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사장·발달장애인 정규직…프랜차이즈가 만든 ‘장벽 없는 일터’ 

프랜차이즈 시스템, 임팩트를 복제하다 <下> 
힘난다·숲스토리가 보여준 ‘고용을 품은 확장 모델’

“힘난다 버거의 시스템과 지원 덕분에 요식업에 도전할 수 있었고, 이제는 제 가게를 꿈꾸게 됐습니다. 자립준비청년으로서 낮은 초기 비용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제 미래를 그려보는 데 하나의 사다리가 됐어요.”

내년 2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여는 ‘힘난다 버거’ 서현점은 조금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이 매장의 점주는 자립준비청년 서현(가명) 씨다. 힘난다 버거 ‘임팩트 서현점’에서 근무하며 매장 운영을 익힌 그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드물게 자립준비청년 가맹점주로 첫발을 내딛는다.

힘난다는 ‘사람을 건강하게’라는 미션을 내건 푸드테크 기업으로, 미생물 발효·숙성 기술을 활용해 소화가 편한 버거 패티와 번을 자체 개발해왔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F&B 브랜드가 ‘힘난다 버거’다.

서현 씨는 올해 10월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를 통해 힘난다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식업 창업을 꿈꿔왔던 그는 곧바로 지원했고, 이후 약 두 달간 주 4일 출근하며 식재료 전처리부터 포장, 설거지까지 매장 운영 전반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근무 매뉴얼을 직접 제작하며, 단순한 ‘일손’이 아닌 운영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서현점 인수를 목표로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서현 씨는 “프랜차이즈 점주는 일반 자영업보다 실패 위험이 낮다고 느꼈다”며 “직접 매장에서 일해보니, 일이 재미있었고, 창업을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 홀 없애고 비용 5분의 1로…취약계층 맞춤형 창업 구조 설계 

서현 씨의 도전 뒤에는 힘난다가 새롭게 설계한 ‘임팩트 매장’ 운영 방식이 있다. 힘난다는 지난해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와 협력해 자립준비청년에 특화된 창업 모델을 만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초기 비용이다. 기존 가맹 모델 대비 5분의 1 수준인 3000만 원대로 낮췄다. 홀 영업을 없애고 포장·배달 중심의 소형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인테리어와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줄였다. 여기에 가맹 계약금과 교육비 면제, 최저 매출 기준 달성 시 로열티 면제, 정기 코칭 프로그램을 더해 운영 안정성을 높였다.

허요셉 힘난다 대표는 “2020년 강남역 1호점 이후 1년 만에 60개 매장까지 늘렸지만, 점주 문제로 한계를 겪었다”고 말했다. 힘난다는 이후 가맹 사업을 3년간 중단하고 매장 수를 30여 개까지 줄이며 구조를 재정비했다. 올해부터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하며, 가맹 전략을 ‘임팩트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점주에게만 매장을 내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힘난다 버거 판교점 내부 모습. /힘난다

이 실험은 사실 2020년 초창기 청각장애인 예비 점주의 문의에서 시작됐다. 힘난다는 롯데월드점에서 첫 청각장애인 점주 매장을 열었지만, 곧 주방에서의 소통 지연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후 홀 운영을 최소화하고 포장·배달 중심으로 매장을 재설계했다. 현재 신논현점과 천안점 등 청각장애인 점주 매장 2곳이 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허 대표는 “임팩트 매장은 본사에 단기 이익이 크지 않지만,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를 임팩트화하겠다는 내부의 선택이었다”며 “설립 취지에 맞는 ‘존재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힘난다는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갈래 전략을 병행한다. 하나는 발효·숙성 기술을 타 브랜드에 공급하는 B2B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예비·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메뉴 개발부터 사업 전략, 투자 유치까지 연결하는 이 교육은 내년부터 연간 8개 기수로 운영될 예정이다.

힘난다는 내년에 임팩트 매장 30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임팩트 프랜차이즈는 우리가 만든 기술과 브랜드가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는 도구로 쓰이는 것”이라며 “2029년까지 100개의 임팩트 매장을 열어, 취약계층이 연간 3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 고용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묻다

희망을심는나무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리사이클 스토어 ‘숲스토리’는 발달장애인 고용에 특화된 브랜드다. 현재 직영점 6곳에서 발달장애인 39명이 비장애인 직원 25명과 함께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하루 3000~5000개의 기증 물품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은 철저한 분업과 역할 설계에서 나온다.

숲스토리의 업무는 기증팀(수거), 물류팀(분류·보관), 영업팀(판매)으로 나뉜다. 발달장애인 직원은 주 4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보조가 아닌 주체적인 역할을 맡는다. 입사 후 3개월간은 ‘완충 기간’을 두고, 급여와 근로 조건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장한다. 이 기간은 개인이 ‘이 일이 행복한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이자, 조직이 팀워크와 직무 적합성을 점검하는 과정으로 설계됐다. 그 결과 정규직 전환율은 95%에 이른다.

숲스토리 발달장애인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숲스토리

본사에는 특수교육 전공자와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며 직무 분석과 배치를 맡는다. 현재 5년 차 이상 발달장애인 대리가 11명이다. 1호점부터 근무한 한 직원은 8년간 급여를 모아 최근 본인 명의의 빌라를 마련하기도 했다.

숲스토리는 올해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을 계기로 가맹 확산을 결정했다. 김경호 숲스토리 대표는 “직영점으로 충분히 검증한 만큼, 이제는 확장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50~100평 규모 매장은 개설 비용이 2억 원에 달해 한계가 분명했다. 이에 20~30평 규모의 소형 모델을 개발해 지난해 11월 도봉구에 테스트 매장을 열었다.

숲스토리 도봉점. /숲스토리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물류 관리다. 숲스토리는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기증 물품 하나하나의 이동과 판매 과정을 전산화했다. 물건이 언제 들어와 어디로 이동했고, 얼마에 팔렸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엔 물건을 박스 단위로 보내며 수량만 대략 확인했다면, 이제는 물건 1개의 흐름과 가격까지 데이터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가맹점주는 기증품을 얼마나, 언제 받을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물건 수급에 대한 불안 없이 판매 운영과 발달장애인 직원의 직무 코칭·매장 협업 관리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숲스토리는 내년 2월에 경기도 하남시에 첫 가맹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내년 ‘임팩트 프랜차이즈’ 3년 차 사업에서 이 같은 모델의 시장 안착에 집중한다. 누적 가맹점 100곳을 목표로, 가맹점주 모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B2B·공공 판로도 함께 연다. 3년간의 사회·경제·환경적 변화는 2026년 성과공유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전유진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은 “2026년에는 임팩트 프랜차이즈 성공 모델이 지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거점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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