지만 여건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시작된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현장 파트너인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의 나눔문화팀 허진 대리는 “효배달은 단순한 후원 캠페인을 넘어 대상자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다”며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찾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하루짜리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사당2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80대 조한철(가명) 씨는 20여 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우울감 속에 살아왔다. 지역 복지기관의 접촉에도 마음을 열지 못했던 그는, 지난 설 명절 효배달 방문을 받은 뒤 직접 복지관 회원으로도 등록했다. “이제는 사회 서비스도 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어르신은 전했다.
전 프로는 “어르신들이 손녀처럼 반겨주시고 긴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눈물을 보이신 분도 계셨다”며 “그럴 때마다 건강제품과 음식도 좋지만, 말벗이 되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이라는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어르신들에게는 큰 의미가 된다”며 “이 캠페인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 “임직원이 직접 기부처 지정” 정관장 펀드 누적 기부금 11억 원
이러한 활동의 기반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된 ‘정관장 펀드’가 있다. 2011년부터 이어져온 이 펀드는 임직원이 급여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매칭해 두 배로 기금을 조성하는 구조다. 매년 약 6억 원 규모로 운영되며, 지금까지 누적 11억 원 이상이 사회 곳곳에 쓰였다.
전 프로는 “정관장 펀드는 효배달과 같은 대표 프로그램에도 쓰이지만, 임직원이 직접 사회문제를 선택해 기부처를 지정할 수 있는 구조”라며 “임직원들이 굿네이버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아대책 등 파트너 단체 중 하나를 선택해 아동학대 지원, 다문화 가정 의료비, 장애인 수술비 등에 기부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일반 시민의 참여로도 확장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만2000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한부모가정 아동의 치과 진료비,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 난치병 아동 치료비 지원 등에도 쓰였다.
KGC인삼공사는 앞으로도 임직원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적 필요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전 프로는 “봉사활동이 더 다채롭고, 더 많은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최근 폭우 피해처럼 시의성 있는 이슈에도 신속히 대응하며, KGC인삼공사만의 방식으로 건강한 나눔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