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시장에서 도약하는 법 <2> 글로벌 진출의 첫 관문을 넘다
데이터와 현장 검증, 그리고 네트워크가 만든 새로운 기회
글로벌 시장에서는 뛰어난 기술만으로는 문턱을 넘기 어렵다. 그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성과로 검증됐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매출, 사용자 데이터, 사용성 지표 같은 ‘숫자’가 없으면 투자 논의조차 열리지 않는다.
외식업 자동 발주·재고 관리 솔루션 ‘미리’를 운영하는 소셜벤처 니즈는 올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사회적경제 도약패키지’ 사업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첫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을 찾아 샌프란시스코 외식 매장을 하루 3~6곳씩 방문하며 POS(판매관리 시스템) 사용 현황을 직접 확인했고, 산호세(San Jose)의 한 매장에는 솔루션을 실제 설치해 보기도 했다. 니즈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서 자동 재고 차감 기능 테스트를 마치고, 현지 POS 업체와의 연동을 기반으로 벤더·프랜차이즈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초학습·점자·인지 개선 솔루션 ‘스마트 큐브’를 만드는 ‘크레아큐브’의 이정호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을 “포용을 다시 바라보게 한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콘퍼런스에서 영국 임팩트 측정 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접하며, 포용의 개념을 “기술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보완 기능” 수준에서 “초기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포용을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크레아큐브는 이를 토대로 미국·일본 대상 크라우드펀딩 기반 진출을 검토 중이다.
◇ 사회적경제 도약패키지, 글로벌 진출의 연결점을 만들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글로벌 분야로 선정된 5개 기업이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SOCAP(Social Capital Markets) 25’에 참여하면서 구체화됐다. SOCAP은 북미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 콘퍼런스로, 글로벌 투자사·재단·정책기관이 모이는 네트워크의 중심지다. 그러나 이번 참가의 의미는 행사 참석 자체보다 글로벌 경험이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도록 지원 체계가 작동했다는 데 있었다. 올해 SOCAP 참여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주관하는 ‘사회적경제 도약패키지’ 글로벌 분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황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대리는 “사회적경제조직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글로벌 분야를 도입했다”며 “2024년에는 싱가포르에서 투자자 미팅 중심으로 운영했다면, 올해는 다양한 국가의 글로벌 관계자가 모이는 SOCAP을 선택해 확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분야 선정기업은 니즈와 크레아큐브 외에도 ▲친환경 휴대용 워터히터·전력공급 솔루션 기업 ‘어썸랩’ ▲커피박 기반 친환경 고양이모래 ‘랩틱캣’을 만드는 ‘알프래드’ ▲고양이 모래를 퇴비로 다시 쓰는 순환자원 솔루션 기업 ‘꼼냥주식회사’ 등 5곳이다. 이들은 SOCAP 방문 기간 중 구글 샌프란시스코 지사, 한국 에듀테크 기업 링글(Ringel)의 미국 법인, 글로벌 투자사 500글로벌 등을 함께 방문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권순우 알프래드 대표는 “미국 법인을 만들고 시장에 들어간 지 1년이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투자자를 직접 만나 시장 분위기를 더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장 후 링크드인에 현장 소식을 올렸는데 해외 투자자가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다”며 “도약패키지는 자금 지원뿐 아니라 해외 진출의 연결점을 만들어 준 플랫폼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알프래드는 알리바바 B2B 플랫폼 입점과 글로벌 온라인 판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연결이 만들어진다
참여 기업들은 콘퍼런스 전 SOCAP 참석 단체 1600여 곳의 정보를 공유받아, 메일과 링크드인으로 100여 건의 미팅을 사전 제안했다. 이 가운데 서너 건은 실제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는 글로벌 시장 이해 교육과 네트워킹 훈련 등 사전 준비 과정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글로벌 무대에 처음 서는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을 위한 사전 교육도 진행됐다. 지난 9월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지난해 SOCAP 참가자의 경험 공유, 행사 구조 설명, 일정 안내가 진행됐고, 글로벌 네트워킹 교육도 병행됐다. 참가자들은 ‘스몰토크’를 어떻게 시작할지,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실습했고, 5명씩 조를 짜 실제로 대화를 걸어보는 모의훈련도 이어졌다.

네트워킹 특강을 맡은 장은희 MYSC 책임 컨설턴트는 “국내 참가자들은 글로벌 네트워킹에서 문화적·심리적 장벽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할 걸’이라는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며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링크드인 개설부터 스몰토크 실습, 현장에서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보는 실전형 교육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박정호 크레아큐브 대표는 “링크드인을 써본 적이 없어 익숙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몇 마디 나누면 바로 ‘계정이 있느냐’고 묻는 흐름을 보며 왜 글로벌 네트워크의 기본 도구인지 실감했다”고 밝혔다.
하송희 경기도사회적경제원 과장은 “해외 매출이 나오기까지는 단순 진입을 넘어 시장 탐색, 네트워킹, 투자 유치 등 기초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 필수”라며 “이에 기업들이 SOCAP의 인권·환경·임팩트 투자 등 다양한 세션에 참여하고, 각자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도록 해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마다 사업 단계와 산업 특성이 달라 필요한 파트너도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회적경제 조직에 맞는 매칭·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