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2일(목)

소상공인과 로컬, 기업이 찾은 상생의 해답

[현장] 언더독스 액션세미나 ‘지방소멸과 인구문제’ 소상공인 편

익산의 용안생태습지공원의 물안개, 춘포역의 고즈넉한 플랫폼, 미륵사지석탑의 고풍스러운 자태. 코오롱FnC의 패션 브랜드 ‘에피그램’의 SNS에서는 의류 대신 이런 익산의 명소들이 빛을 발한다. 이들의 온라인 기획전 페이지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협업한 자색 고구마 과자 같은 독특한 상품들도 눈에 띈다. 올해 5월에는 동해시와 함께 협업해 여행객을 위한 로컬리티 매거진을 제작하고, 잼과 젤리 등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도 개발했다.

에피그램의 SNS 이미지(좌) 배민스토어 전통시장 입점 이미지(우). /에피그램 SNS 갈무리,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전통시장과 손잡고 지역 밀키트를 선보였다. 이는 부천중동사랑시장과 함께 대표 음식인 제육볶음, 김치찌개 등을 활용해 개발한 것이다. 또 ‘배민B마트’를 통해 연간 1200억 원 규모의 지역 농축수산물을 직매입하며 지역 특산물의 온라인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남 고흥군 쌀을 10일 만에 7000포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 로컬과 함께하는 기업, 지역에 답이 있다

상하농원 전경의 모습. /상하농원

지역과 기업의 상생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전북 고창군에 위치한 상하농원은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으로, 매일유업과 지역 농가가 협력해 만든 모델이다. 2016년 4월 개장한 상하농원에는 연간 20만~30만명이 방문하며, 지난 8년 동안 누적 140만명이 방문했다. 매출액 340억 원 중 75억 원이 지역 농축산물 매입으로 이어지며 지역과 기업 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기업은 로컬을 매력적이라고 여깁니다. 소상공인과의 협업이 기업의 수익모델 안으로 들어오고 있죠. 도시와 상권이 무너지면 어떤 기업이든 살아남을 수 없기에, 지역 공간 기반의 사업을 펼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열린 언더독스 액션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의 모습. /언더독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4일 열린 언더독스 액션세미나에서 기업과 지역사회의 협력 모델을 강조했다. 모 교수는 “기업이 지역 창작 공간을 운영하면 ESG 경영의 실천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유업과 고창군 농가가 협력해 상하농원을 만들어냈듯이, 가구 회사라면 목재 원산 지역에 목공방을 열어 혁신적인 가구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고, 식품 회사는 지역 농민과 협력해 요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지역 문제 해결,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선다

민주희 한국사회가치평가 본부장은 ESG 경영 관점에서 소상공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소상공인 관련 사업의 성과는 대상자의 요구를 얼마나 정확히 발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사례로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언급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내에 입점해 시장 유입 인구를 늘리고, 판매 품목도 시장 상인회와 협의해 결정한다. 2016년 8월 충남 당진어시장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년간 시장 매출이 131%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 본부장은 “기존 소상공인 지원은 마케팅 교육 등 특정 영역의 교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전통시장 소상공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라 더 많은 고객 유입”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4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5호점이 개장한 서울 경동시장의 모습. /이마트

정부 또한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해 300억 원 규모의 ‘혁신 소상공인 투자연계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소상공인이 투자사로부터 받은 투자금의 최대 3배를 최대 2억원까지 사업화 자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청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 사무관은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사업 방향과 지원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소상공인과 지역사회 창업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한 자원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1순위로 꼽힌 것은 ‘사업 운영 및 투자를 위한 자금’이었으며 그 뒤를 ‘사업 성장에 따른 경영 지도’, ‘사업 전문 협력자’, ‘창업가 공동체를 통한 지속적인 교류’가 이었다.

지난 4일 열린 언더독스 액션세미나에서 우영승 언더독스 창업기획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언더독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한 언더독스는 데이터 기반 취·창업 교육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교육하는 기업이다. 2015년 설립 이후 1만8000명의 창업가를 배출했으며, 175개의 파트너와 함께 창업 교육 및 ESG 컨설팅, 임팩트 측정 및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올해 10월부터는 ESG 사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액션세미나’를 열어 다문화와 시니어, 소상공인을 주제로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우영승 언더독스 창업기획본부장은 “소상공인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모여 지방소멸과 인구문제를 비롯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논의해 ‘콜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겠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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