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도 ‘문제 해결형’으로, 커플 봉사 앱부터 농촌 반려견까지

경기도자원봉사센터 ‘2025 경기 볼런톤’ 현장
5개월 인큐베이팅 거친 시민 주도 자원봉사 아이디어 공개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도 참여할 수 있나요?”
“기업과 연계한다면 어떤 형태의 임직원 참여 봉사활동이 가능한가요?”
“그게 정말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나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교원챌린지홀에서 열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2025 경기 볼런톤’ 쇼케이스 현장. 참가자들의 거침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행사에는 ‘봉사활동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 아래 모인 27개 팀의 도전기가 공개됐다.

지난 3일 열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2025 경기 볼런톤’ 쇼케이스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볼런톤(Volun-thon)’은 ‘자원봉사(Volunte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시민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자원봉사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경연이다. 기존의 일회성 봉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문제 해결형 봉사’를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올해 경기 볼런톤에는 27개 팀이 참가해 사회문제 해결 교육과 1박 2일 자원봉사 해커톤을 거쳤고, 이 중 5개 팀이 최종 선발돼 약 5개월간 인큐베이팅을 받았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을 공개하고, 기업·지역사회와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 5개 팀들은 ‘문제 해결’이라는 키워드 아래 색다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 ‘문제 해결형 자원봉사’가 뜬다…MZ세대도 주역으로

대표적 사례는 ‘아리그린’ 팀. MZ세대가 커플 전용 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점에 착안해, 연인이 함께 친환경 루틴을 실천하고 기록하는 자원봉사 챌린지를 내놨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3일 열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2025 경기 볼런톤’ 쇼케이스에서 ‘아리그린’ 팀이 발표하는 모습. /경기도자원봉사센터

다회용컵 사용,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등 친환경 활동을 앱에서 인증하면 캐릭터 꾸미기 보상과 친환경 기업의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참여 커플끼리 랭킹 경쟁도 가능하다. 아리그린 팀은 “커플뿐 아니라 가족, 친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며 “7월 중 다국어 앱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아·초등학생을 위한 꿀벌 보호 생태교육을 기획한 ‘AI Apis’, 고립 청년과 어민이 함께 바다 쓰레기를 치우며 공동체 회복을 모색한 ‘해(海)복이다’도 환경 분야의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사회문제 해법으로 진화하는 봉사 아이디어

‘사회’ 분야에서는 농촌 마을의 반려견 문제를 다룬 팀이 주목받았다. ‘달려요! 정예멍즈’ 팀은 농촌 지역에서 방치된 ‘마당견’ 복지 개선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들은 견주 인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단순 지원을 넘어, 산책줄 교체와 매트 제공 등 실질적 돌봄을 병행하고, 동물병원·훈련사 등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생활정보와 재난 대피 요령을 담은 전단지도 제작했다.

지난 3일 열린 경기도자원봉사센터 ‘2025 경기 볼런톤’ 쇼케이스에서 ‘달려요! 정예멍즈’ 팀이 활동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정예멍즈 팀은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견주일수록 반려견을 가족이 아닌 소모품처럼 여겼다”며 “지원 이전에 인식부터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후 활동 방향을 전단 배포 중심의 인식 개선 캠페인으로 바꿨다. 이들은 경기도에 ▲농촌 맞춤형 ‘마당견 복지 가이드라인’ 마련 ▲기후 재난 시 마당견 보호 시스템 구축 ▲‘반려동물 문화교실’ 농촌 확대 운영 등을 정책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장애 포용성을 주제로 한 ‘초록펭귄단’은 경기도 일대에 장애친화상점 ‘펭귄가게’를 발굴하고 지도로 제작하는 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장애 고객 응대 매뉴얼과 의사소통 보조 도구판 등을 상점에 제공하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을 펼쳤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방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진짜 어려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도 어렵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가 굉장히 어렵다”라며 “단순한 협력을 넘어 ‘콜렉티브 임팩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가 기존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지영 경기도자원봉사센터장은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에 옮길 계기가 필요하다”며 “경기 볼런톤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좋은 모델을 확산해 큰 변화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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