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안 받는 게 기본”…63억개 일회용품 줄인 배민의 책임 있는 선택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8> 우아한형제들
[인터뷰] 김정은 우아한형제들 그린경영팀 팀장

“수저랑 포크 필요 없는데 꼭 받아야 하나요?”

배달의민족 앱에 고객들의 이런 피드백이 쌓이기 시작한 건 2019년 무렵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배달 주문엔 일회용 수저와 포크가 자동으로 따라붙었다. 소수의 불편함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지만,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김정은 우아한형제들 그린경영팀 팀장은 “집에서 시켜 먹을 땐 일회용 수저 안 쓰는 경우도 많은데 ‘필요 없는 것을 굳이 받아야 하나’라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이 기획됐다.

◇ 우려 딛고 추진…“일회용품 절감 책임” 공감대 모여

당시 기능 도입에 대해 내부 분위기는 갈렸다. “사용자가 체크를 깜빡하면 불만 접수나 재배달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서비스 부서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칫 앱 전체의 고객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플랫폼으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국 2019년 4월 기능이 정식 도입됐다. 

김정은 우아한형제들 그린경영팀 팀장은 “친환경 정책이 배달 업계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배달 문화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기자

2년 뒤인 2021년 6월에는 해당 기능을 기본값으로 전환했다. 수저가 ‘옵션’이 된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2023년까지 누적 절감된 일회용 수저·포크는 63억 개에 달하며,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탄소감축인증센터를 통해 연간 2만4000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했다는 인증도 받았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4월 배달민족 앱에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2021년 6월부터는 해당 기능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고객이 필요할 때만 선택해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배달의민족 앱 갈무리

경쟁사들도 움직였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이 기능을 기본 설정으로 바꿨다. 배달 앱 업계 전반의 ‘디폴트’를 바꾸는 계기가 된 셈이다.

◇ 검색창에 ‘다회용기’ 치면…배달 후 QR 반납

우아한형제들은 일회용품 감축을 넘어, 배달 문화 자체를 바꾸는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시와 협력해 2022년부터 시작한 ‘다회용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앱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입력한 뒤, 검색 결과에 뜨는 참여 음식점 중 하나를 선택하고, 주문 마지막 단계에서 ‘가게 요청사항’란에 있는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 체크박스를 누르면 된다. 그러면 전용 다회용기와 보온가방에 담긴 음식이 집 앞으로 배달된다. 반납은 가방 겉면의 QR코드를 스캔해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해 ‘반납 신청’을 누르면 된다. 가방을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48시간 이내에 택배차가 수거해간다.

회수와 세척은 스타트업 ‘잇그린’이 맡는다. 전용 시설에서 7단계 세척과 전수검사, 진공 포장, 위생 검사까지 이뤄진다. 전수검사가 끝난 다회용기는 묶음단위로 진공 포장해 2차 오염을 방지하며, 매주 대장균 및 살모넬라균 검사 등으로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20개 자치구, 경기도 8개 지자체, 인천시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다회용기 도입’을 통해 배달 음식 문화 자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2년에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적으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경기·인천 지역으로 확대되어, 총 20개 구에서 운영 중이다. /잇그린

다회용기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사용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1201건에 불과하던 이용건수가 지난해 12만8000건 이상으로 증가했고, 경기도는 2021년 3394건에서 지난해 41만2873건으로 늘었다. “다회용기가 생긴 뒤 다시 배달 앱을 쓰기 시작했다”,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등의 소비자 반응도 이어졌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발표하며 중장기 친환경 경영계획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친환경 배달 수단 전환, 지속가능한 패키징 확대, 이해관계자 참여 강화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2032년까지 자사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다. 김 팀장은 “앞으로 다회용기 서비스 참여 지역을 더 넓히는 한편, 라이더들의 전기이륜차(EV) 전환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정책이 당장 주문 수를 늘리진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배달업계의 친환경 문화를 이끄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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