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대신 협력…‘스마일게이트’ 없는 사회공헌이 만든 변화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6> 스마일게이트 [인터뷰] 재단법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도 게임 회사인데, 넥슨, 카카오게임즈랑 같이 사회공헌을요?” 이런 질문에 박재희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CSR콘텐츠팀 팀장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즐겁다면 스마일게이트가 안 보여도 괜찮습니다.” 지난해 8월 대전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유스 e스포츠 페스티벌’에는 전국 지역아동센터 소속 아동 1730명이 참가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로 팀 대결을 펼쳤고, AI 체험 부스와 게임 제작 특강도 함께 열렸다. 넥슨은 게임 IP를 제공했고, 카카오게임즈는 장학금과 캐릭터 상품을 후원했다. 희망스튜디오가 모은 기부금은 약 3880만원. 홈페이지 모금에는 108명이 참여해 목표의 110%를 달성했다. “순위권에 오른 팀의 에이스는 다문화가정 아동이었어요. 대회 이후 친구들과 가까워졌고, 성적도 올랐죠.” 박 팀장은 대회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행사에는 더 많은 게임회사가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 ‘미래세대의 내일’을 위한 실험…희망스튜디오의 사회공헌법 스마일게이트는 기업 내부에 사회공헌 전담부서가 없다. 대신 2012년 설립된 재단법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이하 희망스튜디오)’가 그룹의 모든 사회공헌을 전담한다. 단순 기부금 집행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파트너를 조직하며 실행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희망스튜디오는 그룹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고, 기부금 전액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공익 사업에 사용된다. 2020~2024년 누적 기부금은 102억 원. 봉사 및 기부 참여 건수는 7만 6041건, 수혜자는 10만 1310명에 이른다. 희망스튜디오는 ‘미래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게임 회사로서의 업의 특성을 반영한 CSV(Creating Shared Value)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을 펼친다. 대표적인 CSR 사업으로는 ‘스마일하우스’가 있다. 국내외 복지 사각지대에

햇반 용기가 시계로? 카카오메이커스와 순환경제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5> 카카오메이커스 [인터뷰]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리더 먹고 버린 즉석밥 용기가 탁상시계로 재탄생했다. “햇반을 먹다가 문득 죄책감이 들었어요. 플라스틱 용기를 너무 많이 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그 하얗고 둥근 용기를 보니, 문득 시계가 떠오르더라고요.”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리더는 그렇게 ‘즉석밥 용기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버려진 햇반 용기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탈바꿈시키자는 아이디어였다. 카카오메이커스는 CJ제일제당과 손잡고 2024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사용한 즉석밥 용기를 수거해 세척한 후, 플라스틱 원료화 과정을 거쳐 세련된 디자인의 탁상시계로 재탄생시켰다. 전 리더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렇게 멋진 제품이 새활용된 것이라고?’라고 생각할 만큼 품질 높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즉석밥 용기 프로젝트’는 카카오메이커스가 2016년부터 이어온 ‘새가버치’ 프로젝트의 일부다. ‘새가버치’는 ‘새활용 가치 창출’의 줄임말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물건을 모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고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다. 카카오메이커스의 새가버치 프로젝트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다. 전성찬 카카오메이커스 크리에이터팀 리더가 직접 목격한 환경 문제에서 시작됐다. 패션 업계에서 10년간 일하던 그는 어느 날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한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버려진 옷들이 끝없이 쌓여 마치 또 하나의 거대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문제에 나도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는 패션 산업이 만들어내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포장도 마케팅도 없이…‘캠페인’에 투자한 러쉬의 역발상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4> 러쉬 [인터뷰] 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Ethics) 디렉터 “지속가능성만으론 부족합니다. 빌린 돈에 이자를 더해 갚듯, 우리가 자연에서 얻은 만큼 돌려주는 걸 넘어 망가지고 버려진 곳까지 찾아가 환경과 지역사회를 다시 살려야 합니다.” 지난 20일, 러쉬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 디렉터는 러쉬의 경영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러쉬는 화장품 기업이지만, 독특한 환경 캠페인과 윤리적 원재료 구매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열린 ‘고 네이키드(Go Naked)’ 캠페인은 직원들이 상의를 벗고 광안리 해변을 행진하며 플라스틱과 과도한 포장 사용 중단을 외쳐 화제가 됐다. 러쉬코리아가 벌이는 캠페인은 제품 판매 이전, 원재료를 구매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 “포장 없애고 원재료에 투자”…러쉬가 말하는 ‘재생’의 가치 러쉬의 친환경 철학은 ‘지속가능성’을 넘어 ‘재생(Regeneration)’에 있다. 브라질너트 구매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러쉬는 페루의 브라질너트 산지를 찾아 대형 자본에 의해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고, 재생농법을 현지 농부들에게 교육했다. 제초제 사용 없이 자연과 공존하며 브라질너트를 재배하도록 도왔다. 수확 또한 지역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재규어가 잠든 틈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농부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환경 회복에도 기여했다. 국내에서도 윤리적 구매는 이어진다. 현재 러쉬코리아는 경기도 연천의 팥, 충북 음성의 두부를 구매해 마스크팩을 만드는 ‘로컬 바잉’을 진행한다. 특히 농장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두어 이주노동자와 여성 인권 침해 여부, 유기농 재배 여부까지 점검한다. 러쉬는 샴푸바, 입욕제 같은 제품의 66%를 포장 없이 판매한다. 나머지 제품들은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택배차에 폐페트병 싣자, 비용 줄고 탄소 감축…‘착한 물류’ 이야기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3> CJ대한통운 [인터뷰]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한켠에 투명 페트병이 수북이 쌓여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이 이를 수거해 재생기업 ‘RM’으로 보냈다. RM은 이를 세척해 플라스틱 원료(재생 펠릿)로 가공했고,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이를 화장품 용기로 제작·판매했다. 해당 수익금은 CJ나눔재단을 통해 친환경 공모전에 활용됐다. 이는 CJ대한통운이 2022년 도입한 ‘택배 기반 자원순환’ 모델이다. 환경부와 함께 기획한 ‘세이브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호텔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 ‘배송하는 김에’ 폐기물도 수거했더니 CJ대한통운이 자원순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강화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도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3월 재활용 가능 품목 발생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9.1% 증가했고, 특히 플라스틱류는 23.4%, 1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기업에게는 기후변화 대응 요구도 커졌다.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은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수거차가 분리배출된 폐기물을 한꺼번에 섞어 싣는 모습을 보고 해결책을 떠올렸다. “배송하는 김에 폐기물도 수거하면 어떨까?” 윤 책임은 “쓰레기 수거차가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된 폐기물을 한꺼번에 실어 가면서, 재활용 가능 자원이 뒤섞이는 문제를 목격했다”며 “1차로 뒤섞인 폐기물이 선별장에서 다시 한번 뒤섞이는 ‘이중 혼합’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차량 운영 비용 부담 때문에 수거 차량을 추가로 배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유니클로는 왜 ‘히트텍’ 기부하고 옷을 ‘오래’ 입게 할까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2> 유니클로 [인터뷰] 셸바 에이코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옷이 실하네. 색이 화사하니 예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2일, 유니클로의 기능성 발열 내의 ‘히트텍’을 받은 독거노인 A씨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유니클로 본사 임원을 비롯한 임직원 10여 명은 효창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함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직접 의류를 전달했다. 전날인 21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노인 600여 명을 위해 설명절 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는 유니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해 전 세계에 히트텍 100만장을 기부하는 ‘더 하트 오브 라이프웨어(The Heart of LifeWear)’ 캠페인 활동이다. 이 중 절반인 히트텍 50만장은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난민과 실향민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된다. ◇ 독거노인 2만5000명에 히트텍 전달… 12억 원 상당 지원 유니클로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저소득 독거노인 2만5000명에게 약 12억 원 상당의 히트텍 5만장을 지원했다. 이번 기부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난 10년간 이어온 독거노인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폴란드, 몰도바 등에서도 각국의 사회문제를 반영해 지원이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지진 피해 아동을, 폴란드는 미혼모와 취약계층 아동을, 미국은 노숙인과 망명 신청자를,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대상으로 삼았다.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전략은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부에서는 NGO 파트너를 선정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가이드라인의 큰 기준 중 하나도 ‘장기적 파트너십’의 가능 여부다. 이번 캠페인을

구호 차량부터 아이돌봄까지, 기업이 바꾸는 재난 현장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은 왜 사회공헌을 할까요?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따뜻한 기업 이야기’ 뒤에는 어떤 진짜 이유가 숨어 있을까요? 사회를 위한 책임감일까요,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일까요? ESG 경영이 주목받는 지금, 기업과 사회는 정말 공존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럴듯한 명분 아래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걸까요? 더나은미래는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시리즈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ESG와 사회공헌의 본질과 효과, 그리고 그 이면까지 입체적으로 탐구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기업과 사회가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며, 공존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나가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1> LG유플러스 [인터뷰]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 2022년 가을,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을 강타했다. 수많은 이재민이 대피소로 몰려들었고, 구호물품을 나르던 한 대의 차량이 현장으로 향했다. 차량에는 충전기 30포트와 3킬로와트 발전기가 실려 있었지만, 이내 문제는 드러났다. “충전 속도는 느렸고,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한꺼번에 많은 기기를 지원하기엔 역부족이었죠.” 그날 현장에 직접 나섰던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은 통신사로서 재난 구호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재난 현장은 긴박합니다. 한 순간의 지연도 큰 불편과 이어지죠. 그때부터 더 효율적이고 신속한 지원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지난해 1월 출시된 ‘대민 구호 차량’이다. 이 차량은 지진, 홍수 등 재난이 발생한 현장에서 최대 68대의 휴대폰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한다. 또한 휴대용 TV도 두 대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